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알프스 스키장을 꿈꾸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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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아침에 밥은 무슨 밥이요? 간단하게 우유에 빵이나 먹고 나오면 되지!"

이 말은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꽤 유명했던 일화입니다. 어느 한 간부가 아랫 단위에 지도내려 갔다가 아침밥을 지어 먹고 나오느라 지각된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이 말을 했다죠.

이 말을 들은 노동자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고 합니다. "아니, 간부들이 아래 현실을 얼마나 모르면 저런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할까?"하는 비난이 쏟아졌지요.

간부들이야 평소 잘 먹으니 아침에 빵이나 우유를 머고 출근하면 되지만, 일반 인민들이야 그럴 형편이 됩니까,

바깥세상에도 이와 비슷한 일화가 있는데요,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잖아요?"

이 말은 프랑스의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앙투아네트가 했다는 말입니다. 파리의 배고픈 시민들이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으로 몰려가자, 마리앙투아네트 왕비는 그들이 빵이 없어 몰려왔다는 말을 듣고, "빵이 없다면 과자를 먹이도록 해요"라고 말해 사람들이 황당했다고 합니다.

사치와 향락의 대명사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는 이 말은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로 쓰이는데요. 지금도 이와 비슷한 일화는 종종 일어나는가 봅니다. 간추린 용어 해설 마치며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북한판 알프스 스키장을 꿈꾸는 김정은"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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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바이트/ 한국언론> 북한 김정은의 역점사업인 마식령 스키장의 하루 이용료가 34달러, 우리돈(한국돈) 3만6천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주민을 위한 스키장이라며 하루 5천명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그럴 여유가 있는 주민이 몇이나 될까요.

이 보도 내용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자기의 고향 강원도 원산 인근에 건설한 마식령 스키장의 이용료입니다. 착공 후 단 6개월만에 완성한 마식령 스키장은 김정은이 스위스의 알프스 스키장을 본따 만든 중점 사업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은 스키철입니다. 얼마 전 김정은 위원장은 당 정 군 간부들을 대동하고, '마식령 스키경기 2016'이라는 국내경기를 관람했습니다. 김정은은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스키 종목을 하루빨리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제경기들에서 당당히 우승해야 한다"지시했다고 북한 텔레비전이 보도했습니다.

아직 국내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북한 스키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라는 주문이었는데요,

그러면 김정은은 왜 스키에 관심이 많을까요?

10대 나이에 스위스를 경험한 김정은은 집권 이후 원산에 세계적인 스키장을 건설할 구상을 무르익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건설초기부터 제기됐습니다. 고위층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정은과 장성택의 사이가 틀어진 것도 마식령 스키장 건설때부터였습니다.

경제전반을 관장했던 장성택은 스키장 건설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우선 마식령에 스키장을 건설한다고 해도, 스키장이 평양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도로가 나빠 외국인들이 갈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양-원산 고속도로가 있긴 하지만,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제설작업이 되지 않아 사고가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또 일반 주민들 가운데 스키를 즐길만한 여유를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북한에 돈이 좀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평양에 있는데, 그 평양시민들이 가지 않으면 장사가 안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습니다.

평양시에 유희장이나 물놀이장을 건설하면 평양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지만, 수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 스키장을 건설하면 눈길을 헤치고 갈만한 사람이 몇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다음은 스키는 비싼 체육 종목이어서 이를 즐기는 외국인들도 제한적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우선 스키 장비는 고가로 유명합니다. 스키 장비는 눈판 위를 지칠 수 있게 합판으로 만든 플레이트와 지팽이 역할을 하는 폴, 그리고 부추(스키장화)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머리 보호용 헬멧과 장갑, 검은 색안경까지 구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스키 장비 한조를 구입하자면 어른의 경우 새것은 1천 달러가 훌쩍 넘습니다. 그래서 스키장마다 스키장비를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거게에 인공 눈을 만들어 내는 장비와 산 정점까지 올라가는 삭도(리프트), 스노빌이라고 하는 스키 자동차까지 억대의 돈을 쏟아붓고도 사람들이 가지 않으면 본전도 뽑을 수 없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실용주의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강행했습니다. 김정은은 "마식령스키장을 세계적인 스키장으로 꾸리려는 것은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며 건설장을 여러 번 시찰했습니다.

인민군 3개 사단 병력이 투입됐고, 이들은 순수 손과 삽, 곡괭이로 스키 활강로를 닦았고, 수천미터 높이의 대화봉까지 물배낭을 지고 올라가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또 해외 외화벌이 일꾼들에는 스키장 건설 명목으로 강제모금했고, 전국의 주민들은 지원물자를 날랐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많은 외화를 들여 유럽에서 고급 스키 장비들을 들여왔습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안 1718호는 스키 장비를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유관국들에 북한에 스키장비를 수출하지 않도록 통지했습니다.

스키 장비를 들여올 수 없게 되자, 북한은 동남아와 중국 중개상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들여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때 3국을 통해 스키장비를 몰래 밀반입한 일등 공신은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이라고 이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당시 마식령 스키장에 들여간 고급 스키장비에 대해 한국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사운드 바이트>: 눈을 만들어내는 제설기는 스웨덴 아레코사에서 만든 수입품, 한대에 4만달러, 7대 가량 배치됐습니다. 대당 가격이 11만 달러, 이탈리아와 독일의 제설차량 3대도 눈에 띕니다. 캐나다에서 들여온 눈 자동차도 포착됐습니다.

그러면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한 목적은 무엇일까?

김정은은 집권초기 원산관광특구개발을 비롯한 6개 관광특구개발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자신의 고향인 원산과 평양을 연결하는 관광벨트를 구상한 것이었습니다. 군용비행장이던 갈마 비행장을 국제공항으로 꾸리고, 마식령 스키장으로 외국인과 내국인을 안내해 외화벌이를 하려는 구상이었습니다.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하고, 연간 6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유엔 대북제재로 해외 관광객 유치에서 차질을 빚으면서 당초 계획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비싼 스키장 이용 때문에 외국인들도 외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료녕성 거주의 한 중국 관광객은 하루 100달러가 넘는 마식령 스키장의 관광상품을 보고 비싸다고 이야기 한바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입니다.

<사운드 바이트> 입장료와 리프트 스키 장비 대여료를 합한 하루 이용료는 34달러, 지하 3층 지상 8층 규모의 호텔은 이보다 최고 10배 가까이 비싸, 가장 싼 객실이 15만원(130달러), 2인용 객실은 29만원(250달러)으로 선진국 고급 리조트와 비교해도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외국인들이라고는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방문객들을 제외하고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관광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찾지 않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북한은 일반 주민들을 단체로 이용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관계자: 1월 1일부터 스키 봉사를 시작했는데,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년에 비해서 매일 배로 불어납니다.

북한 아나운서: 마식령 스키장을 찾는 손님들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서 평양-마식령, 원산-마식령 스키장 버스운행 봉사도 곧 운영하게 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공개한 스키장 이용료와 호텔 숙박비를 보면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달에 노임(월급) 3천원 가량 받는 북한 주민들이 몇 년 꼬박 벌어야 즐길 수 있는 비싼 시설이라는 겁니다.

얼마 전 북한 마식령 스키장을 직접 취재한 미국 NBC 방송은 북한 주민 수천 명이 스키장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제설 장비 없이 맨손으로 눈을 치우는 광경을 27일 보도했습니다. NBC에 따르면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에 얼굴이 빨개진 남성, 여성, 어린이들은 재킷, 스카프, 모자로 쓴 채 곡괭이와 나무 삽으로 눈을 치고 있었습니다.

평양에서 마식령 스키장까지 가는 평양-원산 고속도로의 눈을 주민들이 순수 인력으로 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몇 명 안되는 외국인들을 위해, 그리고 평양의 몇몇 특권층들의 스키 놀이를 위해 수천명 주민들이 눈치기를 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마식령 스키장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만큼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시설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RFA 주간기획 '북한은 어디로' 오늘은 "북한판 알프스 스키장을 꿈꾸는 김정은"을 보내드렸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