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도 북한에 대한 유엔의 강력한 제제와 관련해 말씀 나눠보겠는데요. 사실 유엔의 최근 체제는 북한의 숨통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원유수입 만큼은 제외됐는데요. 여기엔 중국의 역할이 작용했다고 보는데, 만일 북한이 또다시 도발할 경우 유엔의 원유수입 중단에도 중국이 가세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란코프: 현재 북한에 원유를 제공하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뿐입니다. 러시아는 원유를 국제가격으로 수출하고 있지만, 중국은 매우 싼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정부는 대북 원유 수출을 국제무역이라기보다 대북 원조라고 주장합니다. 중국이 원유 제공을 중단할 수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중단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옛날보다 원유를 덜 제공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유는 비슷합니다. 북조선은 중국에서 원유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면 북한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결국 북한 경제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고, 다시 한번 고난의 행군과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벌써 말씀드린 바와 같이, 중국은 북조선 내부 위기를 자국의 매우 큰 위협처럼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제가 보기에 중국의 대북원유 제공은 규모가 적어질 수 있지만, 완전히 중단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원유가 덜 공급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살기가 어느 정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어떤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도를 거듭 천명한 상태인데요. 북한은 왜 제재를 계속 받는 길을 선택한 것일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북한 지도부는 체제 유지와 권력 유지를 위해서 핵개발과 미사일개발이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소위 병진노선을 통해 지난 5-7년 동안 핵무기 발전 뿐만 아니라 경제개발을 이룰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나빠졌어도 그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좋아하든 싫어하든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야 합니다. 이것은 북한 인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인민은 제재가 없다면 훨씬 더 큰 생활수준의 향상을 이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 인민들은 지도부의 정치노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지도부의 정치노선은 핵개발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체제유지의 기본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경제상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대북제재는 불가피해도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도 많은데요.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봅니까?
란코프: 개인적으로 저는 북한경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북한이 핵, 미사일 기술을 얻기 어렵게 하는 제재는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제재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상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절대 북한의 핵무기를 허용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결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만일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에 수수방관한다면 북한 핵개발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핵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이나 일본 등 유관국가 국민들은 북한의 핵개발을 결코 환영하지 않고, 가능하면 가로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북제재가 북핵을 가로막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지금같은 혹독한 대북 제재가 북핵개발을 조만간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대북제재가 별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라고 해도 여론에 따라야 합니다. 그 때문에, 좋아하든 싫어하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최근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도 있음을 공식적으로 표명했지만, 여전히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런 조건 아래 북미대화가 가능할까요?
란코프: 비핵화 자체는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은 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 이유는 미국 측이 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통해 비핵화보다도 군사적 긴장관계를 완화할 수만 있다면 이것은 멀고 먼 미래에서 비핵화를 이룩하기 위해서 첫 걸음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때문에 제가 보기에,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을 보면 비핵화가 선제조건이라는 부분보다 오히려 ‘회담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입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측은 회담을 통해서 긴장을 완화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나 환경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어떤 환경일까요? 북한은 아무 구실이 없을 때도, 상황이 매우 좋았을 때도 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신의 이익 때문에 어떤 타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하루 아침에 심각한 위기를 무릎쓰고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지금 북한의 최고 목적은 바로 미국 대륙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것 뿐만 아니라 배치하는 것입니다. 그 후에 회담에 대해서 관심이 있을 지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이나 남한이 실시하는 대북정책과 무관하게 다른 어떤 것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기자: 남한 문재인 정부도 북한을 대화에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인데요.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되 남한을 배제하는 '통미봉남' 전략을 추구하고 있나요?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북한측은 지난 수십년간 같은 전략을 써 오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남한을 어느 정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근본 문제가 미국과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태도는 지금도 별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온 후부터 북한의 이런 인식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남한정부의 제안을 절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