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4차 핵실험땐 경제에 심각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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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국제사회의 큰 현안인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미국 특사를 지낸 조셉 디트라니(Joseph DeTrani) 전 대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디트라니 전 대사는 미국 정보기관을 관할하는 국가정보국 (DNI)의 북한담당 총괄국장을 지냈고 지금은 비영리 기관인 정보국가안보동맹(INSA) 의장으로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최근 4차 핵실험 준비를 하는 듯한 활동을 보이는 등 한반도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핵실험을 강행해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까? 만일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어떤 결과가 예상됩니까?

디트라니: 만일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을 한다면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그런 결과는 유엔의 제재 형태로 나타날 겁니다. 유엔 결의가 또 나오게 되면 북한에 추가 제재가 가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은 국제사회로부터 아주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올 것이고 아울러 제재가 동반될 것입니다.

기자: 특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종전처럼 플루토늄이 아닌 농축 우라늄을 바탕으로 실시할 경우 미국에게도 상당한 우려 요인이 되겠죠?

디트라니: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상당히 우려스런 일이 될 겁니다. 북한은 종전엔 플루토늄에 기반한 핵실험을 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을 이용한 핵실험을 한다는 건 다른 방법, 즉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 방식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할 만큼 상당한 농축 우라늄을 저장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겁니다. 이건 아주 우려할 일입니다.

기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유엔 차원에서도 추가 제재가 불가피할 텐데요. 하지만 북한의 우방인 중국의 완전한 동참 없이는 어떤 제재도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디트라니: 만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도 분명 유엔 차원의 추가 제재를 지지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중국은 지난번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에 찬성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만일 유엔의 추가 제재가 나온다면 이는 북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입니다. 그 경우 추가 제재는 북한의 은행이나 기관, 개인에 가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2005년 북한 계좌가 있는 방코 델타 아시아도 이런 금융제재를 받았습니다. 당시 제재로 북한에 대한 충격도 컸는데요. 약 2천4백만 달러의 북한 돈이 묶였지요. 따라서 추가 제재가 나온다면 북한 경제와 북한 사회 지도층의 복리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걸로 봅니다. 북한이 핵실험 때문에 추가 제재를 받는 건 분명 북한의 이해에도 맞지 않는 것이기에 핵실험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기자: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5년 전 집권 1기가 출범하면서 이른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접근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이 방식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해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도 먼저 북한과 협상이나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전략적 인내’ 방식 때문에 북한이 오히려 시간을 벌어 핵개발에 치중했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라도 미국이 북한과 아무 조건 없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까?

디트라니: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제 생각을 말씀 드리면 이렇습니다. 사실 미국은 2년 전, 그러니까 2012년 2월 하순 평양의 김정은 신 정부와 상대해서 핵 문제에 관해 소위 ‘윤달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합의는 북한이 깼습니다. 제가 알기론 오바마 행정부는 여러 차례 북한과 의미있는대화를 가지려 시도했지만 한 번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사태를 고조시켰습니다. 그래서 제 개인 생각으론 만일 북한과 대화를 가져도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무슨 대화가 필요하느냐는 겁니다.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못합니다. 따라서 ‘전략적 인내’ 방식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즉 북한이 과연 진지한 태도를 보여줄 때까지 인내심을 갖되 만일 북한이 그런 진지함을 보여줄 경우 분명 미국에서도 반응이, 움직임이 나올 겁니다. 바로 이 점이 아주 중요한데요. ‘전략적 인내’는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뭔가 하고자 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2012년 2월29일 합의가 깨진 마당에 만일 북한과 대화를 갖게 되면 그건 의미있는 대화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한편으론 비핵화란 궁극적인 목표에 진전도 볼 것이고 북한 측 입장에서 보면 안전 보장도 받고 경제지원도 받으며 국제 금융사회와 거래도 하는 등 좀 더 정상적인 나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이런 길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다른 현안의 해결과 함께 결국은 미국과 외교정상화의 길로 나가는 것이죠.

기자: 지금 말씀하신 걸 보면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취해야 관련국들도부터 혜택을 얻는 것은 아니란 말씀이죠?

디트라니: 미국이 늘 얘기하는 게 ‘행동 대 행동’ 입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면 안전 보장이나 경제지원 등 다방면에서 혜택을 얻게 됩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프로그램을 해체하고 난 뒤에야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진행됩니다.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하면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도 자기들이 얻는 혜택만큼 상응한 보상을 북한에 제공하게 됩니다.

기자: 사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신뢰성의 문제가 큰 것 같습니다. 북한은 작년 2월 미국과 ‘윤달 합의’을 하고도 합의를 깼고, 그 전에도 비핵화에 관한 2005년 9.19 공동성명에 합의하고도 아직 지키지 않고 있는데요. 북한의 신뢰성 문제, 어떻게 봅니까?

디트라니: 제가 볼 때도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 나아가 국제사회에 신뢰를 잃었습니다. 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신뢰와 자신감을 회복해야 합니다. 6자회담이 의미있는 방식으로 재개될 수 있으려면 더욱 그렇습니다. 북한이 신뢰를 잃었기에 앞으로 진전도 힘든 겁니다.

기자: 북한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데는 핵실험 중단 같은 것도 있지만 다른 방안도 있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북한 당국이 ‘국가전복 혐의’를 내걸어 2013년 4월 이후 억류하고 있는 미국 시민 케네스 배 씨를 석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봅니까?

디트라니: 아주 좋은 제안이라고 봅니다. 사실 몇 달 전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대사가 배 씨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려다 좌절된 적이 있습니다. 아직 킹 대사의 재방북이 이뤄지진 않았고 그래서 실망도 컸습니다. 제가 볼 때도 배 씨 석방은 신뢰회복을 위해 좋은 일입니다. 북한의 경우 신뢰구축이 필요합니다.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은 신뢰뿐 아니라 관계도 구축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긍정적인 첫 조치라고 봅니다. 설령 핵 문제와 관련이 없어도 인도적 차원에서 배 씨의 석방은 북한이 진지한 태도를 갖고 있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싶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진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상호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겠군요?

디트라니: 제가 볼 때도 미국과 북한은 상호 신뢰와 자신감을 구축하는 게 필요합니다. 북한이 고려해야 하고 또 그러길 바라는 것은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케네스 배 씨를 석방해 선의를 보여달라는 겁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과 북한이 협상에 나서 비핵화 협상 과정을 다시 되살리게 된다면 바로 그 기간 동안에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고 핵 실험도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에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과거 미국은 물론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북한은 핵 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가 압니다. 그러기에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하고 바람직하지만, 대화를 위한 첫 조치는 북한에서 먼저 나와야 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