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강제노동은 인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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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북한의 노동동원 문제에 대해 좀 더 살펴볼까 하는데요. 북한에서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주민들이 1년 내내 각종 명목의 동원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이는 인권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까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동원이 시달리는 주민은 불만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래 김일성 시대에 이러한 불만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당시에 북한 주민들은 대안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동원을 중심으로 한 경제 생활이 정상적인 것인 줄 알았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그들은 동원을 싫어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동원에 대한 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첫째로 제일 중요한 이유는 북한에서 장마당 시대가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들어와, 북한은 돈을 벌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한 기본 조건 중의 하나는 시간입니다. 그 때문에 노동 동원이 시간 낭비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생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된 북한 주민들은 이 세상에 노동 동원을 하는 나라가 북한밖에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잘 사는 중국을 비롯한 잘 사는 여러 나라에서 동원이 없는데, 왜 북한에서는 노동 동원이 이토록 많으냐는 질문을 계속 했습니다.

기자: 탈북자들에 따르면 노력동원과 물질동원의 경우 그에 합당한 돈을 내면 불참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은 돈벌이에 나가지 못하고 동원에 참가해야 하는 등 동원에도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요. 실제 그런가요?

란코프: 사실입니다. 물론, 1990년대 이후 북한에서 돈이 있다면 할 수 없는 일이 없고, 하지 못하는 일도 없습니다. 특히 돈이 있는 사람들은 노동 동원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지금 북한 주민 대부분은 시간을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그들이 특히 장마당에서 장사를 잘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장사를 할 수 있는 시간만큼 귀중한 게 없습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노동 동원을 너무 싫어합니다. 물론, 돈이 없는 주민들이 동원에 가야 하니까 불만이 많습니다. 서민들의 생각은 부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서민들은 불참할 수 없기 때문에 작은 돈이라도 벌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북한의 경우 주민들이 이런 동원체제에 불참하면 어떤 처벌이 기다리고 있습니까?

란코프: 지금 북한에서 동원체제에 불참하는 것은 큰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든, 고급 간부이든 동원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큰 비판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승진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반 사람들도 비판 무대로 올라가야 할 뿐만 아니라 다니는 기업소에서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그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동원을 너무 싫어하지만, 가지 않는 것보다는 동원에 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남한에서도 1970년대 농촌개발을 위해 새마을운동이 시작됐지만 이런 운동은 국가의 지침 밑에 농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사실상 동원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전쟁과 같은 위험한 위기 때 동원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문제는 북한처럼 강제로 동원을 너무 자주 하고 너무 오랫동안 한다면 효과가 없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새마을 운동이나 그와 유사한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운동에서는 주민들이 국가가 시키는 대로 동원을 하는 것보다 자신들끼리 상황을 결정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 짧은 기간동안 같이 일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마을에 좋은 도로가 없다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모두 다 같이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합니다. 아니면, 학교나 병원의 건물을 건설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노동의 결과를 자기 눈으로 볼 수 있고, 왜 필요한 지 알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동원이 오랫동안 계속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효과가 있습니다.

기자: 이런 동원체제가 구소련이나 중국에서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란코프: 중국은 50년대 말부터 70년대 말까지 노동동원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사실상 북한은 중국에서 노동 동원이라는 것을 많이 배웠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1970년대 말 들어와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시작했기 때문에 노동 동원은 시대 착오적인 체제로 보고, 포기하였습니다. 소련도 비슷합니다. 소련에서 소규모 동원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제가 1980년대 초 가을마다 열흘 정도 시골에서 ‘가을걷이’에 참가하였습니다. 1980년대 소련 대학생들은 다 그랬습니다. 물론 북한과 달리 동원에 나가는 사람들은 돈을 어느 정도 벌었습니다. 보상이 전혀 없는 노동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구 소련에서 이와 같은 노동 동원이 북한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1930년대 조금 있었지만, 소련 지도부가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본 후 그만두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원체제는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비교해 회수와 강도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란코프: 이것은 구체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보니까 북한에서 동원을 제일 많이 했던 시대는 김일성 시대입니다. 김정일 시대 동원이 말로는 많았지만, 사실상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시대는 시작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기자: 보도를 보면 지금도 김정은 체제 아래에서 노동동원은 계속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란코프: 이게 사실 동원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196-, 70년대 100일 전투, 150일 전투이면 진짜 전투와 같은 분위기여서 노동자들은 퇴근하지 못하고 공장 같은 데서 살았습니다. 지금 말로만 동원인지, 진짜 동원인지 동원에 대한 소리는 많지만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