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엔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인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예고한 뒤 국제사회, 특히 북한의 우방인 중국이 최고 지도부까지 나서 핵실험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는데도 북한이 강행했어요. 이런 걸 보면 북한과 중국, 또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등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시각이랄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란코프: 북한의 최근 대외 정책의 경향을 보면 가장 중요한 변화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것은 완전한 변화도 아니고, 180도 변화도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중국의 친북 입장이 많이 식어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사실입니다.
변: 네, 과거에 비해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우호적인 입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중국과 북한은 서로를 동맹국가로 묘사하고 있는데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국제 관계는 늘 냉소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개인 관계와 달리 국제관계에서 친선이나 사랑과 같은 감정이 있을 수 없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국가든 자신의 이익을 따라 대외정책을 추진합니다. 물론 중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중국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관계를 꾸려가기가 어려운 이웃나라 입니다. 1960,70년대 북한은 당시 갈등관계에 있던 중국과 소련의 대립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중국에서 조건 없는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사상을 좋아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사실상 자본주의 국가인데 아직까지 사회주의를 운운하는 북한 선전을 보며 웃기만 합니다. 특히 북한 경제가 완전히 무너졌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변: 그렇군요. 사실 중국의 경우 개방, 개혁을 통해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북한의 경우 국가사회주의를 채택해 경제가 엉망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북한을 어려운 이웃나라로 생각하고, 또한 사상적으로도 과거에 비해 별로 단결성이 없는 북한, 이런 북한이 3차 핵실험까지 했는데 계속 지지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게 관심사인데요.
란코프: 중국은 북한을 싫어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북한을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전략적 가치가 높은 완충지대입니다. 중국은 남북통일을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북한 국내의 위기를 바람직하게 보지 않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북한에서 대규모 피난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고 핵 확산, 일반 무기 확산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측은 북한의 안전을 필요로 합니다. 중국은 한반도 분단유지를 위해서도 그렇고 북한 국내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대북지원을 많이 하는 한편 북한과 무역을 하는 중국회사를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은 북한을 필요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의 모험주의 정책을 결코 환영하지 못합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 무기 개발을 중요한 문제로 여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공식적인 핵 보유 국가로 인정을 받은 중국은 핵 무기 확산을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입장에서 보면 가장 바람직한 전망은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지 않는 가운데 한반도의 분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변: 네, 그런데 그런 희망이 실은 힘들어졌어요.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분단 관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길 바라지만 그럴러면 북한이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을 개발하지 말아야 하는데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북한과의 무역 거래 문제를 놓고 북한에 대해 조금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하는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중국이 이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입장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은 징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일 처음 서양회사의 사건을 인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양집단으로 알려진 서양회사는 중국 요녕성에서 가장 큰 광산 사업소입니다. 사실상 자본주의식 개인회사이지만 중국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북한에서 채굴권을 얻고 광산을 건설했습니다. 그런 뒤 사업이 끝난 다음 북한 측은 중국재산을 몰수했고 중국 직원들을 강제적으로 출국시켰습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측은 중국재산을 강탈한 것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 측이 입은 손해는 미화로 4천만 달러 정도로 추정됩니다.
변: 4천만 달러면 상당한 금액인데요. 이런 일이 처음인가요, 아니면 과거에도 발생했습니까?
란코프: 이런 것이 처음 발생한 일은 아닙니다. 원래도 비슷한 사건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래 이러한 사건이 생기면 중국측은 외교 수단을 통해 중국회사들을 도와주려 노력했지만 이러한 대립을 공개화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기를 당한 중국회사는 지난 8월 이 사기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양심 선언’을 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북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많습니다. 그들은 북한 측 간부들이 너무 뚱뚱한 사람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빠져있을 때 그 간부들의 몸무게가 100kg이상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해도 될 일이냐며 비판했습니다. 물론, 형식상 이 선언은 중국측 회사의 선언이었지만, 사실상 중국정부의 허락 없이 이러한 선언은 발표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변: 그렇군요. 중국 회사가 이런 선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허락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인데요. 중국과 북한의 무역 관계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다른 징조는 어떤 것이 있을까?
란코프: 징조는 많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8월 북한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이 대표단 단장으로 간 사람은 현재 북한에서 정치 영향력이 매우 강한 인물인데, 바로 장성택입니다. 그의 목적은 중국에서 대규모 지원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장성택의 중국방문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중국측은 소규모 대북지원을 할 수 있어도, 지원 규모를 많이 확대하기 어렵다고 대답했습니다. 사실상 장성택은 빈손으로 북한에 돌아갔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서는 요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보이고 있는 북한과 중국 간 관계에 대해 란코프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