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신뢰성 문제에 관해 미국 정부에서 북한 담당 특별대사를 지냈고, 지금은 비영리 민간안보전문 연구기관인 '정보 및 국가안보연맹'(INSA) 회장인 조셉 디트라니 (Joseph DeTrani) 대사로부터 들어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은 과거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핵 협정을 체결하고도 준수하지 않아 신뢰성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가장 최근엔 한국계 미국인으로 북한에서 10개월 이상 억류돼 있는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을 위해 북한 측 초청을 받고 평양에 가려던 로버트 킹 북한인권대사의 방북을 막판에 취소해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북한의 신뢰성 문제가 아주 심각하지 않나요?
디트라니: 북한의 신뢰성 문제는 여러 각도에서 봐야 하는 데요. 그런 점에서 가장 최근에 킹 대사의 방북이 취소된 것은 아주 불행한 일입니다. 북한 당국이 지금이라도 재고해서 케네스 배 씨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석방될 수 있도록 킹 대사를 다시 초청하길 바랍니다. 사실 신뢰성 문제를 언급하셨는데 지금 북한엔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 있습니다.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에 들어설 수도 있는 지도부가 있습니다. 최근 개성공단 재개 문제라든가 이산가족재회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엿보입니다. 다만, 케네스 배의 석방 건으로 킹 대사의 방북 계획이 취소된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바라건 데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북한 당국이 킹 대사를 다시 초청해서 배 씨 석방문제를 논의했으면 합니다. 그럴 경우 북한은 신뢰와 신용을 쌓을 수 있을 겁니다.
기자: 오바마 행정부가 1기를 거쳐 2기에 접어들어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엔 북한 핵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데요. 미국은 북한이 최근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제안해도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진정한 의사를 보이지 않는 한 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결국은 북한의 진정성이 문제가 아닙니까?
디트라니: 사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선친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비핵화에 대한 공약을 다시 한번 약속하고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비핵화 문제를 하찮이 여기고, 9.19 공동성명을 무시할 것 같으면 왜 협상을 다시 재개해야 하느냐고 물을 겁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줘야 6자회담 나머지 5개국과 핵 문제를 평화롭게 풀어가겠다는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디트라니: 북한 측 입장에선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라고 봅니다. 우선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따라 궁극적인 비핵화를 할 의사가 있음을 명백히 표현해야 합니다. 당시 성명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를 공약하는 대신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과 경제지원, 나아가 관계정상화까지 담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하면 됩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고, 2005년 나온 9.19 공동성명을 실천한다면 별로 어려운 게 없습니다.
기자: 문제는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행동 없이 북한이 단순히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말로 표시하는 데 만족할 것이냐 하는 점인데요. 이를테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이 북한에 입국한다거나 북한이 농축우라늄 정보를 공개하는 등 뭔가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디트라니: 개인적인 견해론 이렇습니다. 만일 북한이 궁극적으로 검증가능한 포괄적인 비핵화, 나아가 9.19 공동성명을 실천하겠다고 다시 공약한다면 좋다고 봅니다. 실제로 9.19 공동성명에는 지금 언급하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문제에서 검증체제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망라돼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북한이 9.19 공동성명의 합의에 따라 앞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이 정도만 북한이 선언해도 협상을 열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된 것이고, 그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도 움직일 겁니다.
기자: 현재 북한은 9.19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는 비핵화 의지를 표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과 미국 간에는 통 대화가 없을 것 같은데요?
디트라니: 글쎄요. 공식 협상은 아니더라도 이른바 미국과 북한 간에는 뉴욕대화 창구가 있어 비공식 대화를 계속해왔습니다. 이것마저 없으면 북미간에는 대화의 창구가 전혀 없는 것이죠.
기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없는 대화나 협상은 무용론을 펴고 있는데요. 미국이 이렇게까지 나온 데는 다 이유가 있죠?
디트라니: 사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미국은 지난 20년 넘게 해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더 많은 미사일을 건설하고 추가로 핵을 보유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죠. 모두가 원한 것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북한 핵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포괄적 해결방안에는 북한의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문제, 궁극적으론 관계 정상화까지 포함된 것이죠. 그런 점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냥 대화를 위해 마주 앉아 지난 20년 이상 해온 얘기를 되풀이하고 싶진 않을 겁니다.
기자: 북한은 올 봄까지 위협적 언사를 늘어놓다가 근래에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는가 하면 남한에 대해서도 개성공단 재개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회담 등을 제의하는 등 일련의 미소외교를 벌이고 있는데요. 그 의도를 어떻게 봅니까?
디트라니: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게 지난 2월이었습니다. 그에 앞서 작년 12월엔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했지요. 그 뒤 북한이 지금까지 추가 도발을 자제한 까닭은 중국과 외부세계의 압력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 기술이 진전됐고, 또 이런 무기를 실험하는 게 국익에 맞는다면 여전히 실험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시 한번 그런 일을 벌이면 국제사회의 부정적 반응에 유엔안보리까지 나서게 되고, 여기엔 필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가담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봅니다. 따라서 북한은 또 한 번의 핵실험이나 또 한 번의 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그에 따른 응분의 결과에 직면할 것이고, 그러면 과거와 같은 제재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걸 압니다. 이런 일을 해서 북한이 얻는 게 뭘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만일 북한이 또 다시 그런 실험에 나선다면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 불쾌하게 여길 것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 자리에 모여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자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몇 주 아니면 몇 달 사태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새 지도부는 추가 실험을 안 하는 게 자기들 국익에 더 부합된다는 현실적 판단을 갖고 있다는 뜻인가요?
디트라니: 그렇게 보고 싶습니다. 그들이 그런 판단을 하길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서로 행동 대 행동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이런 원칙을 통해 북한도 비핵화의 길로 나서 의미있는 협상에 나설 때 더 많은 혜택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깨닫길 바랍니다.
기자: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올 봄 중국을 방문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요. 중국은 지난해와 올해 북한의 잇따른 도발행위에 불만이 큰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디트라니: 김정은 측근인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론 중국은 지난 2월 북한의 핵실험에 맞서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강력한 추가 제재결의안에 동참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북한은행과 거래하는 외환거래를 중단시켰습니다. 이런 제재를 통해 중국도 북한에 대해 더 이상의 추가 긴장은 바라지 않으며, 의미있는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표시한 것이죠. 그런 점에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한 겁니다.
기자: 끝으로 대사께서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참모라면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권고를 하겠습니까?
디트라니: 우선 남한과 미국은 물론 북한의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 손길을 뻗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신뢰를 쌓아 비핵화를 위해 앞으로 나가라는 겁니다. 그래서 비핵화에 따른 안전보장과 경제보상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느리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라고 말입니다. 그게 제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권하고 싶은 조언입니다. 그런 방향으로만 나간다면 김정은이 북한에 남겨줄 유산은 아주 클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