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남한에서 문재인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인 문 대통령 취임으로 무엇보다 북한 입장에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텐데요. 북한이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이런 정상회담이 가능할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남북정상회담이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특히 북한은 이러한 정상회담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측이 관심이 많은 이유는 다른 어떤 것보다 경제적인 원조에 대한 희망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한미관계에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반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고 여겨집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북지원재개나 정상회담 자체는 미국측의 적지 않은 불만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편으로 보면,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복원할 수도 있고, 첫 단계에서는 남한 내부에서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같은 지지는 오랫동안 지속될 지 모릅니다. 그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양측은 이러한 정상회담을 할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남한의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북한의 핵문제를 풀 수 있는 물꼬를 틀수만 있다면 평양에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교수님이 보기에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물꼬, 뭐라고 봅니까?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제가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말 자체는 서로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말이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한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불가능합니다. 북한 정권은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어느 정도 북한 비핵화가 가능한 것처럼 보이면서 필요한 신호를 보내준다면, 이러한 신호는 바로 북핵문제를 풀 수 있는 물꼬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지가 아예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외교적 목적 때문에 이러한 의지가 있는 것같은 모습을 얼마 동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핵실험을 얼마동안 하지 않고,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회담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임시적인 양보가 바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꼬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은 별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상징적인 행보만 한다면 회담을 시작할 수도 있고, 양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자:북한에선 과거 남한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북한에 펼쳤던 햇볕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계승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겠는데요. 현재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새로운 햇볕정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유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 제재입니다. 대북 햇볕 정책이 2000년대 초 시작했을 때 북한은 유엔 제재 대상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대북 햇볕 정책과 비슷한 정책을 시도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것이 바로 유엔제재 위반이라고 볼 것입니다. 결국은 한미관계가 많이 악화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들은 남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제대로 시도한다면, 매우 어려운 국제적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의 희망은 문 대통령 덕분에 남북관계가 많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10년전까지 실시했던 햇볕정책을 다시 시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기자: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개성공단의 재개문제인데요. 북한 측 입장에서 외화수입원인 개성공단의 재개를 간절히 바랄텐데요. 문재인 정부가 유엔제재에 구애받지 않고 개성공단 재개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란코프: 이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제가 변호사도 아니고 국제법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저의 희망은 개성공단 재개입니다. 개성공단 재개는 남북한의 평화공존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가 알아본 국제법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가 유엔제재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자 도발로 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정책을 한미관계에서 큰 위기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는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지금 남북은 몇년 전 금강산 관광 피살 사건 이후 경제교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남북화해를 위해서도 이런 교류가 재개돼야 한다는 소리가 많은데요. 이를 위해선 북한이 먼저 사과 등 성의조치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북한이 사과를 한다고 해도, 성의조치를 보여줄 경우에도, 같은 사건이 다시 생길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사과라는 것은 말뿐입니다. 물론 체면 때문에 북한측은 사과를 표시하면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정적인 요인이 아닙니다. 저는 개성관광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개를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개성공단 재개는 유엔 제재 때문에 이것도 쉬운일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면, 미국과의 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남한이 믿기 어려운 나라, 아무 때나 약속을 위반할 수 있는 나라처럼 생각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저의 희망은 남북 양측이 협력한다면, 유엔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지 않으며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능할 지 여부는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