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통치방식 잔인하고 즉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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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김정은이 북한지도자가 된 지 벌써 5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들어선 뒤 외부세계에서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른 지도 방식, 즉 리더쉽 스타일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특징을 어떻게 볼 수 있습니까?

란코프: 현 단계에서 김정은의 지도방식을 알려고 할 때 어려운 점이 없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김정은과 가까운 사람들의 증언이나 회고록 등이 없습니다. 북한언론에는 김정은에 관한 거짓선전과 날조, 왜곡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김정은의 지도방식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없지 않습니다. 북한 관영언론을 보면 김정일과 김정은의 지도방식이 매우 다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개인성격, 세계관, 정치 사상도 매우 다릅니다. 이것은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기자: 방금 사상 부문에서도 김정일과 김정은의 차이가 많다고 하셨는데 좀 놀랍습니다. 북한언론을 보면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둘 다 주체사상과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란코프: 오늘날 북한에서 주체사상은 아무 의미가 없는, 유명무실한 것에 불과합니다. 주체사상이란 것이 무엇일까요? 북한에서 권력을 갖고 있는 최고 지도자의 말이면 곧 주체사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주체사상은 물론 가짜사상입니다. 10년마다, 아니 5년마다 완전히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일이든 김정은이든 이들의 세계관은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하지 못 합니다. 그들의 실제 사상을 보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정일은 1960-70년대 젊었을 때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명령식 경제, 즉 국가사회주의 경제를 매우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장마당으로 알려진 시장이든, 돈주로 알려진 사업가이든 의심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김정은은 그렇지 않습니다. 1980년대 태어난 김정은은 김정일처럼 북한이 고립됐던 1960년대 평양에서 살지 않았고, 자본주의의 요새로 볼 수 있는 스위스에서 유학하였습니다. 사실상 이 세상에 스위스만큼 금융자본주의, 은행자본주의 정신이 강한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김정은과 같이 학비가 비싼 국제학교를 다니던 사람들은 부자 자본가이나 현대판 귀족들의 자녀들입니다. 물론 김정은은 시장경제에 대해서 의심감이 많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김정일보다 세계의 흐름을 훨씬 더 잘 알고, 중국을 비롯한 시장 경제를 도입한 나라들이 훨씬 더 빨리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은 불가피하게 사회주의 경제보다는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경제성장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지금 김정은의 경제정책은 북한 국내에서 시장경제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이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려 생각하면 왜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관영언론을 통해서 국가 사회주의를 여전히 극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김정은은 경제발전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라의 안정과 체제유지를 더 중요한 과제로 생각합니다. 이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이 세상에 자신의 정권의 붕괴를 원하는 지도자가 어디에 있나요? 그 때문에 김정은은 사회주의 북한 경제를 지금 많이 바꾸고 있지만 사상에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안 된다는 태도입니다. 따라서 여전히 겉으론 사회주의를 고수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시대 사상정치를 보면, 사회주의 우월성을 운운하면서도, 동시에 인민의 생활개선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일 좋은 사례는 마식령 스키장입니다. 얼마 동안 북한에서 마식령 사업은 어떤 제철소보다, 어떤 수력 발전소보다 더 중요한 사업이었습니다. 물론 순수한 경제적 입장에서 보면, 마식령 스키장은 실패입니다. 너무 비싸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도 김정은이 문수물놀이 공원을 통해 주민들에게 보내고 싶은 신호가 무엇인지 알기 쉽습니다. 주민들의 여가생활, 주민들의 소비생활 자체를 중시한다는 겁니다. 이제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잘 살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기자: 얼핏보면 김정은이 주민들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언론 대부분은 김정은의 국내 정책을 묘사할 때 공포 정치라고 부르지 않습니까?

란코프: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공포정치 문제만큼 김정은의 정치에서 장점과 약점, 성공과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문제가 없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김정은시대에는 북한 고급간부들에 대해서 숙청, 처형이 매우 많습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는 기타 독재 국가에서 보지 못한 특징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즉 독재자와 가까운 사람이면 숙청을 당했을 때도 보통 처형되지 않았습니다. 김일성시대나 김정일시대에 문제가 생긴 고급 간부이면 보통 몇 년 동안 지방에서 혁명화를 마치고 다시 평양으로 돌아와서 복직했습니다. 서관희 비서나 1982년 김병하 사건과 같은 일이 있었지만 조금 예외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의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김정은시대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면 숙청을 당할 뿐만 아니라 처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모부인 장성택까지 공개적으로 처형하였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세계 언론이 김정은의 통치를 공포정치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 공포정치를 조금 깊이 보면 흥미로운 특징이 있습니다. 숙청 대상은 주민들도 아니라, 중하급 간부들도 아니라 고급 간부들 뿐입니다. 특히 인민군과 보위부 사람들은 숙청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들은 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김정은 정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반 주민들에 대한 숙청이 있기는 하지만 김정일시대보다 심하진 않습니다.

기자: 이처럼 인민군을 비롯한 고급간부들에 대한 숙청을 통해 김정은의 지도방식을 어떻게 분석할 수 있나요?

란코프: 나쁜 지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의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아주 가까웠던 사람들까지 죽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짜증을 쉽게 냅니다. 기본 목적은 인민군을 비롯한 권력계층 사람들이 쿠데타, 즉 정변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목적입니다. 물론 김정은의 나이를 감안하면 근거가 없는 우려가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 과잉 반응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도 김일성, 김정일처럼 위험하게 생각하는 인민군, 국가보위부, 당중앙 고급 간부들을 처형하는 것보다는 그냥 퇴직시키거나 멀고 먼 석탄 광산에서 혁명화교육을 받게 보낸다면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김정은이 실시한 대규모 숙청은 불가피하게 최근 태영호 영국주재 공사를 비롯해서 수많은 북한 간부들이 탈북을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김정은정권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