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경제 좋아져도 탈북은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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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도 올해 들어 부쩍 증가한 고위급 북한 인사들의 탈북 문제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교수님, 근래 고위급 인사들의 탈북 행렬이 이어지는 또 다른 이유로 북한체제에 대한 실망과 해외생활, 특히 남한에 대한 지식의 확산이라고 하셨죠?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 서민들에게, 간부들에게 북한 체제에 대해 실망과 의심을 초래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북한생활과 기타 국가의 경제생활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지난 70년간의 북한 역사는 경제실패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40년대 초, 즉 해방 직전에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기술적으로도, 공업적으로도 제일 발전한 지역이었습니다. 물론 낙후한 공업지역이었던 남한과 비교할 수도 없었습니다. 중국보다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어떻습니까? 남한과 북한의 경제수준 차이, 생활수준 차이는 하늘땅 차이입니다. 남한에서 1인당 소득, 즉 평균적인 사람이 버는 돈은 북한보다 적게도 15배 많습니다. 80년대 개혁과 개방을 본격 시작하기 전에 북한보다 어렵게 살았던 중국은 지금 훨씬 잘 살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은 주체식 사회주의에 대해서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남한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라면서 대규모 탈북에 대비하라고 내각에 지시하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대량탈북을 예상한다는 말이겠죠?

란코프: 알 수 없습니다. 제가 보니까 일반주민들의 대량탈북이 생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물론 고급 간부들이나 외교관들, 힘이있는 사람들은 많이 탈북하 겁니다. 특히 김정은의 공포 정치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반 평범한 서민들의 탈북은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지난 4~5년 동안 김정은 시대가 시작되면서 국경경비가 엄격해졌습니다. 탈북은 원래도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욱 탈북이 어렵습니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면 탈북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돈도, 권력도 없는 일반 북한 서민들의 탈북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즉 대량탈북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적어도 북한체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기자: 남한 정보당국에 따르면 해외에 나가 있는 북한 엘리트층 가운데 탈북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결국 가족 때문에 탈북하고 싶어도 못하는 엘리트층이 상당하다고 봐야겠지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이것은 원래도 큰 문제였습니다. 사실상 이것은 북한체제의 특징입니다. 간부들이나 군인들 가족은 인질입니다. 외교관도 비슷합니다. 이들은 해외로 갈 때 가족 가운데 한, 두 사람은 무조건 평양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자녀 3명이 있다면 그 중 한 명은 부모와 함께 해외로 못 갑니다. 이런 가족은 인질입니다. 외교관이나 간부가 탈북한다면 거의 확실히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질 겁니다. 그 때문에 탈북자는 누구든 차별과 감옥, 관리로소 갔습니다. 지금 농민출신 탈북자는 가족들이 별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힘있는 사람이면 가족이 체포돼 감옥에 보내질 겁니다. 아무리 김정은 체제가 싫어도 고위급 인사들이 탈북을 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탈북과 북한의 경제상황을 연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북한에서도 김정은 정권 들어 보이지 않는 경제 개혁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옵니다. 경제가 좋아지면 탈북도 줄어들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김정은 정권은 말로는 사회주의를 운운하고 있고 사실상 1980년대 초 중국과 매우 유사한 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경제성장을 초래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개혁정책이 경제를 살릴 수도 있지만 실제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수많은 북한 사람들은 성과가 나올 때까지 앞으로 수십년씩이나 기다리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그렇습니다. 요즘에 자녀교육이나 앞날 때문에 탈북한 사람들이 옛날보다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자녀들이 하루 빨리 남한에 온다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탈북한 부모들이 옛날보다 많아진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게 탈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어렵게 살고 교육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서민중 출신들이 아니라 특권계층 출신들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북한경제가 많이 좋아지고, 김정은의 숙청이 줄어든다면 탈북 사건이 없어질 수 있나요?

답) 아닙니다. 탈북사건의 빈도가 많이 줄을 수 있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물질적인 문제나 숙청에 대한 문제를 지금까지 이야기했지만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은 독재국가이니까 평범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김정은 주변의 권력자들도 진정한 자유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보고싶은 영화를 보기도 어렵고, 듣고싶은 음악을 듣기도 어렵습니다. 자신의 정치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자살과 다를 바가 없는 행위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북한 사람 대부분은 자유가 없다는 것을 경제 문제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의 자유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당연히 정치 자유에 대해서 꿈을 꾸는 사람 대부분은 특권계층이나 지식인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북한이 일본이나 남한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될 경우에도 여전히 북한은 세습독재 국가이기 때문에 싫어합니다. 따라서 이들은 기회가 생기면 다른 나라로 망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