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년사, 남북정상회담 의지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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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새해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우선 예년과 다른 올해 신년사의 특징을 말씀해주시죠.

란코프: 이번 신년사의 내용을 보면 무엇보다도 경제 활동과 특히 주민 생활수준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많습니다. 물론 북한 정부는 원래도 인민 생활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인민 생활에 대한 언급이 과거보다 더 많았습니다. 두 번째 중요한 특징은 이번 신년사에서 생산 수송과 교통, 그리고 전기 생산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 지도부가 북한 경제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북한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공업 발전을 위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교통, 통신 그리고 전기 생산의 발전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런 경제 목표를 강조한다 해도 이는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사실상 이러한 목표는 사상 동원과 정치 명령으로 달성할 수 없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북한은 기존의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신년사의 내용을 보면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한 언급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민 생활수준과 수송 및 전기생산 발전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 자체는 좋은 소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자: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과연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올해 신년사를 보면, 남한에 대해 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는 반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북한은 신년사에서 남북한 관계 개선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지금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해외로부터 투자와 자원을 유치해야 하므로, 남한을 비롯한 해외 세계와 협력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가 시작했을 때부터, 북한은 남북 교류를 다시 시작할 기회가 몇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은 지난해 신년사에선 '최고위급 회담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이번엔 이런 대목도 빠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도 별로 없다고 봐야죠?

란코프: 북한은 매번 신년사마다 남북한 관계 개선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최고위급 회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달리 남한은 민주 국가입니다. 남한에선 5년마다 새로운 지도자가 국민 투표를 통해 선출될 뿐만 아니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의 고위 관리들도 대부분 교체됩니다.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국가 기관보다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1년 후면 청와대에서 물러나야 하는 박근혜 남한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필요가 있을지 의심스러워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나 내년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정상 회담을 비롯한 최고위급 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기자: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 의도가 뭘까요?

란코프: 김정은이 이번에 핵과 경제발전 병진노선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많이 강조하지 않은 사실과 관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희망을 가져도 안 되지만, 북한은 올해 정말 남한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개선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남한 측이 도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말을 기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병진노선에 대해서도 한 마디 언급도 없다고 해서 북한이 핵 개발이나 병진노선을 포기할 수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북한은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오랫동안 핵을 지속적으로 보유하고자 하는 나라입니다.

기자: 김정은은 "적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우리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 생산해야 한다"며 여전히 군사강화 의도를 밝혔습니다. 계속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또는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죠?

란코프: 김정은이 핵무기를 강조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군사력을 강조해야 했을 것입니다. 올해 북한이 보다 더 협력적이며 타협적인 태도를 취한다 해도 신년사에서 군사력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정치적 입김이 센 인민군 지도부가 불만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처럼 군사력 강화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군사력을 언급한 것이 탄도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제가 보니 이러한 언급에 구체성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기자: 김정은은 오는 5월로 예정된 제7차 당대회를 언급하면서 "강성국가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고 강조했는데요. 아무래도 구호정치로 그칠 가능성이 높겠죠?

란코프: 북한은 제 7차 당 대회에서 “강성국가 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구호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몇 년 전 북한은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구호를 많이 반복하였고, 2012년에 강성대국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2012년이 왔어도 북한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구호는 단지 구호일 뿐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구호를 무시해야 한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강성 국가 건설이 최전성기라는 말은 새로운 구호가 될 수도 있지만, 이것은 북한의 실제 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의미 없는 언급에 불과한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