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미국 민주당이 최근 전당대회에서 북한을 “가학적 독재자가 통치하는 지구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이라고 규정한 정강정책을 공식 채택했는데요. 이걸 보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의 대북정책도 강경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봐야죠?
란코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지난 8년동안 민주당은 미국에서 여당, 즉 현직 대통령이 민주당 사람인 버락 오바마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큰 힘을 보태는 세력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 가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 1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습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다음 선거 때 성공할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같은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자신의 사고방식 및 정치 의견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제재 및 경제적 압력을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 노선이 주류입니다. 민주당 힐러리 후보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북한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를 제일 중요한 국제문제로 결코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핵을 개발 중인 북한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보다 여기서 더 나가 더 결정적인 행동을 할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앞서 공화당도 18일 정강정책에서 “북한의 핵 확산 활동에 대한 완전한 책임 촉구와 더불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무기 프로그램 해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이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도 대북노선이 훨씬 강경해질 것이란 뜻 아닙니까?
란코프: 현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감정적이고 하루아침에 자신의 의견과 정책을 180도로 바꿀 수 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의 정책을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한편으로 트럼프 후보는 고립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그는 미국이 대외문제에 적극 관여하기 보다는 국내의 경제 성장 및 과학기술 진보를 더 중요시하게 생각합니다. 다른 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가 세계 무대에서 미국인들을 잘 보호하지 못하고,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나 세력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미국을 위협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고려하면,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상반되는 두 가지 노선 중 어느 쪽으로 흐를 지 알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트럼프는 고립주의 정책에 따라 한반도문제를 무시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그는 남한에서 미군의 철수까지 가능하다는 암시까지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이 핵개발을 빨리 하면 좋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편으로는 북한의 핵개발이나 장거리미사일을 바로 미국을 위협하는 행위로 볼 근거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지금처럼 단순한 경제제재보다는 훨씬 더 결정적인 수단을 쓰고, 북한을 처벌할 생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측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제가 볼 때 민주당의 승리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예측할 수 있지만,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에는 믿을 만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기자: 그러니까 클린턴이 당선되면 좀 더 예측가능한 대북정책이 가능하지만 만일 트럼프가 당선되면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트럼프의 경우 한편으론 한반도에 사실 관심이 없어 고립주의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북한 핵무기 개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미국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보기 때문에 무력 공격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기자: 공화당은 정강정책에서 북한인권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즉 “북한 주민의 인권이 제대로 정립되기를 바란다”며, 북한을 “김씨 일가가 통치하는 노예 국가”로 지칭했는데요. 이걸 보면 공화당의 대북 정책이 민주당보다 훨씬 강한 기조를 띤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란코프: 벌써 말한 바와 같이, 공화당의 세계관을 보면 심한 모순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미국 정치와 사상을 더 열심히 믿고, 북한처럼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나라를 민주당보다 더 싫어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대외정책에서 무력 공격을 훨씬 선호합니다. 그러나 현재 공화당의 고립주의 경향도 심합니다. 트럼프 후보자의 고립주의 때문에, 공화당은 해외 국가의 문제는 미국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미국은 사상 때문에 해외무대에서 군사작전이나 비싼 외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때문에 그들이 북한 정권을 민주당보다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북한정권을 그냥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는 집권하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할 용의를 피력한 바 있고, 이걸 근거로 북한은 은근히 트럼프의 당선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정강정책의 대북 기조를 보면 북한의 기대가 헛된 꿈이라는 걸 알 수 있죠?
답: 트럼프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 말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정치 노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입니다. 트럼프는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여러 번 왔다갔다 하는 정치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는 정말 당선되면 북한과 회담을 실시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문제는 트럼프 후보 역시, 거의 모든 미국 정치인들처럼 회담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은 북한 비핵화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어떤 조건이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트럼프가 이 사실을 깨달으면 어떻게 반응할 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이와 같은 태도를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북한을 보다 더 큰 위협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회담 시도는 사실상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