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장성택을 숙청한 북한 김정은 최고 지도자가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아가 이런 식의 숙청이 향후 계속될지 여부에 관해 북한 지도부 연구의 권위로 꼽히는 켄 가우스 미 해군분석연구소 연구국장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에 의해 전격적으로 숙청된 장성택은 북한의 개방, 개혁에도 관심이 많고, 내심 중국식 개혁을 염두에 두고 많은 중국 고위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었는데요. 그런 점에서 장성택이 제거되면서 북한의 개혁 작업도 타격을 받지 않겠습니까?
가우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볼 때 장성택도 정치적 인물이어서 개혁에 따른 혜택을 알았죠. 하지만 그가 북한에서 경제개혁을 밀어붙인 유일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가 사실상 경제개혁을 좌초시킨 무늬뿐인 개혁의 지지자였는지도 우린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북한에도 80년대 출생한 20, 30대의 젊은 세대로 해외에서 공부도 한 기술 관료들인데요.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내각에 들어와 정부 곳곳에 배치됐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사람들이 할 근본적인 개혁이 시작될 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저는 북한의 경제개혁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싶지도 않은 겁니다. 즉 장성택이 사라졌다고 해서 북한 경제 개선의 희망이 사라졌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경제 개혁의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거듭 말씀 드리고 싶은 점은 지금처럼 북한에서 권력의 공고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걸 삼켜버리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김정은이 숙청 작업에 따른 정치 상황이 녹녹하지 못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경제 개혁이 아무래도 지장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죠?
가우스: 그렇습니다. 먼저 북한이 권력 공고화 작업을 단단히 이룬 뒤에야 비로서 경제개혁이나 경제개선 조치로 움직일 수가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완전히 공고히 하지 않는 한 스스로 나서 위험한 조치를 취하는 걸 꺼릴 겁니다. 오히려 김정은은 전진하기 보다는 뒤로 물러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김정은이 개혁이란 방향으로 나가고 싶다는 가정 아래 그렇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서 오히려 개혁을 탄압하고 중앙계획 경제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작년 4월 "더 이상 인민이 허리를 졸라 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 연설이나 작년 6월의 개선조치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김정은이 진짜로 이런 일들을 지지한 것이라면 향후 어느 시점에 그가 다시 이런 조치를 복귀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 땐 장성택이 아닌 다른 지도부 인사, 그것도 젊은 개혁가가 책임을 맡을지도 모릅니다.
기자: 장성택은 오랜 세월 중국 인사들과 친분도 많이 맺었고, 중국식 개혁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만큼 친중국파인 장성택이 제거됨으로써 향후 중국과의 관계도 지장을 받지 않을까요?
가우스: 맞습니다. 장성택의 숙청과 관련해 커다란 의문은 향후 중국과의 관계입니다. 중국은 자신들이 이해하고 신뢰를 갖던 장성택과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역할을 하던 장성택이 제거됨으로써 북한으로서도 중국을 상대하는 게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렵게 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대중 관계의 연락관 역할을 하던 장성택이 제거됐지만 기존의 북-중 관계는 물론 중국이 바라는 정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향후 북한을 얼마나 강력히 지원할지 재고하기 시작할 겁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장성택을 제거함으로써 북한이 직면한 손익계산서를 살펴볼까요?
가우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장성택을 제거된 상황에서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재정립될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는데요. 만일 김정은이 경제 부문에서 진전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줄이기 시작하고, 여기에 남북한과 미국 간의 긴장까지 겹치게 된다면 모든 당사국들이 진짜 도전에 직면할 겁니다. 제가 볼 때 북한은 과거 이런 긴장과 내부 혼돈을 헤쳐나가기 위해 한편으론 남한이나 미국에 손을 뻗치기도 하고 핵실험 등으로 상응한 보상을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북한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간주하는 중국에 기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만일 북한이 내부적으론 혼돈이 계속되고 바깥으론 미국과 남한과 긴장이 계속되는 마당에서 종전처럼 이런 두 가지 선택 방안이 없다면 김정은이 과연 어떤 식으로 내부 안정을 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특히 젊고 국정경험이 별로 없는 김정은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기자: 북한 김정일의 장남으로 현재 홍콩 등지에서 도피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의 거취도 큰 관심사입니다. 그의 아들 한솔 군은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 알려지기론 김정남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한 사람이 장성택으로 알려졌는데, 이제 그가 숙청된 만큼 김정남, 나아가 김한솔의 장래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우스: 제가 김정남이라면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향후 자신의 장래에 대해 상당히 걱정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과거 김정남이 얼마나 장성택한테 금전적 도움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이제 그런 자금은 끊기게 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2010년 북한이 특수요원을 파견해 그를 암살하려 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남도 현재 북한 정권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무척 우려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전문가들은 김정은은 성격이 조급하고 충동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이런 성격도 장성택을 숙청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봅니까?
가우스: 아마도 그랬을 겁니다. 결국 장성택을 제거하기로 한 최종 결정은 김정은에게서 나왔을 겁니다. 만일 그가 국가안전보위부로부터 올라오는 보고서나 혹은 김경희, 이복 누나와 동생 등 김정은과 통하는 가족이 장성택에 관한 혐의 사실을 듣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확신했다면 단호히 숙청 결정을 했을 겁니다. 물론 북한 최심층 권부 사람들 외엔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추측일 수밖에 없지만, 김정은은 아주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고, 종종 그가 내리는 결정은 심사숙고해 나온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김정은은 만일 지금 자기가 먼저 장성택을 손보지 않으면 나중에 그를 상대하는 게 더욱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반사적인 결정을 취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자기가 지도자이므로 대담해야 하며, 따라서 대담한 결정을 아주 빨리 내려야 한다고 느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그런 결정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죠.
기자: 향후 문제는 그런 성격을 가진 김정은이 장성택을 숙청한 김정은이 과연 장성택과 가까운 인사들도 앞으로 계속 숙청작업을 벌일지 아니면 이쯤에서 중단할지 여부인데요.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장성택이 숙청된 뒤에도 지재룡 주중대사나 박봉주 총리 등 장성택과 가깝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건재한데요. 그런 점에서 2014년 김정은의 통치 전망을 어떻게 봅니까?
가우스: 제가 볼 때 이 모든 것은 숙청이 장성택 한 사람을 제거하기 위한 '정밀 숙청'에 한정하되 앞으로도 자신의 주위에 최룡해와 김경희 비롯한 섭정 체제를 계속 유지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만일 이런 현상이 유지된다면 최소한 단기적으론 김정은 정권이 안정적일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숙청이 기존의 섭정체제를 완전히 없애고 김정은 스스로 선친 김정일처럼 모든 권력을 쥔 최고 지도자로 나선다면 그 경우 상황은 김정은의 지도자적 자질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만일 그가 재능있는 지도자요, 복잡한 권력을 맘대로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지나치게 앞서 간다면 2014년에 진짜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고, 북한은 불안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를 겨냥해 다시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이 안정된 상황에서도 도발이 나올 수 있지만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예기치 않은 결과는 더욱 중대해질 수 있습니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김정은이 경제 부문의 진전을 보여주지 않으면 진짜 큰 문제에 부닥칠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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