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 시간에선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 용의와 관련해 변창섭 기자와 살펴봅니다.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를 보면 특히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언급이 집중적으로 나와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김정은의 이런 의도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관계 개선 용의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안드레이 란코프 남한 국민대 교수는 김정은이 남한과 대화에 열을 올리는 데는 과거처럼 긴장을 고조시킨 뒤 양보를 얻어내는 방식이 더는 통하지도 않지만 지금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남한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란코프: 제가 보니까 가장 중요한 게 사실상 북한은 남한과 긴장을 고조함으로써 얻을 게 별로 없습니다. 원래 북한이 사용하던 정책은 우선 도발 등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한 뒤 그 뒤엔 이를 완화해 남측에게 여러 양보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교는 효과가 없어진지 5~6년 됐습니다. 북한은 지금 남한과 관계를 개선해 경제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얻고 싶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좋은 소식입니다.
반면에 신중론도 있습니다. 북한은 향후 남쪽의 태도를 봐가면서 언제든 이를 파기하고 다시 무력도발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건데요. 미국 터프츠대 국제대학원 이성윤 교수의 주장을 한 번 들어보시죠.
이성윤: 북한은 과거 15년 동안 상반기엔 주로 도발을 일삼아왔고 하반기엔 대화공세를 펼쳐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판돈을 키운 다음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 이런 행동을 감안할 때 북한은 올 상반기에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시행할 가능성이 저는 높다고 봅니다. 단 변수는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이번 신년사에 제시했다고 보는데요. 즉 한국에 대한 요구사항들인데요.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지켜지느냐가 변수인데, 그건 대규모 한미전쟁연습을 중단해라, 또 사상과 제도의 절대화를 통한 체제대결을 중단하라 등인데 이건 한국의 통일준비위원회가 제시한 제의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볼 수 있죠. 이처럼 한국입장에서 지킬 수 없는 여러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 이런 요구는 북한이 이번에 제기한 고위급 접촉재개 혹은 최고위급 회담 등은 앞으로 남북관계의 불통의 책임을 한국정부로 떠넘기기 위한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북한이 이번에 남한과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로 한미전쟁연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남한과 미국은 해마도 3월초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해왔고, 올해도 그런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을 보인데 그 경우 북한은 이를 빌미로 대화를 중단하거나 도발을 일으킬 수도 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남한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북한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남한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같다고 말합니다.
란코프: 북한은 이 조건을 이용해 회담을 하지 않는 구실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경우 남한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남한과 회담을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객관적으로 북한은 지금 남한과 교류를 더욱 필요로 합니다. 왜 그럴까요? 돈입니다. 북한경제가 옛날보다 좋아지고 있지만 너무 안 좋습니다. 북한이 지난 60~70년 동안 외교를 펼쳐온 주된 목적은 외국에서 지원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남한에게서 경제적인 지원을 얻기 위해 남북대화 공세를 펼치는 측면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이번 신년사와 관련 주목되는 게 바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고, 때마침 오는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2차대전 전승일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도 초청받고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초청받았는데요. 지금 같아선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전혀 조성이 안됐다고 봐야죠?
기자: 네,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선 조성되지 않았지만,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봅니다. 그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위해서도 필요성은 있다는 말인데요. 하지만 이성윤 교수는 성급한 남북정상회담은 오히려 불리하다며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성윤: 성사될지 안 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저는 한국정부에 대단히 불리한 계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까지 가서 김정은을 만난다면 실제로 협상을 할 입지가 많이 좁아집니다. 물론 푸틴 대통령은 한국정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론 한국의 주적인 김정은을 지지하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김정은 체제를 지지하는 국가의 지도자입니다. 그런 특수한 관계에 있는 러시아를 방문해 주적인 김정은과 악수를 하면서 한국의 국익을 진전시킬 입지가 굉장히 좁아집니다.
앵커: 이번 신년사를 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기존의 핵개발, 경제개발이란 병진노선을 지속하겠다는 건데요. 이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미국과 관계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볼 수 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지만 현실을 보면 그 반대로 나가고 있습니다. 2012년 헌법에 북한은 자국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명시했고, 미국과의 핵협상도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이 함께 핵을 제거하는 군축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만큼 북한은 적어도 핵문제에 관한 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이 문제를 연결고리로 한 미국과의 관계개선에에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는데요. 이성윤 교수의 견해를 들어보시죠.
이성윤: 북한은 오히려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죠. 한국에선 최고위급 회담 전망과 관련해 낙관적인 분위기가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죠. 미북관계를 낙관적으로 볼만한 계기가 없습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도 비슷한 견해입니다.
란코프: 북한은 물론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에 별 언급이 없다는 것은 북한 지도부가 미국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미국에서 지원을 받을 줄 알았는데 소니사에 대한 해킹을 비롯한 최근 경향을 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이 원래 북한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는 핵포기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수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경우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경우 미국은 어느 정도 신경을 쓰기 시작하겠지만 현 단계에선 북한은 이런 능력이 없습니다. 북한 언론은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내부용 거짓 선전에 불과합니다.
결국 이런 기조로 볼 때 올해 북한과 미국 간에도 대화의 물꼬가 트이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햅니다.
앵커: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김정은 북한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