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는 당 대회가 올해 36년 만에 지난 6일 개최돼 내외의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우선 이번 7차 당대회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란코프: 지금까지 열린 노동당 대회라면, 저는 거의 모든 자료를 보았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지금 원래 있었던 당 대회 자료를 볼 수 없습니다. 비밀자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외국사람이니까 소련이나 중국 자료를 통해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만큼 재미없는 당 대회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7차 당대회는 북한 역사상 제일 재미없는 당 대회였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북한의 당 대회라면 정치노선 변화에 대한 선언을 기대할 이유가 없다고 많이 주장했습니다. 북한 당 대회의 역사를 보면 정치노선 변화에 대해서 선언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경제 현황에 대한 재미있는 분석이나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인 제안은 원래 당 대회에서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지도부에서도 큰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엘리트 계층을 보면, 여전히 황병서, 최룡해, 박봉주 뿐입니다. 그들은 거의 다 70세를 넘은 노인들입니다. 저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아직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한 간부들을 통해 나라를 통치하고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 제1 비서가 북한 최고권력인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는데요. 김일성도 한때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란 직함을 가졌는데요. 이 자리를 김정은이 다시 부활시킨 이유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객관적으로 보면 위원장이든 제1비서든 비슷합니다. 이름만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김정은이 김일성과 매우 비슷한 사람임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열린 정치적인 이유를 알아본다면 어떤 것보다도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자신도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을 좋아하고 김정일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는 북한 사람들에겐 누구든지 배급을 보름마다 받고, 미래에 대해서 걱정이 없었던 시대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김일성이 일제와 투쟁에서 승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식량기근 때문에 찾아온 고난의 행군이 생긴 이유는 바로 김일성이 수십년 동안 실시했던 정책입니다. 그래도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기근에 대해, 기근을 초래한 김일성의 정책보다는 김정일의 정치 노선에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김정일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김정은은 옷차림도, 헤어스타일도, 직위 명칭까지 김일성과 유사하게 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은이 자신의 시대개막을 선언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과거 김일성, 김정일 당대회 때와 다른 특이한 사항이 있습니까?
란코프:물론 이번에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신호를 주민들에게 보냈지만 사실상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김일성 시대의 국가사회주의를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실상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에서 국가사회주의 체제는 거의 무너졌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시대의 기본 정책은 장마당을 보이지 않게 보호하고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과 북한 집권계층은 말로는 사회주의를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상 자본주의 사회를 보이지 않게 건설하고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은 이번에도 핵과 경제개발이란 병진노선을 재확인했습니다. 지금처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혹독한 제재가 가해진 상황에서 과연 이런 노선을 계속 추구하는 게 가능할까요?
란코프: 병진노선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해외 전문가 대부분은 병진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만 저는 사뭇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보니까 핵무기를 잘 개발한 다음에 핵을 더욱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돈을 투자하는 것보다 주민생활을 개선하기 위해서 돈을 투자해야 합니다.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보다 강력하면서도 유지비가 저렴합니다.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보면 북한의 경우 병진정책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 문제는 외국 투자 문제입니다. 북한이 중국처럼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선제 조건은 해외투자의 유치입니다. 민족주의 정신 때문에 북한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이지만, 북한과 같은 나라는 해외 자본과 기술 없이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 핵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국가들은 북한에 대한 투자를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북한 측도 투자를 잘 관리하는 경험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기자: 김정은은 이번에 정치국 국원을 기존의 12명에서 19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3명이던 정치국 상무위원을 5명으로 늘렸습니다. 이런 조직개편은 어떤 의미일까요?
란코프: 나는 이것에 대해서 가설적인 이야기밖에 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당 대회가 언제 있을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고급 간부의 높은 평균 나이 때문에 당 대회까지 살아남을 고급 간부들이 많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바로 그 때문에 이와 같은 확대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은 가설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