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대회, 경제발전 걸림돌 제거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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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폐막한 북한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발표된 노동당 조직개편을 보면 주목할 점이 있는데요. 그건 박봉주 내각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회 5인 중 한 사람에 포함됐다는 점인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를 담당하는 박봉주 내각총리를 정치국 상무위원에 포함시킨 것은 경제개발에 대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봅니까?

란코프: 이것은 어느 정도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정치인 대부분은 미지수입니다. 그들의 정치 경향이나 가치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박봉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2000년대 초부터 개혁에 많이 이바지하려 노력하는 간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박봉주 내각 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것은 김정은도 그가 하는 일에 대해서 불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이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 경제가 요즘에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박봉주 내각 총리도 이와 같은 경제개선을 초래한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보니까, 박봉주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편입된 것을 보면 김정은이 앞으로도 조심스럽게 개혁을 하겠다는 기미처럼 보입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공식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 의미는 뭘까요?

란코프: 이번 제7차 당대회에서 새로 승진한 간부들 가운데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니까 예외가 있습니다. 그 예외는 바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입니다. 그러나 그가 지금 당 선전선동부부부장으로 활동하는 것은 어느 정도 김씨 일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 가족과 친족들을 어떤 간부보다 신뢰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제가 보니까 앞으로 김여정 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친족과 가족들이 앞으로 고위직에 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에 야심찬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제시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목표 수치는 제시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현재 국제적 고립상태의 북한이 과연 이런 경제계획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구체성이 없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상 북한은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이야기했지만 이러한 계획을 실시할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이번 대회의 기본 목적은 벌써 말한 바와 같이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김일성 시대에 구소련을 흉내낸 5개년 경제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이 이러한 계획을 선언했습니다. 5개년 계획에 구체성이 없는 이유는, 북한의 경제상황에서 이러한 5개년 계획은 유명무실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경제를 움직이는 세력은 개인경제, 즉 장마당 경제, 장사입니다. 요즘에 독립채산제 덕분에 개인 돈주와 갈수록 비슷해지는 지배인들의 노력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을 시대착오적인 경제개발계획으로 관리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경제문제를 다룰 때 우리식 경제관리법 확립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식 경제관리법’은 사실상 장사꾼이나 돈주, 독립채산제의 도입 등 독립경제세력을 촉진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기자: 일종의 시장경제적 요소라고 할 수 있나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이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물론 핵무기 개발 때문에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 없어서 고도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5개년 계획은 이러한 경제발전을 도와주기는커녕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진짜 5개년 계획을 실시할 생각마저 없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이번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국내적으로 당과 군의 권력 장악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더 중요한 것은 인민생활의 획기적 향상이나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실질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 아닐까요?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김정은 시대 인민생활이 어느 정도 김정일시대보다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려운 시대가 시작했다고 생각됩니다. 북핵 개발이 초래한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은 외화벌이를 비롯한 경제활동 조건이 많이 열악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김정은 정권이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그 정답을 알 수 없습니다. 물론 김정은 정권이 주민생활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면, 인기가 많이 있을 겁니다.

기자: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36년 만에 당대회를 개최해 자신의 독재체제를 한층 굳혔는데요. 그가 병진노선을 포함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하는 등 나름의 국정 청사진을 내놓았는데요. 향후 가장 큰 걸림돌은 뭘까요?

란코프: 북한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걸림돌이 참 많습니다. 제일 큰 걸림돌은 아마 해외투자 유치입니다. 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해외투자를 관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북한은 해외에서 자본과 기술을 유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때문에 고도경제성장이 불가능합니다. 해외투자가 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핵개발을 어느 정도 둔화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지금 장사로 알려진 개인경제활동 및 사실상 사유자산을 인정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물론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이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북한 경제란 기차에서 기관차가 된 장사가 더 잘 할수 있도록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걸림돌이 많이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제7차 당대회는 이 걸림돌을 없애 버리는 일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기자: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