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관해 좀 더 살펴봤으면 합니다. 김정은이 지금처럼 자기 명령에 토를 달거니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무자비하게 숙청한다면 북한의 정부와 군, 당의 엘리트 계층의 동요도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이것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역사를 보면 이와 같은 공포정치에 당한 지배계층은 정말 동요도 있을 수 있고, 공포심 또한 많을 수 있습니다. 정말 이와 같은 공포 정치 때문에 북한 간부들은 오히려 체제를 반대할 생각을 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이 지금 김정은 정권에 반대하지 않는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에서 지배계층의 개싸움과 같은 충돌이 노출된다면 인민들도 체제에 대한 공포가 많이 없어지고, 결국에는 혁명을 발발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북한의 지배계층은 가능한 한 조심스레 내부 갈등과 대립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지배계층은 자신들이 김정은에 의해 죽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되면 체제에 도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체제가 그들을 죽이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김정은은 이제 30대 초반의 아주 젊은 지도자인데요. 그런 벌써부터 공포정치를 행사하는 걸 보면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원로 당, 군 간부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봐야 되겠죠?
란코프: 제가 보았을 때, 김정은의 기본적인 장점은 가족 배경입니다. 북한의 경우, 김일성의 후손이면 어느 정도 나라를 통치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말씀 드린 것과 같이 북한의 고급 간부들 가운데 김정은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상식은 김씨 출신이 아니라면 주민들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너무나도 잘 사는 남조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반정부 운동이 발발한다면, 최고 지도자들을 비롯한 소수 지배계층의 교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가 붕괴 및 남북 흡수 통일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무서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의 고급 간부들은 젊은 김정은의 권력을 많이 인정하였습니다. 그들에게 김정은이라는 젊은 사람은 어느 정도 현상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인물입니다. 북한에서 국가 붕괴 및 남북 흡수통일의 가능성이 없다면 북한의 지배계층은 김정은과 같은 사람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현황을 감안했을 때, 김정은 외에 현재 대안은 없습니다.
기자: 남한 국정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최근까지 70명의 고위 간부가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혹시 이런 김정은식 공포정치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론 체제 자체를 흔들어 급변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다시 말해서 고위 간부들이 자신들도 언제 숙청될지 모르는 집단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급작스러운 정변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란코프: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이중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정부에 대한 불만과 적대감을 많이 확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북한에서 고급 간부들이나 장성급 군인들은 숙청을 당했을 때도 많이 죽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김일성은 1930년대 만주에서 함께 빨치산 활동을 했던 사람들을 죽이고자 한 마음이 없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김일성 시대의 고급 간부들은 숙청을 당하였을 때도 자신의 생사에 대해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일성 시대에 북한에서 숙청을 당한 간부라도 몇 년 동안 별 문제 없이 유배생활을 하고 나면 완전히 복귀할 수도 있었습니다.
김정은 시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고급 간부라 하더라도 죽임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고급 간부들은 김정은 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체제에 도전하거나 해외로 망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권력 기반 강화를 위해 시작한 공포 정치는 역효과를 일으킬 것입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우리는 이렇게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기자: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 나선지 3년째인데요. 선친 김정일에 비해 그의 통치방식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란코프: 김정은 정권은 그의 아버지 정권에 비해 다른 장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편으로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농업 개혁을 비롯한 경제 관리 개혁을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경제성장이 가속화되고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20여년 전에 비해 비교적 잘 살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경제 담당 간부들을 별로 많이 바꾸지 않았고, 처형 또한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상은 인민군입니다.
기자: 지금 말씀하신 대로 인민군 장성들이 숙청을 당했지만 경제 관료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네요.
란코프: 하지만 김정은이라는 사람은 감정기복이 심하고 즉흥적인 사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보다 더 잔인한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그는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을 죽일 필요가 생기면 도덕적인 책임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재 이런 희생자들은 압도적으로 극소수의 지배계층 출신입니다. 물론 이러한 현실은 나중에 바뀔지도 모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이 시간에선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