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이모저모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나와계십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새 지도자로 떠오르면서 북한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은 권력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이 과연 권력을 공고화하고 북한 체제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불안정한 상황이 찾아와 체제 흔들릴 것인지도 관심사인데요. 어떻습니까? 북한 정권이 교체되려면 결국 통일 아니면 혁명을 통해서 아닙니까?
란코프: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통일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것은 북한의 정권 교체입니다.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게 하는 방법이 몇 개 있는데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은 민주 혁명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상황을 냉정하게 보면 남북 통일을 가장 필요로 하는 세력은 바로 북한 민중입니다. 그들은 조만간 통일이 이룩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엔 자발적인 반체제 조직이나 단체가 없는데요. 그렇다면 북한 민중이 중심이 되는 혁명이 과연 언제 일어날 수 있을까요?
란코프: 현 단계에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 역사의 경험을 살펴보면 혁명은 너무 갑작스러운 사건입니다. 1985년 소련 상황을 겪은 사람이 6년 후에 소련이 민주화 운동으로 무너질 것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1940년 일제 식민지였던 조선에서 살던 사람도 5년 이내 해방되리라는 것을 알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렇다면 북한도 언젠가 갑자기 무너질 수 있을까요? 제가 볼 때 북한 체제는 곧 무너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어떤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고 국민들을 지금처럼 우민화시키고 외부 생활과 고립시키려 노력한다면 앞으로도 10년이나 20년 동안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 정권이 치명적인 위기를 연장할 수는 있지만 체제 붕괴를 피할 순 없다는 점입니다.
변: 금방 북한 김정은 정권이 체제붕괴의 위기는 연장할 순 있어도 피할 순 없다고 하셨는데요. 왜 그렇습니까?
란코프: 기본적인 이유는 경제입니다. 북한은 시대 착오적이고, 효과가 아주 낮은 경제체제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갈수록 북한은 남한이나 중국, 그 어떤 세계보다 경제적으로 뒤쳐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제적 무능력은 북한 체제가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 체제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조만간 정권에 도전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경제생활에 대한 불만족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 북한 주민들의 삶을 살펴보면 과거, 이를테면 10년 전보단 더 낫지 않습니까? 다시 말해 북한의 경제 상황이 과거보단 개선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란코프: 최근에 북한 경제가 고난이 행군 시절보다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보기에 앞으로 북한 경제가 점차적으로 좋아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개선은 북한 정권의 입장을 강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와 비교했을 때 북한 경제가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경제성장은 매년1.5%를 초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성장률은 북한 식 경제체제가 가져올 수 있는 최고의 성장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남한의 경제 성장률은 4~5%정도 입니다. 중국은 7~9%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 경제가 성장한다 해도 남한이나 중국 경제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남북경제 격차는 보다 더 커질 것입니다.
변: 그러니까 북한이 1.5%의 경제 성장을 해봐야 도저히 남한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씀이죠?.
란코프: 맞습니다. 앞으로 10년 뒤인 2020년대 초 북한 주민들은 지금보다 더 잘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소득은 남한의 소득보다 20배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 때 가선 30배나 35배에 달할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생활을 보고 자신의 경제생활에 대해서 불만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예를 하나만 들어 봅시다. 저는 얼마 전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한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포스터의 내용은 '잘 못사는 가족들을 도와 주자! 그들에게 필요 없는 중고차를 선물로 주자!' 이러한 내용입니다. 제일 어렵게 사는 지역에서 잘 못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방법은 식량을 주는 것입니다. 보다 더 잘사는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먹을 걱정이 없지만 입을 걱정이 있으니 선물로 옷을 줍니다. 미국에서는 자가용이 없으면 못사는 사람으로 대우받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이러한 광고가 나온 것입니다. 빈곤한 사람들에게 중고차를 선물로 주라는 광고입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너무 이상한 사실이지만 현실입니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빈곤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북한 같은 나라에선 한 마을에서 100명 중 5명만 주말마다 돼지 고기 요리를 먹을 수 있으면 그들은 부자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미국처럼 어느 한 마을에서 100명 중 5명은 자가용이 없으면 그들은 빈곤층으로 분류합니다. 이것은 너무 중요한 것입니다. 북한은 남한을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체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북한은 그냥 경제성장을 이룩하면 안됩니다. 북한 신 봉건주의 지배계층은 남한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할 경우에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 경제와 사회의 특징을 감안하면 그런 빠른 경제성장은 불가능합니다.
변: 그럼 이런 경제 수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 과연 김정은 시대에 불만 표출이 가능할까요?
란코프: 현 단계에서 북한체제에 치명적인 위기가 언제 올지 예측 할 수도 없고 구체적인 방식도 짐작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월이 갈수록 북한 사회에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정은 정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람들은 외부 생활, 특히 남한 생활에 대해서 점차 배우고 있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생활을 해외 생활과 비교할 기회가 많을수록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 실망도 더 커질 겁니다.
물론 현 단계에선 자신들에 대한 단속과 공포심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체제를 도전할 방법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은 내부압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불만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북한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북한 정권은 이와 같은 위기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 문제인 경제문제를 시장경제 국가만큼 잘 할 수 없으니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불만을 없애거나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기회가 생길 때 북한 주민들은 체제에 도전하고 남한과의 통일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들은 통일을 통해서 남한과 비슷한 생활수준을 빨리 이룩할 수 있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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