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결국 논란이 돼온 사드(THAAD),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결정에 북한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란코프: 물론 이번 결정은 갑작스런 일이 아닙니다. 벌써 몇년 전 부터 사드배치에 대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마지막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북한은 이런 결정에 맞서 공격위협까지 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의 이런 대응도 갑작스런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은 자신의 불만을 표출할 수밖에 없지만 처음부터 사드 배치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은 사드 배치지역에 대한 무자비한 불벼락을 내리겠다고 협박했는데요. 이런 협박을 실행에 옮기긴 힘들다고 봐야 겠죠?
란코프: 물론 옮기긴 힘들 겁니다. 북한은 항상 협박을 많이 하는 나라가 아닐까요?
기자: 북한은 2006년 9월 1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최근까지 4차 핵실험까지 했고, 그 사이 탄도 미사일 실험도 많이 해왔는데요. 북한의 이런 도발만 아니었다면 한국이 이처럼 THAAD를 배치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는데요. 그런 점에서 북한이 원인제공을 한 것 아닌가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 말부터 핵개발을 결정했습니다. 그 뒤 북한은 2006년 이후 대 핵 실험을 계속 해왔고 요즘 들어선 탄도 미사일 실험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미사일이란 운반수단 없이 핵무기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운송수단이 꼭 있어야 합니다. 북한의 핵잠재력은 세월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미국처럼 북한과 관계가 안 좋은 나라들은 이를 직접적인 위협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자: 즉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을 촉발한 데는 결국 북한의 핵개발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된 거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개발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됐습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전적으로 북한의 증대되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런 한국 측 주장에 동의합니까?
란코프: 동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 있습니다. 세계정치 역사는 여러나라의 대립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나라가 다른 적대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면 공격을 당할 나라는 불가피하게 방어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은 공격을 준비하는 나라는 사실상 군사력이 많이 약해집니다. 그러나 이번 사드조치는 남한 정부 입장에선 방어적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남한이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나라로 생각하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사드배치는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선 사드 배치는 북한의 군사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정책인 것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사드가 배치되면 북한의 군사력이 약화될 수도 있기 때문인가요?
란코프: 물론입니다. 군사전략에서 방어무기와 공격무기를 구별하기란 사실상 어렵습니다
기자: 북한이 사드 배치에 맞서 5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 등 더욱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많겠죠?
란코프: 제가 보니까 사드 배치는 그리 중요한 변화가 아닙니다. 사실상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하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을 결정했습니다. 그러기에 북한은 사드 매치와 무관하게, 사드 배치가 있던 없던 핵과 미사일 개발과 실험을 계속할 것입니다.
기자: 즉 북한은 사드배치와 상관없이 언제든 필요에 따라 핵실험이든 탄도미사일 실험이든 할 것이라는 뜻이죠?
란코프: 제가 보니까 제5차, 6차, 7차 핵실험은 앞으로 몇 년 내 가능할 것입니다.
기자: 이번 사드 배치로 향후 남북관계, 나아가 미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란코프: 지금도 대화가 없는 데 없는 것에 어떤 영향을 주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사실상 북미관계는 지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란코프 교수님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현직 관리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이들은 북미대화에 관심이 없던가요?
란코프: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현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를 할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대화를 포기했나요?
란코프: 대화는 일시적으로 포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 바뀔 수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해봐야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군요?
란코프: 네, 그게 기본 태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미국 관리 대부분은 북한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대북제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무부와 국방부와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말하면 미국의 주류 생각은 대북제재 뿐입니다. 미국 관리 대부분은 지금 대북제재, 북한에 대한 압력이란 강경노선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기자: 이번 사드 배치결정과 관련해 특히 중국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한국을 상대로 상당한 외교적 노력을 펼치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결국 한국은 중국보다 동맹인 미국을 택했는데요. 미국과 동맹관계인 한국 입장에선 불가피한 결정이겠죠?
란코프: 불가피한 결정인지 모릅니다. 물론 그 논리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남한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외교성공보다 군사적 안전이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좋지만 제일 큰 문제는 수많은 남한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는 북한 핵, 미사일을 차단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