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선전매체 '내 나라'를 통해 북한은 나선 경제무역지대의 종합개발계획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목적과 의도는 무엇일까요?
란코프: 내 나라를 통해서 대대적으로 낯선 특구를 선전하기 시작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몇 달 전부터, 북한 정부의 대외 정책이 많이 바뀌기 시작할 조짐이 보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난 3~4년 동안 많이 무시되어 왔던, 국제 교육 투자에 대한 관심이 대폭 증가하였습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북한 지도부가 해외에서 외화와 투자를 많이 유치해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은 과거, 러시아에 대해 터무니없는 희망을 가졌지만, 최근에는 러시아로부터 희망만큼 투자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중국과 남한, 유럽 및 태평양 국가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데는 경제특구만큼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1970년대 말, 경제가 어려웠던 중국도 이러한 특구 개방을 통해서 해외로부터 많은 투자를 유치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지금 적극적인 외교를 하는 동시에, 낯선 경제 무역 지대를 비롯한 경제 특구에 대해 많이 선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자: 이번 개발계획의 골자는 나선 지역에 9곳의 산업구를 만들고, 10곳의 관광지를 조성하겠다는 겁니다. 또한 이를 위해 154억 8천여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건데요. 그럴러면 외국인 투자가 필수인데요. 이게 가능할까요?
란코프: 북한은 지금 투자를 유치할 필요를 느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잘 모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투자의 흐름을 보면, 북한이 희망하는 155억 달러는 천문학적인 거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미한 금액도 아닙니다. 그러나 역사의 경험을 보면, 북한은 아직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1990년대 초, 북한 정부가 북한의 특구 설립 선언을 했을 때, 몇 년 이내 수십 억 달러의 투자를 반드시 받겠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원래 약속했던 금액의 1/5정도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당시에 나선은 발전하지 못했고, 중국 사람들이 값싼 소비품을 팔고, 도박을 하는 지역으로 전락하였습니다. 사실상, 나선은 현재 해외 투자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북한은 사실 1991년 처음으로 나선특구를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가 거의 없는 상황인데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북한 나선 특구에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제일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 정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첫째, 북한 지배 계층은 자신의 나라의 경제적인 매력을 매우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 북한은 외국 사업가들과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고 특히, 외국 사업가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자 이러한 약속 위반이 더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외국 투자자들의 자산과 이익을 몰수한 적이 많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기가 없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이유인 북한의 경제적인 매력에 대한 근거가 없는 과대평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북한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면, 중국과 베트남 및 동남아 국가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들에서 외국 사업가들은 북한보다 훨씬 더 좋은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도 약속을 어긴 적이 있지만, 북한보다 많지 않고, 심하지도 않습니다.
기자: 사실 외국 투자자들이 북한에서 사업을 하려면 경제 규칙도 필요하고 철도나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이 잘 갖춰져야 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북한의 경제 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포장 도로가 별로 없고, 철도도 1950년대, 아니 1930년대 수준에 불과합니다. 외국 투자자들은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사회간접시설인 철도나 도로 건설을 위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측의 잘못된 생각입니다. 북한은 거꾸로 외국 투자자들이 들어와 철도나 도로를 건설해준 뒤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외국사업가들은 조건이 더 좋은 중국이나 베트남 또는 태국에 투자할 것입니다. 둘째로 북한은 약속을 자주 위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 전 몇 개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얼마 전 북한에서 손전화(휴대폰)를 개발한 중동 오라스콤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집트의 오라스콤 회사는 북한에서 돈을 잘 벌었지만, 번 돈을 외화로 바꿀 수 없어서 결국, 철수하였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오라스콤 같은 회사가 사업을 하기 위해선 외화도 바꿀 수 있고 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군요?
란코프: 맞아요. 하지만 북한에 투자를 한 외국 기업가들은 조만간 수익을 낼 수도 있을 겁니다.
기자: 이번 계획에 따르면 나선특구 안에선 외국 기업들이 북한 기업들과 합작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유로운 경영활동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요. 과연 북한 당국이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외국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약속은 참 좋습니다. 물론 북한은 약속을 지키는 나라가 아닙니다. 그래도 이것은 참 좋은 계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은 북한의 나선에서 일 잘하는 좋은 노동자들을 고용하면서 게으른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퇴직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필요할 때, 땅을 구매하고, 이 땅에서 더 많은 공장을 건설할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가능하다면 외국 투자자들의 도움으로 나선의 경제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러한 제도를 보장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북한이 이러한 약속을 지킬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기자:네,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