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선 북한 김정은 정권의 최대의 당면 과제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와 관련해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방정보국 등 정보기관에서 20여년간 북한 문제를 연구해온 북한통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벌써 5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 북한은 미국에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기도 했지만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6자회담이 이처럼 교착상태를 빚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클링너: 늘 그래왔듯이 본질적으로 그 책임은 국제법이나 비핵화에 관한 여러 공약을 지킬 의지가 부족한 북한에 있습니다. 사실 미국 내 일부 인사들 사이에선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미국과 북한 관계에 상당한 개선 혹은6자회담에 돌파구가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죠. 하지만 북한은 부시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도 서두를 의사가 없다는 점을 아주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기존의 대북정책을 훨씬 강경한 입장으로 전환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합의를 하고도 지키지 않았다면 이건 근본적으로 신뢰의 문제 아닐까요?
클링너: 맞습니다. 예를 들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제공을 대가로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한 북한의 중단을 골자로 한 작년 2월 북미합의를 통해 다시 한 번 북한과 외교교섭에 나섰지만 합의가 나온지 2주도 안 돼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서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습니다. 방금 전 합의한 내용이 이처럼 빨리 깨지니까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아주 당혹스런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두 번이나 데었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기류는 북한도 비핵화에 관심이 있다는 구체적인 신호가 없이 회담 자체만을 위해 6자회담에 복귀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이 이처럼 핵 합의를 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는 결국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 아닙니까?
클링너: 북한의 상습적인 행동의 일환이지요. 북한은 1960년대부터 핵무기를 획득하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 계획은 수십년 째 지속 중입니다. 또한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 계획이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우라늄 농축계획도 1980년대 후반 혹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북한이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핵 계획 작업을 해왔다는 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걸 말합니다. 지난 50~60년 동안 핵계획에 매달려오면서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돈을 쓴 것은 단순히 북한이 이걸 양보하기 위한 협상 재료용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걸 말합니다. 분명 북한은 핵을 통한 군사능력의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북한이 왜 핵무기를 필요로 하느냐에 대해선 여러 평가가 가능합니다. 우선은 미국의 공격에 대한 억지용으로 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북한은 핵을 자신들의 모험적인 행동에 맞서 미국과 동맹이 보일 군사적 대응에 맞설 억제력으로 간주합니다. 또 핵 위협을 통해 강압적인 외교를 펼치거나 외교적 협박에 동원할 수 있는 방어수단으로도 간주합니다. 또 만일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경우 만일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미국이 참전하길 꺼릴 것이란 속셈도 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만일 자신들이 미사일과 핵 등 군사적 위협수단을 갖고 있지 않으면 미국과 남한 등에서 양보를 얻어낼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이처럼 핵을 억제수단용으로 개발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해 북한은 지금 엄청난 국제적 고립을 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클링너: 맞습니다. 북한은 국내외적 행동 때문에 고립을 자초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남한에 대한 거듭된 공격, 한국 미국 일본 세 나라에 대한 거듭된 위협이며 유엔안보리 위반과 국제법 위반 등 이 모든 공격적인 행동과 위협이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겁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불러오고 그에 따라 북한은 고립을 자초하는 겁니다. 북한 내부의 행동을 봐도 그렇습니다. 북한은 의미 있는 개혁작업에 상당한 저항을 하고 있는데다 외부세계가 끼칠 영향을 두려워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합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과거 모기도 침투할 수 없는 그물을 쳐서 외부세계의 영향이 침투할 수 없도록 했지요. 정권의 약화를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자초한 경제고립에 모험적인 행동으로 인한 정치, 경제적 고립이 겹치면서 북한 경제는 거의 절망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고 인권유린 실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것입니다.
기자: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6자회담도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이 진정성을 표시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까?
클링너: 6자 회담의 유일한 목적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심지어 헌법개정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기술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유도하기 위해 생겨난 6자회담은 아무런 유용성이 없는 겁니다. 6자회담이 열리기 위해선 북한이 먼저 6자회담의 합의사항에 따라 핵을 포기할 의향을 밝혀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은 작년 2월 북미 합의에 나와 있습니다. 즉 국제원자력기구 핵사찰단을 입회시켜 북한의 핵활동을 좀 더 투명하게 감시하고, 더 이상의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겁니다. 유엔안보리결의안도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결의안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해야 합니다.
기자: 최근 논문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더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그건 기존의 대북제재가 충분하지 않다는 건가요?
클링너: 그렇다고 봅니다. 현재 국제사회의 인식은 이렇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할 만큼 세게 했기 때문에 더는 할 게 없다는 인식이 그것입니다. 그건 잘못된 인식입니다. 미국은 항상 북한에 대한 제재를 점진적으로 가해왔습니다. 추가 제재에 대비해 비축을 해온 셈이지요. 하지만 대북 제재를 미국이 이란이나 버마, 시리아에 취한 것과 비교해보세요. 이들 나라에 취한 제재는 대북제재 보다 훨씬 더 강력합니다. 안 그럴 것 같지만 제재의 상세한 내역을 비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뒤 지금도 버티고 있고, 핵 실험을 단행했으며 이런 핵 프로그램의 목적이 미국과 남한을 위협하기 위한 핵무기 개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반면에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이고, 핵개발이 민수용임이며 아직 핵실험을 단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제재의 강도는 북한보다는 이란이 더 셉니다.
기자: 일부에선 북한의 핵심 우방인 중국이 확실하게 대북제재에 동참할 경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렇다고 봅니까?
클링너: 글쎄요. 문제는 중국이 진짜 제재는 가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나마 취한 제재라곤 최소한도의 것입니다. 물론 얼마 전 중국상업은행이 북한과 거래를 중단한 것은 잘한 조치입니다. 그런 조치는 유엔안보리결의에 따라 필요한 것이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이런 조치는 몇 년 전에 이미 취해졌어야 하는 겁니다. 우린 미국 정부의 문서를 통해서 북한이 중국 영토에서 핵확산 행위를 벌였음에도 이를 무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수없이 중국에 대해 중국을 거쳐 이란으로 향하는 북한 선적물을 차단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북한과 근래 경제활동을 증진시키는 것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픈 생각을 멀리하게 하는 겁니다.
기자: 미국 입장도 궁금합니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기존의 대북제재 외에도 추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봅니까?
클링너: 그렇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를 취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추가 제재를 취할 여지는 있습니다. 게다가 우린 중국이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계속 방해자적 입장을 취해온 것을 보아왔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미국은 오랫동안 지체돼온 대북 추가제재를 더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뒤에 미국은 남한이나 일본, 프랑스와 유럽연합 등을 찾아 미국의 추가행동에 버금가는 대북 제재를 취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만일 중국이 거부할 경우 국제법에 따른 문제점을 환기시켜야 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높일 때 의미있는 방식으로 북한을 회담에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