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선교사 체제 위험인물 간주”

0:00 / 0:00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북한에 선의의 목적으로 들어갔다가 간첩혐의 등으로 무고하게 체포된 사람들 문제를 살펴봅니다. 보도를 보면 북한은 지난 4월 한국계 미국인으로 김동철 목사를 국가전복음모와 간첩행위 혐의로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북한은 김 씨 뿐 아니라 지난 3월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게도 같은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잎서 작년 12월엔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의 혐의를 보면 하나같이 '국가전복음모' '간첩혐의' 등인데요. 과연 북한이 내세운 이런 혐의를 믿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이것은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북한의 경우 체제유지를 위해서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활동을 금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세계거의 어디에서든지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신문사나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권위주의 경향이 심한 나라라고 해도 국민들이 대통령이나 고위급 공무원들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안됩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국가 대부분은 종교활동의 자유가 있습니다. 누구든지 믿고 싶은 종교를 믿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슬람 등 일부 국가에서 국교로 인정받은 종교가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 특정 종교 외에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슬람을 믿는 중동에서 이러한 나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종교가 없습니다. 국가보위부가 만든 사이비 종교단체 몇 개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주체사상만 믿고, 김정은을 비롯한 김씨 일가를 하느님처럼 생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이러한 믿음을 유지하기 위한 제일 확실하고 믿을만한 방법은 외부세계의 사정을 알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외부 생활을 알 수가 없고, 주체사상이 아닌 다른 사상을 잘 알 수 없어야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종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 위험한 사람들입니다.

기자: 임현수 목사의 경우 지난 20년 간 100회 이상 드나들며 대규모 인도주의 사업을 펼쳐왔는데요. 이런 임 목사에게 그런 혐의를 뒤집어씨운 까닭은 뭘까요?

란코프: 우리는 아직 그 사건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의 입장에서, 북한 사람들과 관계를 많이 맺고 그들을 많이 도와주어서 그들의 신뢰를 얻은 사람은 매우 위험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느 정도 역설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선교사는 북한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도주의 사업을 많이 할수록 위험이 많습니다. 선교사들이 많은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외부세계의 소식이나 북한체제의 허구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북한이 이런 사람들한테 장기 노동교화형을 내린 것은 체제에 대한 불안심리일까요?

란코프: 글쎄요. 최근에 북한에서 미국 교포 출신 선교사나 인도주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옛날보다 더 많이 체포되고, 감옥으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는 북한 당국이 체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말하면 북한 당국은 선교사라면 누구든지 위험하게 생각할 근거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원래부터 그들의 활동을 차단하려 애를 썼습니다.

기자: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미국인 가운데 일부를 풀어준 일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미국인 매튜 토드 밀러와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선교사에겐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각각 노동교화형 6년과 15년을 선고했지만 2년 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방북을 계기로 두 사람을 전격 석방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이들 미국인의 석방을 인질로 삼아 미국 측의 정치적 대가를 요구하는 것 같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사실상 북한당국자들이 외국인에게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것은 어느 정도 경고에 불과합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러한 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거의 다 짧은 기간 안에 석방되었습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북한에서 체포된 외국인들은 북한 국민이 가는 일반 노동교화소로 절대 보내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가는 교화소는 따로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외국인들이 가는 교화소는 따로 있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사실상 개인용 교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감옥이지만 북한 주민들이 수감된 감옥과 하늘과 땅 차이가 납니다. 이 사실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자들이 사실상 외국인들을 조만간 석방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외국인 죄수인을 조만간 석방할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일반 교화소에 수감되지 않는 이유는 왜 그럴까요? 그것은 외국인들이 지옥과 같은 북한 감옥의 너무 열악한 조건을 직접 볼 수도 있고, 그곳에 있는 북한 죄수들과 위험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1960년대 말까지 북한에서 외국 죄수라도 북한 정치범과 동일한 대우를 했습니다.

기자: 그렇습니까?

란코프: 네, 당시에 북한에서 몇 명의 외국인들이 체포되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북한에서 김일성노작 등의 번역사업을 맡은 서양 공산주의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주체사상이 마르크스주의의 진실을 왜곡했다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주체사상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을 표시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은 체포되고 북한 정치범과 똑같이 관리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석방되고 출국된 사람들도 있었고, 그냥 감옥에서 옥사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외국인들을 체포할 경우 그 기본 목적은 그들에 대해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 뿐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사람들은 외교에서 인질로 쓰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