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 대신 러시아가 지원 가능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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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유엔안보리가 지난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맞서 또 다시 강력한 제재결의를 채택했습니다. 제재가 충실히 이행되면 북한의 수출이 최대 연간 9억달러까지 손해를 입을 전망인데요. 이번 제재엔 우방인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적극 참여했는데요. 그간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러시아의 기본 태도는 무엇입니까?

란코프: 러시아의 태도는 중국의 태도와 매우 비슷합니다. 러시아의 기본 목적은 한반도의 안정유지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도 원하지 않고, 북한에서의 위기나 혁명도 원하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남북통일도 물론 지지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러시아는 남북분단의 현상유지를 원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동북아나 한반도를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 유지를 이루기 위해서 돈이나 자원을 절대 쓰지 않을 것입니다. 1년이나 2년 전에 북한 지도부는 러시아에서 막대한 지원을 받으면서 러시아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환상이 매우 심했습니다. 저는 이런 보도를 보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북한 외교관들이나 지도부는 러시아를 너무 몰라서 이 만큼 터무니없는 환상에 빠졌습니다. 러시아는 그들의 정권 붕괴를 원하지 않지만,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서 러시아 인민들의 돈이나 자원을 쓸 생각마저도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러시아는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국가이지만, 현상 유지가 값싸야 환영할 것입니다. 러시아는 중국처럼 북한의 핵개발이나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반대합니다. 핵보유국가로서 매우 당연한 태도가 아닐까요?

기자: 일부에선 새 대북제재 결의안에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 등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포함됐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 결의채택이 늦어졌을 것이란 추측도 있습니다. 그럴까요?

란코프: 물론 러시아나 중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에 대한 제재를 반대할 수 있지만, 미국은 유엔제재와 상관없이 이와 같은 제재를 혼자서 일방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아무때나 미국 은행이나 회사들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같은 제3국 기관과 교류나 거래를 하지 않도록 금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국내법 상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된다면 북한과 거래를 했던 제3국 기관들은 매우 심한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미국은 세계 금융의 중심국입니다. 달러로 돈을 움직이는 주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일 북한과 거래를 하는 이유 때문에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나라의 제3국 기관은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미국 은행을 쓰지 못하는 기관은 현대 사회에서 아무 장사를 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와 같은 제3국 제재가 결의안에 채택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 중국이 반대해도 국내 금융기관을 상대로 충분히 쉽게 일방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일부에선 북한의 핵도발, 미사일 도발에 유엔과 미국 등의 제재가 반복되지만 정작 북한의 행동을 바꾸지 못했다며, 제재에 회의적인 견해도 있는데요. 그래도 제재는 여전히 필요하지 않을까요?

란코프: 저는 처음부터 대북제재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제재로 북한의 정책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미국정치와 국제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대북 제재가 거의 불가피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재를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북한 핵 개발을 지원하거나 묵인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국제 관계 전문가들 대부분이 저처럼 제재의 효용성을 믿지 않게 되는 경우에도 외교 때문에 유엔 안보리를 비롯한 여러 국제 기관들은 여전히 북한을 겨냥하는 제재정책을 포기하지 못할 것입니다.

기자: 만일 대북 제재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면 제재를 대체할 만한 가장 효과적인 응징책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대북 제재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교류와 협상입니다. 교류를 통해서 북한 인민과 북한 지도부의 긴장감을 어느정도 덜어주면서 자신의 나라를 바꾸도록 하고, 외부에 대해 도발도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물론 대북제재보다 교류와 협력을 선호하는 이런 저의 견해는 소수의견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체는 국제질서에 대한 심한 도발입니다. 따라서 국제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외교관들은 북한이나 한반도에 대한 생각보다 세계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든 북한 핵무기를 묵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은 매우 위험한 전례가 될 수도 있고, 북한처럼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가 더 많이 생기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그들이 허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여러 나라들은 여전히 대북 제재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기자: 한국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적 위기로 혼란을 겪고 있고, 미국도 내년 1월 공화당 새 행정부가 들어서는 등 다소 어수선한 상황인데요. 혹시 대북 문제와 관련한 한미 양국의 공조가 약화되면 중국이 기존의 대북제재를 다소 느슨하게 할 여지는 없을까요?

란코프: 현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변수는 내년 상반기에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남한의 조기 대통령 선거입니다. 이 선거의 결과로 남한에서 민주당과 같은 진보 세력이 정권을 장악한다면 대북정책이 많이 바뀔 것입니다. 그들은 북한 지도부의 희망만큼 많은 대북지원을 제공하지는 않겠지만 박근혜 보수 정부에 비하면 대북정책을 아주 많이 완화할 것입니다. 반대로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가 북한과 회담을 통해서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그렇다면 남한과 미국 사이에 대북 정책 문제에 대해서 어떤 일정한 마찰과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북한이 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남한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세력이 정권을 유지한다면 대북정책에 별 변화가 없을 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남한이 여전히 마찰 없이 협력을 잘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