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연초 핵실험 등에 맞서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북한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유엔의 제재 앞에서 북한의 기본적인 선택은 ‘핵을 포기할까 말까?’이지만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사실상 북한의 자금줄을 전면 차단하는 초강력 제재안 앞에서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말인가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북한은 외국에 대해 공포가 많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외국에서 공습을 당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없지만 북한 지도부 거의 모든 사람들은 외국의 공격 가능성을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핵무기가 있으면 외국의 침략과 공습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민봉기나 혼란이 발생해도 핵이 있으면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해외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게끔 하는 방법은 핵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논리는 핵이 있으면 외국 세력이 공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북한 국내위기에도 간섭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두 가지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방금 말씀하셨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란코프: 또 다른 이유는 북한은 벌써 25년간 협박 외교를 해온 나라입니다. 북한은 사실상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습니다. 오직 하나 있는 데 바로 핵무기 입니다. 핵무기는 기본 외교수단입니다. 북한언론은 세계 많은 나라가 북한에 관심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말입니다. 북한은 핵 무기가 없었더라면 회담을 하기도 어렵고 필요한 양보를 얻기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핵무기는 아주 중요한 외교수단입니다.
기자: 이번 안보리 결의는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라는 점 외에도 중국의 전폭적인 동참이 눈에 띱니다. 과거 중국은 제재에 동참해도 100% 실천을 하지 않았지만 최신 보도를 보면 중국이 은행거래나 광물수입까지 중단했는데요. 그럼에도 북한이 굴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 언론은 제재에 대해 많이 보도해왔지만 북한은 이번처럼 심각한 제재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턴 상황이 다를 겁니다. 특히 제일 중요한 타격이 될 수 있는 건 광물수출에 대한 금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미지수는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안보리에서 이런 광물금지를 실시한다고 해도 사실상 이런 정책을 실시할지 알 수 없습니다. 중국은 사실상 얼마 전까지 북한 제재에 불만이 크지만 북한을 아주 중요한 완충지대라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이를 바람직하게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 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안을 지지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이런 약속을 진짜 지킬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이런 제재를 사실상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재로선 높지 않습니다. 특히 광물수출 금지는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기자: 북중 관계는 근래 별로 좋지 않았는데 이번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중국이 동참함으로써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는가요?
란코프: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제가 최근 중국을 방문했을 때 거기서 만난 외교관들과 학자들은 중국이 북한에 많은 압력을 가할 의지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태도는 요즘 많이 바뀌었습니다.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미국과 어떤 타협을 이뤘다고 봅니다.
기자: 혹시 중국이 미국의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모종의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이렇게 나오는 건 아닐까요?
란코프: 그럴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사드에 대한 타협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현 단계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고, 대북압력을, 엄격한 대북제재를 지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중국태도의 변화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너무 나쁜 소식입니다. 중국은 사실상 이 같은 제재를 실행할 의지가 있으면 북중관계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북한 주민들의 삶은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초까지 북한엔 기아로 사망한 사람이 있지만 지금 북한은 중국이나 한국보다 잘 못 살지만 10년 전에 비해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지난 몇 년 간 이런 생활 향상에 익숙해져 온 만큼 만일 이번 제재로 생활수준이 나빠진다면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경제제재가 심해져 생활수준이 나빠지면 북한 주민들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군요.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