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북한에 더 큰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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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 정부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에 맞서 개성공단 가동중단 결정을 내렸고, 이에 맞서 북한은 공단 폐쇄조치로 나왔습니다. 우선 남한 정부의 결정을 어떻게 봅니까?

란코프: 이것은 남한 정부가 보유한 대북제재 수단 가운데 가장 강경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개인적으로 보면 이해할 수는 있지만 옳은 정책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한편으로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을 위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결과도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 노동자들이 남조선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장소가 됐습니다. 지금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는 약 6만명 정도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 출근하는 남조선 사람들을 볼 수 있고, 그들의 옷차림, 행동, 피부까지도 보면서 남조선이 어떻게 사는 나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북한언론의 주장을 옛날보다 덜 믿습니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왜 이것이 좋을까요? 우리는 북한이 앞으로 다른 나라처럼 살 수 있도록 바뀔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바꿀 수 있는 세력은 북한 주민뿐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대안을 보여줘야 합니다.

기자: 그 대안이 개성공단이 될 수도 있겠군요?

란코프: 개성공단이 대안은 아니지만 대안을 볼 수 있는 창문입니다. 대안을 잘 보여주는 건 남한입니다. 남한뿐 아니라 중국도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남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에 맞서 아예 폐쇄 결정을 내렸는데요.

란코프: 이것도 아주 유감스런 결정이라고 봅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측은 위기를 고조시키기 시작한 것처럼 보입니다. 앞으로 1~2년 간 개성공단은 재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방금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계기로 위기를 고조시킬 것으로 예측하셨는데요. 그럼 이번 폐쇄조치도 그 일환으로 봐야 할까요?

란코프: 네, 이것은 첫 걸음이라고 봅니다, 무장도발까지 가능성이 많이 높아질 겁니다. 물론 이런 도발 때문에 북한은 남한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남북관계 역사를 보면 지금 북한이 무장 도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 사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핵 도발과 미사일 도발을 해도 남한 정부가 이번처럼 개성공단을 중단하지 못한 것은 북한 정권의 협박 외교에 끌려 다녔기 때문이라고 보는 주장도 있는데요?

란코프: 물론 남한 정부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의무가 있습니다. 개선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남북관계의 위기를 피해야 합니다. 이것도 개성공단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조선 모습을 보여주는 창문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성공단이 가동했을 때 남북관계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덜 높았습니다. 지금 걱정스러운 일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원래 생각하지 않았던 대규모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북한은 잃을 게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지금 긴장을 많이 고조시키고 나중에 긴장감이 극에 달했을 때 남측에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역사를 보면 북한은 이런 정책을 많이 취했습니다. 북한은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도적으로 긴장감을 고조하기 위해 무장도발을 감행하고, 긴장감이 많이 고조되면 회담을 통해 북한이 만든 위기를 풀곤 했습니다.

기자: 그런데 지금 분위기를 보면 설령 북한이 긴장을 고조해서 남측에 개성공단 재개를 요구해도 남측이 그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지 않습니까?

란코프: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 북한은 남한 국내상황을 상당히 정확히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를 들면 약 3년 전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중단시켰죠. 당시 북한은 개성공단이 남한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남한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개성공단을 중단함으로써 남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착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제가 볼 때 남한에서 다음 대통령 선거 이후까지 재개될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습니다.

기자: 개성공단은 2003년 가동 이후 돈벌이 보다는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통해왔고, 그간 여러 고비가 있지만 무사히 넘겨왔는데요. 이번에 남한 정부가 가동중단이란 초강경 조치를 취한 것은 북한의 핵 도발, 미사일 도발을 그만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뜻 아닙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북한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또한 이 같은 조치는 남조선 사회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남한에서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대한 태도, 감정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남조선 사람 대부분은 개성공단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남한 정부는 개성공단을 많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돈은 남한 국민들이 주는 세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 많은 사람들이 개성공단이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너무 부정적인 반응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개성공단을 중단한 것이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