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차 당대회, 김정은 시대 신호탄”

북한 노동당 제6차 당대회 당시의 김정일 모습.
북한 노동당 제6차 당대회 당시의 김정일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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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내년 5월 제7차 당 대회를 열기로 했는데요. 북한에서 노동당 당대회는 정권수립 후 10년마다 열려왔지만 1980년 6차 대회를 끝으로 열리지 않았는데요. 만일 7차 당대회가 열린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란코프: 물론 이번에 북한이 제 1차 당대회를 개최하는 의미를 확실히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관측가들은 이 대회에서 북한이 정치 노선 변화나 개혁 개방 노선에 대하여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저는 의심이 많습니다. 지금 분명한 것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제 7차 대회 개최는 북한에서 노동당의 역할을 향상하기 위한 행사라는 것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의 핵심 기관은 노동당 보다 인민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의 부친이 많이 강조했던 선군 정치를 공개적으로 포기할 수는 없지만, 사실상 그는 현재 인민군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1950, 60년대도 숙청은 많았지만 북한 역사에서 김정은 시대만큼 고급 군인들의 숙청이 많았던 시대가 없습니다. 지금 북한에서 고급 군인들은 몇 개월마다 숙청을 당하거나 퇴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당 간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원수라는 계급을 갖고 있지만, 군복을 입은 채 공개적인 석상에 등장한 적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기자: 지금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이 군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난 적은 거의 한 번도 없는 것 같군요.

란코프: 거의 없습니다. 이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군인이 아니라 당일꾼임을 강조합니다. 말로만 원수일뿐 사실상 군인보다 노동당 일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당 역할을 인민군 역할보다 더 많이 강조해 온 지도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은 노동당 대회를 개최할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이 마지막으로 당대회를 연 것이 1980년 10월인데요. 내년 5월 7차 당대회가 열리면 만 36년만에 열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당 대회를 열지 못한 건 무슨 까닭일까요?

란코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 당대회는 10년마다 1번씩 개최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북한 역사를 보면 제 때에 개최된 당대회는 하나도 없습니다.

기자: 제때에 개최된 적이 한 번도 없다고요?

란코프: 네, 맞습니다. 1980년대 북한에서 노동당 제7차 대회를 위한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말에 들어와 북한 경제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당대회는 비교적 값비싼 행사입니다. 돈이 없으면 개최하기가 어렵습니다. 1990년대 들어와, 김정일 시대의 막이 올랐습니다. 제가 이미 말씀을 드린 바와 같이, 고 김정일 위원장은 노동당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부족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난의 행군 때에는 성과와 승리를 과시해야 하는 당 대회도 불가능하였습니다. 그 후 2011년 당대회를 개최할 조건이 다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인민군보다 노동당을 강조합니다. 다른 편으로는 김정은 시대 들어서 경제 상황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정치 상황도 김정일 시대에 비하여 향상되었습니다.

기자: 내년이면 김정은이 집권 5년 차에 들어가는데요. 그런 점에서 7차 당대회를 열기로 했다면 무슨 이유가 있겠죠?

란코프: 제가 보기에, 제7차 대회는 김정은 시대의 시작을 국내외로 선언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은 대규모 숙청을 통해서 그에게 도전할 수 있는 간부들을 없애 버리고, 자신의 권력 기반을 탄탄히 하였습니다. 지금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때문에 그는 이러한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됩니다. 제7차 대회에서 중요한 정치 결정을 선언하든, 말든 대회의 상징성은 분명합니다. 김정은 시대의 시작을 신호하는 행사입니다.

기자: 과거 중국이나 구소련에서 경제개혁 개방 노선을 논의할 때 당 대회를 많이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실제 그런가요?

란코프: 구소련에서도 당대회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소련에서는 1990년대초 소련 붕괴까지 당대회는 사실상 매우 형식적인 행사였습니다. 사실상 정치에 대한 의미가 있는 토론이 거의 없었습니다. 소련의 경우, 개혁과 민주화 정책을 선언한 방법은 소련 공산당 대회 보다 신문과 언론, 그리고 당중앙 위원회의 여러 가지 결정들이었습니다. 중국도 역시 공산당 대회에서 공개적인 토론이 거의 없습니다. 연설을 하는 사람들은 지도부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선언하기만 합니다. 물론 중국의 경우, 공산당 대회에서 중요한 정치 변화에 대한 선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산당 대회의 기본 기능이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대회는 공산당의 단결과 충성성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행사에 불과합니다. 중국이든, 소련이든 이 점에는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사전에 한번 내린 결정이 당대회에서 다시 강조된다면, 이러한 결정을 훨씬 더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당대회는 정치 노선을 토론하기 위한 무대라기보다 이미 결정된 변화를 강조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7차 당대회에선 무엇보다 경제 문제에 관해 중대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집권한 뒤 북한 경제상황은 어떻습니까?

란코프: 사실상, 지금 북한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사람들 간에는 갈등과 논쟁이 많습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변화가 별로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제가 보기에 김정은 시대의 경제 상황은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를 평양에서 잘 나타나지만, 시골에서도 어느 정도 볼 수 있습니다. 식량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민들의 생활수준도 지난 5년 동안 향상되었습니다. 물론 세계 기준으로 보면, 북한은 여전히 매우 어렵게 사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10년 전 북한에 비하면, 덜 어렵게 사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