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도 내년 미국 트럼프 새 행정부 출범 시 예상되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 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는데요. 지금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한국의 사드 배치문제 등 때문에 미중 관계가 좋지 않은데요. 양국관계가 지금처럼 안 좋으면 트럼프가 바라는 북핵 문제에 대한 협조도 힘들겠죠?
란코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온건한 국제정책을 실시해온 오바마 대통령 시절 때에도 중국과 문제가 많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자가 선거 때 성공한 이유 중에 하나는 미국 중서부 공업지대 노동계급이 특히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미국에서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보호주의 정책으로 미국 국내시장을 지키겠다는 공약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보니까 이것은 당선 이후에도 무시하기 어려운 약속입니다. 중국 수입품을 가로막는 것을 요구하는 수많은 미국 노동자들의 요구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중국측은 미국이 보호주의 정책으로 중국 수출을 감소시키기 시작한다면 불만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결국 중-미 관계가 지금보다 더욱 긴장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국제문제는 타협과 협상보다 대립과 경쟁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도 중미 양국은 협조하기 어렵지만 트럼프 행정부 때에는 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정부와 민간 간의 대화인 트랙투 회의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합니다. 북한이 이처럼 비핵화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돌파구는 없을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북한의 비핵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은 북한 국내의 정치변화 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언제 생길지 모릅니다. 그런 정치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생길 수도 있고 수십년 후에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과 회담을 하려면 북한 정권이 무조건적으로 핵무기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매우 유감스럽고 위험한 상황이지만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장기적으로 말하면 현실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핵 동결밖에 없습니다. 핵 동결이라는 것은 북한이 개발해 온 핵무기와 미사일을 여전히 유지하지만 새로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는 대가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보상과 양보를 주겠다는 타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 단계에서 양측 모두 이러한 타협을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북한측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보고 타협에 반대합니다. 반면 미국측은 이러한 핵동결 타협안이 북한을 흉내낸 새로운 핵보유 국가들이 많이 생길 수 있게 한다고 판단해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타협을 시도할 수 있지만 짧은 기간 이내에 양측이 타협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날 것입니다.
기자: 말레이시아 트랙투 반관반민 회의에서 북한은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합니다. 북한이 왜 이처럼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걸까요?
란코프: 대답하기 조금 어렵습니다. 제가 보니까 북한은 평화협정을 과장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한은 평화협정이 이루어진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줄 압니다. 그러나 사실상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평화협정이면 미국에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외국 투자를 받을 수 있을 줄 압니다. 사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경제를 보면 북한에서 수출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해서 관심이 아예 없습니다. 물론 미국회사들은 북한 사람들이나 기업소에 돈이 있으면 북한으로 미국 물건을 수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필요만큼 돈이 없습니다. 투자는 보다 더 큰 문제입니다. 북한이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제 제재나 북한과의 적대관계보다 북한 자신의 문제입니다.
쉽게 말하면 북한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투자한 사람들이나 회사들이 돈을 벌기 시작할 때 북한 당국자들은 약속을 위반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강탈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친북한 경향이 있는 사람들까지 이 사실을 조용하게 인정합니다. 북한 정부가 국제 거래에서의 신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평화협정과 무관하게 해외투자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북한이 마치 평화협정만 되면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별 근거가 없는 착각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북한은 비핵화보다는 핵군축 협상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핵군축 협상을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란코프: 물론 북한의 핵군축 협상이라는 말은 사실상 핵무기 동결을 의미합니다.핵군축 협상, 즉 북핵 동결 협상은 장기적으로 말하면 이것 말고 다른 대안이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현 단계에서 미국측의 입장에서 보면 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미국측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과의 약속을 위반하고 핵을 개발한 북한에게 동결을 인정하는 대가로 보상을 주는 것은 자신의 재산을 훔치는 도둑에게 다시 훔치지 않는 대가로 그 만큼의 돈을 주기로 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이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나라 대부분의 태도입니다. 이 세상에 핵무기확산을 원하는 나라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 때문에 트럼프 당선자가 나중에 대통령에 취임해 북핵동결을 위해서 북한에게 돈을 줄 수 있다고 한다면 미국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매우 날카로운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장기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타협이 가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