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게 문제지요-15] 북한주민, 통일 후 경제적 상실감 동독주민보다 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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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OREA-UN-FOOD 집단농장의 농민들이 수확한 옥수수를 저장하고 있다. AFP PHOTO/WORLD FOOD PROGRAM/HO/Gerald BOURKE (GERALD BOURKE/AFP)

변: 북한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이모저모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정은 북한 정권이 결국 생존하려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게 교수님의 지적인데요. 그렇지 않을 경우 언젠가 북한 민중이 체제에 저항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세력은 북한 민중입니다. 김정은과 그 측근들은 통일을 아주 무섭게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통일이 되면 그들은 미래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북한 주민들은 외부생활, 특히 남조선 생활에 대해서 많이 배우며 북한이 얼마나 낙후하고 자유가 없는 사회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이 남한을 능가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하지 못한다면 외부생활에 대한 지식은 확산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서 북한 정권의 기반도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똑 같은 일이 이미 소련과 동 유럽에서 20년 전에 벌어졌습니다.

변: 오늘날 독일도 냉전 시절 때는 동서독으로 분단된 국가였지만 결국 1990년 10월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면서 통일됐는데요. 당시 동서독 통일에 남북 통일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 동서독 통일은 남북한 통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동독 사람들은 서독이 더 잘 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산당 정권에 대해서 불만이 컸습니다. 하지만 80년대까지 그들은 감시와 공포 때문에 정권에 도전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80년대 말 동독 민중은 거리로 나가서 대규모 민주화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의 희망은 시대착오적인 동독 경제체제와 비민주적인 동독 국가를 없애버리고 서독국민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희망대로 되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정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만 정치 자유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서독의 소득수준과 같은 경제생활 수준이었습니다.

변: 실제로 통일 후 동독 국민이 서독 국민과 같은 높은 소득 수준을 올렸다는 말인가요?

란코프: 그들의 뜻대로 되었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다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여론 조사를 보면 1990년대 말 기준으로 동독 사람의 1/3정도는 동독의 붕괴를 후회하였다고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10년 전에 구 동독출신 대부분은 흡수통일과 사회주의 붕괴를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적지 않은 소수는 사회주의 붕괴를 후회하였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동독 붕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동독 출신 사람들의 비율이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통일 직후 이러한 실망을 느낀 사람들이 비교적으로 많았습니다.

변: 동독 주민들도 꽤나 통일을 원했을 텐데 왜 실망을 했을까요?

란코프: 핵심은 경제생활에 대한 실망입니다. 1980년대 말 자본주의 서독과 무조건 통일을 요구했던 동독 주민들은 흡수통일 직후 동독도 서독만큼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서독의 성공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동독처럼 국가 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소련식 국가사회주의를 거부하고 시장경제를 선택한 서독은 처음부터 장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서독사람들은 수 십 년 동안 이 장점을 잘 활용하고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그들은 교육 발전, 기술발전, 도로망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결국 동독보다 2배나 3배 정도 잘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동독 사람들은 서독 사람들만큼 효과 있는 노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교육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험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국토도 문제였습니다. 동독은 다른 공산주의 국가에 비하면 고속도로, 철도 등이 아주 좋았지만 서독을 능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동독 사람들은 배울게 많고 동독 경제도 많이 발전해야 했습니다.

변: 하지만 동독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통일 후 통일 전보단 나아졌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물론 절대적으로 말하면 많이 좋아졌습니다. 통일 직후 동독 민중은 그 전에 당 간부도 살지 못했을 정도로 잘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생활을 옛날 동독 생활과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비교대상은 오직 서독이었습니다. 그들은 흡수통일을 요구했을 때 곧 서독 사람과 똑같이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기 때문에 동독 주민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변: 지금도 그런가요? 아직도 많은 동독 주민들이 통독 후 자신들의 생활수준에 대해 실망하고 있나요?

란코프: 최근엔 그렇지 않습니다. 동서독이 통일 된지 20년여년 되었습니다. 그 동안 동독 사람들도 새로운 기술을 많이 배웠고 동독 국토도 많이 발전해 왔습니다. 결국 지금 동독 사람들 가운데서 국가 사회주의를 후회하는 사람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제적인 통일, 사회적인 통일은 정치통일 보다 훨씬 떠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 젊은 독일 사람들은 동독이냐, 서독이냐 구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도 고작 5년 정도 입니다.

변: 그럼 북한으로 눈길을 돌려보지요. 동독 주민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앞으로 남북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도 비슷한 느낌을 갖지 않을까요?

란코프: 동서독의 통일을 보면서 북한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이 시간을 통해 말씀 드린 대로 통일 이후 많은 동독 사람들은 통일을 후회했습니다. 남북한 통일이 올 때 북한에서도 비슷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바로 남한 주민들과의 경제적 격차 때문에 통일 이후 실망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은 서독보다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할 것 같습니다.

변: 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남북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경제 수준 문제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