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서는 시리아의 화학무기에 대한 북한의 연계설과 관련해 브루스 벡톨(Bruce Bechtol) 박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벡톨 박사는 미국 국방정보국의 정보분석관 출신으로 현재는 안젤로 스테이트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최근 <김정일의 마지막 나날>이란 책을 펴내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요즘 국제사회가 화학무기를 민간인에 사용한 시리아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고민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오래 전부터 시리아에 대해 화학무기는 물론 기술지원까지 제공했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북한이 정말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공급해온 나라입니까?

벡톨: 그런 얘기를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분명 사실입니다. 북한은 당초 1990년대초부터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팔았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에 들어 북한은 계약에 따라 시리아에 두 개의 화학무기 제조시설을 설계하고 지어주기까지 했습니다. 또 이런 일의 대부분을 북한 군부가 맡아서 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두 곳의 화학무기 시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시설 내에는 북한 측 군사고문들이 지금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곳의 시설에 북한은 화학무기용 탄두 재료와 포탄은 물론 이런 걸 스커드 미사일과 결합하는 데 필요한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일이 1990년대초부터 계속돼왔고, 초기엔 단순히 화학무기를 파는 데 주력하다 지금은 시리아가 직접 생산하고 이를 미사일과 결합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시리아는 또한 북한의 기술지원으로 미사일 생산공장도 갖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시리아 내의 미사일과 화학무기 계획은 시리아가 북한과 관계를 맺으면서 탄생한 것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궁금한 점은 북한이 중동의 여러 나라 가운데 하필 시리아를 화학무기의 주된 고객으로 삼았느냐 하는 점인데요.
벡톨: 글쎄요. 시리아가 주된 고객이라기 보다는 아마도 주된 고객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화학무기는 물론 핵 협력과 관련해 북한의 주된 고객이 이란이지요. 이란은 갖고 있지만 시리아가 갖고 있지 못한 게 석유와 천연가스 사업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경화입니다. 1990년대초 북한과 시리아가 서로 관계를 갖기 시작한 경위를 보면 이렇습니다. 당시 걸프전 때 사우디 아라비아가 자기 편에 서서 싸워주도록 시리아에 대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는데, 시리아는 이 돈으로 북한과 협력을 맺고 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데 쓴 것입니다. 물론 당시 시리아에 지원된 돈은 아무 데도 찾을 수 없죠. 하지만 오늘날은 훨씬 더 큰 규모로 이란이 시리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시리아가 북한의 지원으로 원자로를 건설하는 데도 이란이 자금지원을 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은 화학무기를 팔아 확실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시리아를 택했군요?
벡톨: 그렇죠. 돈에 대한 탐욕이 북한을 불러들인 것이죠. 이게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면은 시리아, 북한, 이란 세 나라 모두 중국에 은행을 두고 무기거래에 따른 돈을 세탁한다는 점입니다. 북한과 이란 간에도 돈 거래는 주로 중국의 은행을 통해 이뤄져 왔습니다. 또 이란은 시리아 군대 대부분을 최소 10년 이상 지원해왔습니다. 이게 지금 왜 중요하느냐 하면은 시리아가 벌써 2년 이상 내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분명 시리아군이 이런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겁니다. 또 이런 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공급량도 늘게 됩니다. 그래서 지난 두 달간 시리아 국면을 보면 시리아 내에 북한 군사고문들과 병참 인력이 증가했다는 점인데요. 이들은 시리아 정부군에 미사일이나 화학무기 등을 공급해줬을 겁니다. 그 뿐 아닙니다. 탄약이나 소형무기 실탄, 수류탄, 로켓포 등등이 모두 북한에서 공급됐을 것입니다.
기자: 시리아 내전에서 눈에 띠는 게 정부 군을 돕고 있는 이슬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인데요. 북한이 바로 헤즈볼라에도 무기를 공급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게 사실인가요?
벡톨: 맞습니다. 북한, 이란, 시리아 3각 관계를 보면 또 하나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슬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입니다. 북한은 헤즈볼라에 무기 공급은 물론 관련 시설을 지어주기도 하고 헤즈볼라의 야전 사령관들을 최소 20년 이상 훈련시켜 오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2006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투를 벌인 뒤 약 100명의 헤즈볼라 사령관들이 북한을 방문해 2007년 북한 군 정찰국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지금 북한은 두 개의 병력, 즉 시리아 군대 만이 아니라 헤즈볼라까지 지원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헤즈볼라는 시리아 정부군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북한은 시리아군과 헤즈볼라군 양쪽에 무기를 대고 훈련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와중에 이란은 막후에서 필요한 자금을 대고 있는 겁니다.
기자: 그런데 북한이 헤즈볼라와 같은 비국가 단체에게도 무기를 판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혹시 이들에게도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일까요?
벡톨: 바로 그렇습니다. 헤즈볼라가 북한의 지원을 받는 유일한 비국가 테러단체는 아닙니다. 북한은 다양한 테러지원 단체들에 무기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가장 돈이 되는 곳이 헤즈볼라입니다. 이 단체에 북한이 지원하는 무기와 훈련, 시설 등에 들어가는 현금이 끝이 없는 것 같은데 그 출처가 바로 이란이기 때문이죠. 이란은 기꺼이 그런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니 북한으로선 여간 돈이 되는 게 아닙니다. 과거 스리랑카에서 내전이 벌어졌을 때도 북한은 포탄이며 수류탄, 소화기 같은 무기를 대규모로 타밀 반군에 지원했습니다. 심지어는 경비정까지 제공했습니다. 그런 무기자금을 댄 사람들은 타밀 반군과 연계된 미국과 영국의 부유한 추방객들이었습니다. 북한이 제공한 무기 등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었습니다. 북한이 타밀 반군에 무기를 지원한 것이 그들의 저항 이유나 명분 에 공감해서 그랬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북한 입장에선 무기제공으로 현금을 받아내는 게 유일한 목적이었습니다.
기자: 그게 사실이라면 유엔안보리가 북한에 대해 왜 더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벡톨: 사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미국이 지정한 테러리즘 지원국가 명단에 다시 올라가지 않은 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미국은 조지 부시 행정부 말기 때 북한이 플루토늄에 기반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을 테러리즘 지원국가 명단에서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죠. 북한은 또한 핵 사찰단을 입국시키거나 핵융합 물질 등을 포기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제가 문제를 삼는 것은 이겁니다. 왜 처음부터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느냐 하는 점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뺐을 때 우린 북한이 헤즈볼라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타밀 반군이나 이란혁명수비대 등을 지원하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과 협상타결용으로 테러지원국에서 명단에서 뺐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북한이 당시 협정 사항을 위반했음에도 현재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넣지 않느냐는 겁니다. 만일 미국이 그런 조치를 취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좀 더 엄격한 대북제재를 취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믿을 만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시리아보다 훨씬 많은 수 천 톤에 달하는 각종 화학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는 화학무기를 민간인에 사용해 군사제재 위협에 놓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이 나라의 화학무기를 해체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데요. 같은 기준이 북한에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요?
벡톨: 좋은 질문입니다. 유사시 북한이 한국 혹은 미국과의 무력충돌 시 화학무기를 사용할 계획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해 사용할 수도 있고, 240mm, 170mm 장사포를 이용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개전 초기에 일선 부대를 활용해 화학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건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린 두 가지 우려할 만한 사항이 있는데요. 하나는 개전 시 아군의 안전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확산 문제입니다. 이미 지적했다시피 북한은 돈이 되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이런 화학무기를 팔려고 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화학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할 뿐만 아니라 실제 전쟁에서도 필요시 한국군과 미군에 대해 사용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