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탈북 사건에 관해 짚어보겠습니다. 올해 들어 최근 북한에서 고급간부들의 탈북사건이 많아졌습니다. 주영국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도 한국으로 망명했고, 러시아에서 몇 명의 북한 외교관들이 도망했습니다. 게다가 유럽에서 김정은 개인 비자금을 관리하는 사람도 망명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고위 인사들의 탈북은 전에 비해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죠?
답)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역사를 보면 과거 종종 고급간부나 외교관들이 탈북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1997년에 황장엽 당중앙 비서는 중국을 통해서 남한으로 망명했습니다. 1990년대 주이집트 대사도 도망한 사건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씨 일가 사람들도 일부가 탈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에 많아진 탈북 사건이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엣 이들의 탈북을 분석해볼수도 있습니다. 올해만큼 고위인사의 탈북 사건이 이처럼 자주 생긴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은 북한의 고급간부들이 대량으로 탈북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없지만, 옛날보다 상황이 많이 심각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노동자, 북한 식당 종업원들도 올해 들어 여러차례 집단탈북을 했습니다. 이것도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아주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질문) 일부에선 이들 고급 간부들의 탈북은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분석합니다. 정말 그렇게 봅니까?
답)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보니까 어느 정도 과장된 이야기라고 봅니다. 방금 전에 말한 바와 같이 북한에서 고급간부나 외교관들이 탈북, 망명한 사건이 원래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 나라들의 역사를 보면 이들 국가에서 1950년대 말부터 망명한 외교관이나 간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들 국가는 80년대 말까지 별 변화 없이 살아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고위 인사들의 탈북 사건이 많아지는 것 자체는 북한에 지금 모종의 변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가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과 같은 모종의 변화가 있다고 해서 북한 체제가 곧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 구체적으로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을 촉진하게 만든 북한 내 최근 변화는 어떤 것일까요?
답) 제가 보니까, 세 가지 중요한 변화의 경향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나는 김정은의 숙청에 대한 공포입니다. 또 하나는 해외생활과 남조선생활에 대한 지식의 확산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북한 체제에 대한 희망이 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들 세 가지 이유중에 바로 숙청에 대한 공포가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사실 김정은이 집권한 뒤 자신의 정적들을 숙청하거나 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해왔는데요.이게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을 촉진했다는 뜻인가요?
답) 제가 보니까, 김정은 정권의 숙청작업을 무조건 공포정치로 부른다면 약간 문제가 있는 주장입니다. 물론 북한 집권 계층이 벌써 60년대 말부터 지금처럼 심한 숙청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김정은시대 공포정치의 대상이 서민들이 아니라 주로 힘이 있는, 권력층 사람들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인민군 대장이나 당중앙 비서이면 옛날보다 살기가 훨씬 위험합니다. 반면에 무역이나 대규모 장사를 하는 돈주들은 김정일시대보다 매우 안전하고 걱정없이, 공포없이 살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아니라 총을 갖고 있는 사람들 뿐입니다. 물론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 인민군이든 보위부이든 경제와 관계가 많습니다. 그래도 대체로 말하면 현재 북한에서 숙청 대상은 군대와 노동당 고급 간부들이라고 하면 그다지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권력층이 숙청을 당한다면 그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 대부분도 정치범 관리소로 갈 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당연히 탈북할 생각이 있습니다. 아무튼 숙청에 대한 공포는 물론 탈북을 초래한 유일한 이유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김정은이 지금과 같은 숙청작업을 계속한다면 고위급 탈북이 앞으로도 많이 계속 생길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김정은이 앞으로도 숙청을 한다면 고급간부들이나 외교관들이 계속 탈북할 것입니다. 언제까지 숙청을 계속 할 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보니까 아직 숙청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이건 어느 정도 김정은의 성격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이라는 사람은 개인적으론 매력이 없지 않지만, 짜증을 잘 내고 성격이 폭발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도자의 개인 특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정치 목적입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제일 위험한 사람들은 총을 잡고 있는 인민군이나 보위부입니다. 특히 보위부이든 인민군이든 원로들은 나이와 경험이 많기 때문에 나이가 젊은 김정은을 어느 정도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경우 그들은 김정은이 실시하고 싶은 정치노선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은 그 사람들을 대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갑자기 나라의 지도자가 된 김정은 주위엔 원로들을 대신할 수 있는 젊은 간부들이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은은 얼마 동안 인민군이나 보위부, 당중앙까지 대상으로 하는 공포정치를 함으로써 늙은 간부들이 음모를 할 생각마저 없도록 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조만간 김정은이 믿을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인민군이나 보위부에서 실권을 잡을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비로서 김정은의 숙청 규모가 많이 줄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때문에 숙청도, 탈북도 적어도 몇 년동안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