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7차당대회 후에도 대외정책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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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최근 7차 당대회가 끝났어도 대외정책에 있어서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처럼 대외정책을 바꾸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제일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정권은 어떤 것보다 체제 안전을 필요로 합니다. 사실상 북한 정권은 자신들이 변화를 시작할 경우에도 이와 같은 변화가 있다는 것마저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일성 사망 이후에 북한 정권의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는 현상유지 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체제에서 변화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한다면 김일성 시대 체제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겁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은 김일성 시대 북한 사회와 정치는 완벽하다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 주민들이 이 주장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면 북한이란 국가와 체제가 동요하기 시작할 지 모릅니다. 북한 고위계층은 권력과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라의 체제의 안전을 지켜야 됩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사실상 농업에서도, 공업에서도 조용하게 중국식 개혁과 매우 비슷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원칙은 설령 변화가 있어도 변화가 없는 척 하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틈만 나면 미국에 대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거론하면서 먼저 미국이 이 정책을 철폐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북한이 주장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무엇이고, 북한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인가요?

란코프: 북한 국내 언론은 미국이 북한을 침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 대부분은 북한에 대해서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북한이라는 나라는 자신들과 다른 독재 국가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재국가보다 더 나쁜 특징을 가진, 즉 가족이 대를 이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독재국가입니다. 미국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를 훌륭한 체제라고 생각하고 민주국가가 아닌 나라에 대해선 적대감은 아니라도 의심이 많습니다. 이것은 바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북한에서 많은 힘이 있는 사람들은 말로는 미국을 욕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을 꿈까지 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참 웃기는 환상입니다. 북한의 경우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 핵문제입니다. 북한 권력층의 논리나 세계관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핵을 개발한 이유를 알 수 있지만 핵개발 자체는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의 외교 정상화의 길을 거의 가로막았습니다. 둘째 이유는 물론 북한 지배계층은 국내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실시한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정당화할 명분으로 곧잘 내세우는 게 핵과 탄도 미사일 개발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근본적 동기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물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근본적인 동기는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억제 수단입니다. 두 번째는 외교 협박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진짜 외국의 공격에 대해서 공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하고 이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다른 나라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또한 정권유지가 가능합니다. 핵무기가 없었더라면 북한은 성공적인 외교를 못 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역사적으로 각종 도발을 통해 양보를 얻어내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왔는데요. 이런 전술이 과거와 달리 지금은 별로 통하지 않지요?

북한의 이런 전술이 성공할 가능성이 많이 줄었습니다. 국제사회가 원래 북한에 양보를 한 이유는 북한이 조만간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희망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옛날과 달리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기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장기적으로 말하면 미국에서 다음 선거 이후 현재 민주당 행정부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백악관 주인이 될 새 대통령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잘 모를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2-3년 이후에 다시 한번 북한의 희망대로 관계 개선에 나설 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와 같은 벼랑 끝 전술이 성공할 전망이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유는 약속을 한 두번만 지키지 않는다면 어느정도 신뢰를 유지할 수 있지만, 북한처럼 했던 약속을 지속적으로 어긴다면 신뢰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현재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도발 때문에 유엔의 경제제재는 물론 가까운 이웃 중국, 나아가 러시아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근본 목적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이미 북한 지배계층이 국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하는 기본 목적으로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해외에서의 공습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혁명이 발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핵무기는 정권유지를 위한 수단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얼마 전까지 북한이 벼랑끝 전술로 해외에서 적지 않은 지원을 얻을 수 있었고, 또한 핵무기가 있어야 이런 벼랑 끝 전술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핵무기는 순수한 군사적인 수단 뿐만 아니라 북한의 협박외교를 위한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