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북한 측의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이런 저런 문제점에 관해 살펴보도록 하겠는데요. 교수님, 남측의 개성공단 중단에 맞서 결국 북한이 폐쇄 결정을 내렸는데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감정적으로 이해할 순 있지만 남북관계 한반도 상황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이 여러 이유로 가치가 높은 사업이었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개성공단은 남조선 생활을 볼 수 있는 창문이요, 안전장치였습니다. 개성공단 덕분에 개성사람들이 잘 살았습니다. 물론 남한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 보기에 북한 노동자들이 버는 임금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큰 돈입니다. 북한에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만큼 돈을 잘 벌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약 6만명의 노동자들은 아주 심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개성노동자들이 김정은 정권에 불만을 갖지 않을까요?
란코프: 알 수 없습니다. 일부는 그렇습니다. 그들이 불만을 느끼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불만이 대상이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 정부, 김정은 정권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미국과 남조선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북한 선전 일꾼들은 바보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주민들이 믿을 수 있는 거짓말을 거의 확실히 만들 것입니다. 지금은 남조선보다 미국에 책임을 돌리는 선전을 준비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개성 주변에 살던 사람들의 경제적 어려움입니다.
기자: 개성공단에서 나온 근로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란코프: 물론 북한 정부는 이들에게 어떤 대안직업, 일자리를 제공하려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개성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그들은 일자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자: 설령 일자리가 있어도 개성공단에서 남한산 초코파이 과자를 먹으며 일하던 그런 일자리가 아니라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일자리라 하더라도 개성공단과 같은 수준의 일자리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사실상 그들 가운데 먹을 걱정까지 하는 사람들까지 생길 겁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실제 피해를 개성주민들이 고스란히 떠 앉아야 한다는 얘긴데요. 가족까지 합치면 20만명에 달할 텐데요. 혹시 그런 불만 때문에 소요 같은 게 발생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보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기자: 그만큼 북한 체제가 감시가 철저하다 보니 소요 같은 게 일어날 수 없다는 뜻인데요. 북한이 앞으로 개성공단 폐쇄 후 남한에 대해 이런 저런 도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요. 어떤 도발이 가능할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무력도발도 가능하고, 적어도 선거 이후까지 남한과 아무 교류나 회담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3~4년 간 남북대화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건 새로운 현상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다시 한 번 위기를 만들 수 있는데 이는 너무 위험한 겁니다.
기자: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면서 남북경협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고 있는데요?
란코프: 장기적으로 말하면 경제협력은 없어질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말하면 그럴 것 같습니다. 지금 개성공단은 남북사람들이 같이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일한 공간인데요. 지금 폐쇄되면서 남북경제협력이 사실상 끝났다고 봅니다. 민간 차원에서 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자: 남한 정부는 개성공단이 재개되기 위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는데요. 이런 남측 조건을 북한이 받아들일 리 없겠죠?
란코프: 응할 수 없을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핵 개발은 경제성장보다, 인민생활 수준의 향상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입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배계층은 물론 주민들이 잘 살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것은 아주 중요한 과제는 아닙니다. 그들에게 기본 과제는 체제유지, 권력유지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핵무기를 너무 중요한 수단으로 볼 근거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그들은 억제수단입니다. 외국에서 공습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절대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우려는 나라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자신의 권력에 대한 우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란 나라가 무너지면 그들의 권력도 무너질 겁니다. 두 번 째는 핵무기 때문에 그들은 외교를 훨씬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핵은 협박외교의 기본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그들이 태도는 주민들이 경제생활이 많이 어려워도 우리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자주 하는 말이
기자: 이제 남북교류의 상징이던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면서 이제 남한 박근혜 정부 기간에 남북관계는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은데요?
란코프: 거의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 나쁜 소식입니다. 여기서 한반도 상황을 바꾸는 변수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미관계입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충돌과 대립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협력에 관심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해 미국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비슷한 목적입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제일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 안정과 현상유지는 비핵화보다 더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 때문에 중미관계 위기 때문에 한반도 안정을 비핵화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과 비핵화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는 미국과 협력하기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