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워싱턴 현장을 방문해 전현직 관리들을 두루 만나보신 것으로 압니다. 현재 북한 핵문제 등 북한 현안에 대한 미국조야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란코프: 이번에 이 질문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워싱턴에서 강경 노선은 주류입니다. 지난 20년동안 미국에서 북핵 문제를 회담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온건파가 활동해 왔지만, 요즘에 거의 사라졌습니다. 미국 정치가, 외교관들은 대북제재를 함으로서 북한 지도부에 압력을 가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을 줄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 의견에 거의 동의하지 않지만, 지금 워싱턴의 대북정책은 강경파들이 지배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는 현재 대화보다는 제재 쪽인데요. 전통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선호하는 국무부 입장도 비슷합니까?
란코프: 어느 나라에도 외교관들은 최고 권력자의 뜻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것은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에서도 그렇고, 북한과 같은 세습독재국가, 즉 절대왕국에서도 비슷합니다. 지금 국무부에서 제재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그들은 입을 열 수 없습니다. 그들은 국무부 간부들이니까, 행정부의 전략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이 전략은 지금 강경파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기자: 오바마 행정부 초기만해도 북한 핵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처럼 관심이 뚝 떨어진 까닭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이유는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객관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주관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이유는 지난 1-2년 동안 세계상황이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주혁명을 인정하지 않고, 오래 전부터 반우크라이나 감정이 많은 크림반도를 합병했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동맹국가인 필리핀 및 사실상 동맹국가인 베트남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동에서는 IS 즉 이슬람국가처럼 근대 세계의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는 극단적인 종교 운동, 즉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은 날마다 강해지고 있습니다. 근래 유럽은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대량 이민 및 테러 사건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들 문제는 북한보다 훨씬 더 중요하니까, 처음부터 대외정책을 그리 중요시하지 않아 온 오바마 대통령은 보다 더 중요한 위기를 해결 및 관리하기 위해서 북한을 어느 정도 무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문제에 대해 관심이 떨어진 이유는 또 하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년의 집권 경험 상 북핵문제를 하루아침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내년 1월까지 임기가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 문제처럼 해결이 힘든 것 보다는 역사교과서에 남아 있을수 있는 자신의 외교적 유산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보다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중요시합니다. 예를 들면 그는 쿠바와 외교를 정상화했기도 하며, 이란과 어려운 타협을 이루었습니다.
기자: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핵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먼저 보이라면서 소위 '전략적 인내' 란 접근을 유지해왔는데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평가합니까?
란코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정책이 아닙니다. 물론 비핵화를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북한 정권은 핵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보일 의지가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해결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문제를 보지 않은 척하는 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말하면 이 정책을 제외한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북한과 회담을 통해서 비핵화를 할 수도 없고, 북한이 대북제재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에서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말은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는 온건파도, 강경파도 이룰 수 없는 목적입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 지난 몇년 간 회담을 갖지 못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는 계속 증강되고 있는데요. 이것도 문제가 아닐까요?
란코프: 물론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한 관영 언론이 이것을 언급하지 않지만, 북핵개발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위협하는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기본 목적은 불가능한 비핵화보다 가능한 핵 동결로 바뀌어야 합니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과 회담을 통해서 타협을 이루고, 북한이 핵을 더 개발할 수 없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이 정책에 따른 현실주의적인 목적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 문제 관리입니다. 문제는 미국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이와 같은 정책은 너무 위험한 전례를 만드는 것일 수 있습니다.
기자: 최근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이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데요. 그 때문에 미국이 종전처럼 북한 핵문제 등과 관련해 미국의 협조를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을까요?
란코프: 글쎄요. 솔직히 말해 한반도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효과적인 협력은 너무 어렵습니다. 중국도 미국도 북한 정권을 싫어하고 중국도 미국도 북한 핵 개발을 위험한 모험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들 두 강대국은 한반도나 북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 때문에 협력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요즘에 사드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충돌 때문에 미-중 관계가 많이 긴장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에 지나친 압력을 가할 이유를 느끼지 못합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전략적인 가치가 높은 완충재입니다. 중국은 북핵을 문제로 삼고 있지만, 북한정권을 흔들리게 할 수 있는 경제압력을 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사실상 북한의 무역을 독점해 오고 있습니다. 북한 무역 구조를 보면, 압도적으로 중국과의 무역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대북제재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대북제재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