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부자 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
이 말은 한국 영화 '사도'를 본 사람들의 영화 평입니다. 2015년 개봉된 '사도'는 이씨 왕조 21대 국왕인 영조의 두번째 왕자인 '사도 세자'의 비극을 다룬 영화입니다.
왕위계승을 둘러싼 갈등 속에 완벽한 세자를 바라던 왕은 자유분방한 기질을 가진 사도 세자에 실망하게 됩니다. 사도세자도 왕의 눈에 들고 싶어하지만, 다그치기만 하는 아버지를 점점 원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둘은 티격태격하는데,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자고 결심하게 됩니다. 세자를 죽이는 방법도 아주 비극적인데요. 사도는 커다란 나무 함에 갇혀 여드레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이를 보는 관객들은 혈연도 냉혹하게 끊어버리는 권력의 비정함을 느꼈습니다. 이처럼 천륜을 어긴 행위는 비단 봉건시대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한달 전에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을 지시했다는 논란 때문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습니다.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비운의 왕자' 김정남 시신 가족품에 갈까?"를 보내드립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김정은으로서는 김정은 장기 집권 체제에 조금이나마 걸림돌이 되거나, 위협 요소가 되는 것은 무조건 다 처형하고 숙청하고, 제거하면서 나가는 체제입니다.
이 말은 남한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김정남 암살의 본질을 한국 연합뉴스에 밝힌 내용입니다.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 독살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동안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수사를 진행했고, 북한은 김정남 사건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암살에 직접 가담한 베트남 여성과 인도네시아 여성을 체포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북한으로 달아난 용의자들을 검거하지 못해 사건 배후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남 사건을 방어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정권차원에서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파견된 북한 외무성 리동일 전 유엔 차석 대사의 말입니다.
<리동일 / 전 유엔북한대표부 차석대사> "우리는 북한 주민의 시신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 북한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요구합니다."
리 대사는 사망자는 김정남이 아니며, 북한 여권에 밝혀진대로, '김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인도 독살이 아니라, 심장마비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사망한 김정남이 김정은의 이복형이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한국 언론은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김정남 암살에 화학무기 사용된 데 대해서도 전면 부정하고 나섰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리동일 차석대사는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북한대사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망자의 사인은 화학무기가 아닌 심장마비"라며 "평소 김철이라는 사람은 심장병 경력을 가지고 있고, 지난 시기에도 병원에 입원했던 경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김정남 암살에 화학무기 일종인 신경자극제 VX가 사용됐다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독가스 보유국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외국 여성 2명이 공항에서 독극물로 김철(김정남)의 얼굴을 문지른 뒤 그가 숨졌으며, 그 물질이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라는 것이 전문가들에 의해 판명됐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김정남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상대국 대사들을 추방하는 강도높은 외교대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 사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에 불만을 표출한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를 '환영할 수 없는 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하고, 6일까지 떠나라고 추방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북한 외무성도 평양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추방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당국과 북한은 김정남의 시신인도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남 시신을 자신들에게 인도하라고 주장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당국은 시신인도의 우선권은 유족에게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시신을 북한에 돌려줄 경우, 북한 정부가 김정남 시신을 영원히 없애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사망자가 김정남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김정남의 시신을 확인하는 방법은 가족의 DNA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 가족이 시신인도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DNA 검사를 위해서는 김정남의 친자인 김한솔을 비롯한 가족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야 하지만, 유족들은 북한으로부터 테러 위협 때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김정남 DNA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김한솔 등을 보호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국도 김정남 암살 문제로 곤혹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최근 언론에 밝혔습니다.
문성묵 센터장: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고, 이번 사건이 발생한 현장인 말레이사이의 입장도 굉장히 중요하고, 역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이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결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그 어느 쪽도 다치지 않으면서 중국의 국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그런 방법, 다시 말하면 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도록하기 위한 그런 해법을 찾는데 굉장히 골머리가 아플겁니다.
중국으로서는 '완충지역'으로서 북한이라는 존재가 필요하지만, 북한이 김정남 독살사건과 같은 말썽을 일으켜 '골치덩이'이라는 겁니다.
김한솔 등 가족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하지 못할 경우,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방법은 몇가지가 더 있습니다. DNA 채취가 불가능할 경우 사망자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나 기미 등 인상착의를 통해서도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 있는 사망자의 복부에는 두 마리의 잉어를 낚는 남성을 새긴 문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실제 김정남의 복부에 새겨진 문신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같은 사람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 김정은은 왜 여론의 비난을 받는 이복형 살해를 지시했을까,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7일 "김정남에게는 실질적 힘이 없기 때문에 (암살 배경이) 권력 암투는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 "김정은의 편집광적, 정신병적 태생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남이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해외에서 떠돌이를 하면서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살해한 것은 김정은의 정신 이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이 장기집권의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김정남 암살을 지시했을 것"이라고 한국 언론에 밝혔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 김정남이라는 형이 살아서 외국언론들과 인터뷰도 하고, 이런 살아있는 실체, 김정은으로서는 어느 길을 선택했을까요? 김정은으로서는 이 살아 있는 존재를 빨리 땅에 묻어버리는 것이 김정은으로서는 장기집권에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는 길이다.
태 전 공사는 "(김정남의 이복동생인) 김정은이 숨겨진 자식이라서 누구를 처형하는 데 주저함이나 심리적 불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어려서부터 가족이나 친척끼리 어울려 살면서 연대의식이 생기지만, 어려서부터 가족과 떨어져 산 김정은은 그런 연대의식이 없다는 겁니다.
백두혈통의 장손인 김정남의 죽음. 천륜을 어긴 비행이 드러날까 두려워 시신마저 돌려주지 않으려고 모지름을 쓰는 북한. 과연 김정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고 싶은 가족의 간절한 소원이 이뤄질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RFA 주간 기획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비운의 왕자' 김정남 시신 가족품에 갈까?"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진행에 한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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