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 김정은 체제 1년, 당 원로 입김에 휘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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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도 김정은 체제 1년을 평가해보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소위 6.28 조치를 통해 농업분야에서 개혁을 취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일부에선 북한이 정말 개혁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개혁에 관한 얘기가 뜸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사실 6.28조치가 나올때 만해도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70년대 말 중국이 걷기 시작했던 길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9월말 또는 10월 초에 북한의 개혁, 북한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수그러들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 북한은 개혁과 개방에 대해 검토하는 증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 정치는 다시 한번 김정일 시대로 돌아온 느낌이 있습니다.

변: 김정은이 의욕적으로 하려던 6.28 조치도 시들해졌고, 따라서 개혁과 개방 움직임도 뜸한데요. 중국의 경우 개혁과 개방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고도로 발전시키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은 것은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사실 북한 지도부가 지난 여름에 개혁과 개방의 방향으로 걸음을 떼기 시작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제가 볼 때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은 이유는 국내 안정에 대한 우려와 걱정 때문입니다. 북한이 중국처럼 시장경제 체제로 바꾸고 북한 내에서 주민에 대한 감시를 완화시킨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중국에서 이러한 변화가 고도 경제성장과 전례가 없는 생활수준 향상을 초래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분단 국가가 아닙니다.

변: 중국에선 그처럼 개혁, 개방이 꽃을 피웠는데 같은 사회주의 나라인 북한에서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란코프: 북한의 경우, 개혁과 개방은 불가피하게 남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초래할 것입니다. 또한 북한 보위부를 비롯한 사법 기간에 대한 공포심도 줄어들게 만들 것입니다. 결국 북한 사람들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남한 생활에 대해 많이 배우고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세습 정권이 경제위기에 대해 책임 있는 세력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또 그들은 자신들의 독재 정부에 도전하고 민주화 운동을 시작할 수도 있으며 남한과의 통일을 요구하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바꿔 말해서, 분단 국가인 북한의 경우, 개혁과 개방이 중국식 고도 경제 성장을 초래하는 것 보다 동독 식 정치 위기 및 체제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김정일은 이런 사실을 잘 알았고, 그래서 중국식 개혁, 개방을 안 한 것입니다. .

변: 사실이 그렇다면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서도 중국식 개혁, 개방을 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김정일이 실제로 그런 생각을 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란코프: 방법이 있습니다. 올해 초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책 한 권을 출판했습니다. 김정남은 비록 외국에서 살고는 있지만 평양과 관계가 가까워 부친 김정일의 마음 속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김정남은 북한의 경우 중국식 정책이 경제발전을 초래할 수 있지만 정치 안정을 위협한다고 했습니다.

변: 이처럼 개혁과 개방이 이만큼 위험하다면 북한은 왜 지난 7,8월에 이러한 움직임을 보였을까요?

란코프: 현 단계에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개혁과 개방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가 지금 알기 어려운 이유로 이들 개혁파는 짧은 기간에 북한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김정은도 이와 같은 정책을 얼마 동안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과 개방 움직임이 수그러든 데는 개혁파를 반대하던 세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개혁 반대파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김정일 시대 원로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그 사람들은 북한 정치에서 힘이 많습니다.

변: 그렇다면 현재 북한을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관측통들에 따르면 장성택은 김정은에게 보고되는 주요 문건을 공유하고 북한체제 운영과 관련해 배후에서 정책결정을 조종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과 함께 공동정부를 끌어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북한의 실세는 김정은 입니까 아니면 장성택과 같은 원로들입니까?

란코프: 물론 김정은 제1위원장입니다. 그가 힘이 전혀 없다고 하는 것은 과언입니다. 예를 들면 부인 리설주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기를 결정한 사람은 거의 확실히 김정은 제1위원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에서 김정은이라는 젊은 사람은 절대 권력을 아직 장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나라를 마음대로 다스릴 수 있기 위해서 필요조건은 지도자가 믿을 수 있는 공무원들입니다. 바꿔 말해서 지도자는 요직에 자기가 믿을 만한 사람을 앉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지도부를 보았을 때, 김정은의 나이와 비슷한 젊은 간부들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60대, 70대 입니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도 원로들에게 도전할 수 없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늙은 원로들은 당연히 김정일 시대의 정책을 그대로 지속하는 것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변: 결론적으로 김정은의 통치 1년은 장성택을 비롯한 당 실세들의 통치 1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장성택을 비롯한 당 실세들은 경쟁자로 볼 수 있는 힘 많은 군인들을 몰아내고 국정의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 7,8월 개혁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북한 국내 정치에서 중요한 변화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국내 안정 유지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합리주의 적인 정책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대외 정책을 보면 상당히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김정은 시대의 정치 노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외정책 노선은 다음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김정은 시대 1년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