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 경제로 제재 견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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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최근 ICBM 시험발사에 맞서 북한 수출을 전면봉쇄하는 등을 골자로 한 안보리 결의 2371호를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제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이 큰 고통을 느끼겠죠?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제가 보기에 이 번 제재 역시 별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먼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통해서 달성하려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만일 제재를 통해서 북한정권이 핵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제가 보기에 착각에 불과합니다. 북한 지도자들은 핵개발을 체제유지와 권력유지의 근본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엄격한 제재를 받는다고 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제재가 비핵화라는 효과를 초래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북한에 혹독한 경제 제재가 가해졌지만 아직 북한 경제에 생각만큼 심각한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여전히 매우 어렵게 사는 나라이지만 지난 10년동안 북한 인민들의 생활수준이 좋아지고 있는 조짐이 많이 보입니다. 제가 볼 때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식 시장경제의 성장입니다. 물론 제재가 없었더라면 북한경제가 지금보다 더 빨리 성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경제가 좋아지고 있는 것은 바로 북한 식 시장경제, 장마당의 성장 덕분입니다.

기자: 북한이 혹독한 제재 속에서도 지난 10년 인민들의 생활이 좋아졌다고 했는데요. 이와 같은 경제상황개선을 초래한 것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제일 중요한 요인은 제일 먼저 북한식 경제개혁이라 할 수 있는 장마당의 등장입니다. 북한에선 김정일시대, 즉 고난의 행군때부터 장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식 자본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북한 정권은 시장경제에 대한 태도를 많이 바꾸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주체식 사회주의를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상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 경제성장을 묵인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권장하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물론 중국의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상 중국이 북한과 무역을 하지 않고 북한에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면, 북한 경제가 지금처럼 좋아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까닭이 결국은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의 도입 때문이군요.

란코프: 맞습니다. 기본 이유는 북한경제의 시장화입니다. 자본주의 경제, 즉 시장경제는 세계 어디에나 효과가 있습니다. 효과가 많은 나라도 있고, 효과가 그리 많지 않은 나라도 있지만 어디에나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경제보다는 효과가 많습니다. 지난 5-6년 동안 북한정부는 북한 식 시장경제인 장마당을 권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북한에서 새로 짓는 아파트가 많습니다. 그 아파트는 국가의 돈으로 지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국가의 돈으로 지은 아파트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 돈입니다. 외화벌이 사업은 돈주 덕분에, 즉 북한식 사업가, 자본가 덕분에 많이 활발해졌습니다. 물론 시장경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완벽한 경제 체제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빈부격차가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의 기본장점은 경제성장을 불러오는 힘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세계 어디에나 사회주의 경제가 망하고 자본주의 경제가 승리했습니다. 시장경제는 중세 봉건주의 경제를 무너뜨리고, 도전자인 사회주의 경제도 마찬가지로 무너뜨렸습니다. 김정은시대들어 북한정권이 장마당 시장경제를 과거처럼 탄압하지 않게 되자, 주민들의 생활도 많이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사람들을 포함, 동아시아 사람들은 시장경제를 잘 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한국인이든 일본사람이든 중국사람이든 베트남사람이든 민족주의 정신이 있기는 하지만, 제가 볼 때 그들은 매우 중요한 특징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 특징은 근면하고 슬기로운 민족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이나 베트남은 생활을 많이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북한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기자: 이번 대북제재와 관련해 중국은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조치에 호응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파국을 맞을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아직 잘 모릅니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한편으로 보면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절대 지지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중국은 북한에 지나치게 엄격한 제재를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매우 엄격한 제재를 가할 경우 북한경제가 붕괴되고 북한 국내에서 정치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위기는 바로 반체제 봉기나 음모를 의미합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 북반부에서 혼란이 생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중국 입장에서, 핵을 개발하는 북한이 더 나쁠까요 아니면 흔들리기 시작하고 무너지는 북한이 더 나쁠까요?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의 국가 이익을 감안하면 그 대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핵을 개발하는 북한이 체제가 흔들리는 북한보다 덜 나쁩니다. 중국은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부분이 희망하는 포괄적이고 엄격한 제재에 적극 가담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월4일 영국의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중국이 대북제재를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시행한다고 다짐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맞아요. 중국 외교부장도 그렇게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든 외교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특히 민주국가가 아닌 나라의 외교관은 더욱 그렇습니다. 민주국가 외교관들도 가끔 거짓말을 하지만 비민주국가나 독재국가의 외교관들은 거짓말을 많이 합니다. 특히 공산주의 국가들의 외교관들은 거짓말이 아주 심합니다. 그러나 이번 왕 부장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당연히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개발을 어렵게 하는 대북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은 북한에서 정권붕괴나 혼란을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북한의 핵개발도 원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다소간 북한과의 무역을 감소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지금보다 조금 더 엄격한 압박을 북조선에 가하는 정책을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희망은 북한경제가 진짜 휘청거리게 만드는 제재입니다. 중국은 이런 제재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도 물론 북한경제의 어려움을 초래할 강력한 제재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 체제가 흔들릴 정도로 강한 제재를 실시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