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이 시간을 통해서 북한의 신흥 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는 돈주들의 이모저모에 관해 살펴보고 있는데요. 돈주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북한체제를 감안할 때 놀라운 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이들 돈주들이 아파트 건설에 돈을 대기도 하고 그렇게 얻은 아파트를 사고 팔기도 하며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한 마디로 돈주들이 막대한 돈을 무기로 도매업과 소매업은 물론 개인 살림집도 거래하고 돈놀이 사업까지 하고 있다는 뜻인데요. 오늘날 이처럼 북한에서 돈주가 이처럼 성행한다는 것은 북한에도 사적인 금융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시장경제는 금융 없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돈을 국내외로 보내거나, 외화를 국내 돈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국가 은행은 사실상 쓸모가 별로 없습니다. 북한의 돈주들 뿐만 아니라 소규모 장사를 하는 사람들까지 송금을 하기도 어렵고 필요한 돈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돈주들 중 일부는 금융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돈 장사라고 합니다. 그들은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국내외 송금을 관리하는 등 다양한 돈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에서 돈장사는 가장 이율이 높은 장사입니다.
기자: 이게 남한에서 말하는 일종의 고리대금업이라고 할 수 있나요?
란코프: 적어도 매년마다 60~70%입니다. 전에는 더 높았습니다. 보통 매월 5~10%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돈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큰 밑천이 있어야 합니다. 많지 않으면 못 합니다. 따라서 돈장사를 성공적으로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돈주들입니다.
기자: 돈주들이 20년전부터 태어났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더욱 성행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혹시 김정은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허용하는 걸까요? 만일 알고도 허용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러한 사실을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돈주들의 활동을 다 없애버려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벌써 말씀드린 대로 지금 북한 정부는 과거처럼 국가차원에서 인민들에게 배급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돈주를 비롯한 시장 경제를 허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모든 돈주들을 단속한다면 2~3일 후 북한의 경제가 멈추고, 한 달이나 두 달 뒤에는 제2차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기자: 돈주들을 단속하게 되면 북한 경제가 멈춰서 제2차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만큼 돈주들의 힘이 상당히 세다는 방증이겠군요?
란코프: 맞아요. 이만큼 돈주는 중요합니다. 그 정도로 돈주들의 힘이 커졌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옷은 압도적으로 돈주들의 장사를 통해 해외에서 건너옵니다. 평양에 새로 생긴 집들도 국가의 돈이 아닌 돈주들의 돈으로 건설됩니다. 수많은 경우 국가 기업소라고 해도 돈주들에게 돈을 빌려 받는 등의 다른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에서 외화벌이를 주도하는 세력은 누굴까요? 바로 국가와 협력하는 돈주들입니다. 만약 이러한 돈주들이 없어진다면 시골의 아주머니가 강냉이 밥을 먹을 수 없게 되고, 김정은을 비롯한 특권계층의 사람들은 프랑스산 술이나 일본의 스시를 즐기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돈주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그들에 대한 단속을 많이 하려고 한다 해도 결국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달리 시장경제에 대해 거부감이나 적대감이 별로 없습니다. 돈주들을 위험한 세력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자: 사실 과거 김정일 시대에 시장경제의 확산을 막기위해 장마당을 폐쇄하려다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네, 사실상 북한정부는 돈주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자: 지금 교수님 말씀 들어보면 오늘날 북한 경제는 더 이상 공산주의 경제가 아니네요.
란코프: 물론 군수산업 등은 아직 국가사회주의 경제입니다. 하지만 지금 다른 경제는 개인경제, 돈주들이 움직이는 경제, 장사꾼들이 하는 경제가 대부분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에서 이처럼 돈주들이 성행한다는 것은 뇌물과 불법이 성행하고 있다고 봐야죠?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대로 그들은 사실상 불법이지만 정부는 그들을 감시하거나 통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지도 없습니다.
기자: 그만큼 돈주들의 역할, 장마당이 북한 주민들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서 북한 당국도 어찌할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이들을 단속하면 북한 경제가 무너질 정도로 심각하다는 뜻이네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지금 시장 경제가 없어진다면 북한이란 나라가 무너질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을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돈주들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 정부도 이들을 단속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기자: 남한의 북한 전문신문 데일리 NK 보도를 보면 북한 장마당에서 매대 좋은 것을 하나 구하려면 미화로 약 6백 달러를 줘야 한다고 하는데요.
란코프: 더 비쌀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양이나 청진에선 더 비쌀 수도 있습니다.
기자: 네, 그러니까 장마당에서 매대 하나를 사면 그만큼 돈을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그럴텐데요. 그만큼 북한 사람들도 돈 맛을 알았다고 봐야죠?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 경제의 중심지는 내각보다 장마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런 돈주들이 북한에서 성행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과거 개혁, 개방을 먼저 했던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도 돈주들이 성행했는지 궁금한데요?
란코프: 네, 조금 다릅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돈주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국가가 개혁과 개방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한 다음에야 생겨났습니다. 그들은 국가가 묵인한 세력이 아니라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키운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돈주들은 북한 정부에 의해 사실상 인정을 받고 있지만, 그 기원을 찾아보면 자발적으로 탄생한 세력입니다. 바로 그 점이 중요한 차이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