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선포한 북한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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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한영진입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제5차 노동당 세포위원장 대회를 열고 "비사회주의적 현상을 뿌리빼겠다"고 사실상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이번 노동당 대회는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발생하는 내부 주민들의 동요를 막겠다고 조직한 대회여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의 도발과 유엔의 제재 강화라는 악순환 속에서 김정은은 내부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를 주먹으로 다스리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입니다.

또 김정은은 앞으로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들을 더욱 과감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추가 도발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범죄와의 전쟁' 선포한 북한의 속내를 알아보겠습니다.

40대의 탈북 여성: 제가 평양에서 나온 사람과 전화를 해보았는데요. 그런데 밀가루는 남방에서 들여오는데 그거 모두 막혔대요. 그래서 지금 너무 살기 힘들어서 아우성이예요.

이 목소리는 중국의 무역제재로 인해 북한 내부 주민들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북한과 연락하는 한 여성의 목소리입니다.

이 여성은 "중국으로 수출되던 석탄과 수산물, 희토류 등이 단동 세관에서 막히면서 북한 무역회사 관계자들의 걱정을 하고 있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또 북한 내부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이 격차가 훨씬 커졌다"고도 덧붙였습니다.

40대 여성: 이제는 빈부 격차가 엄청 심하대요. 청진도 그렇고 나진도 그렇고 이제는 돈이 집중되고 농촌 사람들과 차이가 엄청 심하다고 합니다.

평양과 남포 등 상업이 발달한 도시에서는 달러 소지자, 위안화 소지자들은 사는데 걱정이 없지만, 일반 도시 노동자, 농촌의 생계민들은 상황이 안좋다는 겁니다.

이 여성은 심지어 북한 보위부와 보안성 등 권력기관 종사자들도 배급이 원만하지 않아 "조국과 인민을 위해 함께 일해보자"는 식으로 북한에 있는 탈북민 가족들을 회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여성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북한에서 장사하는 사람들과 외화 보유자들은 큰 걱정이 없지만, 돈이 없는 일반 주민들과 배급에 매달려 살던 권력기관 종사자들은 생활난을 겪는다는 겁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 내부에는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사회적 범죄가 만연해있고, 이를 김정은이 직접 인정한 점이라고 한 북한 경제전문가는 지적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인근에 정착한 북한 간부 출신의 전문가는 "김정은이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비사회주의 현상을 뿌리빼겠다고 선포한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먹혀들고 있다는 반증으로 봐야 한다"고 26일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한 텔레비전의 녹음을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북한 tv녹취: 우리 사회주의 혁명 진지를 허무는 매우 위험한 작용을 한다고 하시면서, 바로 여기에 비사회주의적 현상의 엄중성과 해독성이 있다고 강조하시였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실시된 유엔제재 가운데서도 특히 북한의 석탄과 수산물, 의류 수출을 금지시킨 2371호와 2375호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김정은이 세포위원장 대회 연설에서 비사회주의에 대해 장시간 언급한 것은, 그만큼 북한 내부에 범죄가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고, 이를 노동당 조직과 법기관에 단속을 주문한 것은 또 다른 비사회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과거 북한에서는 대외무역이 줄어들면 먼저 국가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되고, 공장이 멎으면 노동자들은 각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주민들이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되면 사기와 절도, 성매매와 같은 일반 사회적 범죄가 급증하고, 이를 단속하는 북한 권력기관에서는 뇌물수수와 돈벌이 등 각종 사회적 범죄가 뒤따르게 됩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된 북한 소식통은 "생계를 위해 젊은 여성들이 역전 앞 대기여관과 찜질방 등에서 성매매에 나서고, 이를 단속하기 위해 강력한 상무조직이 생겨났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세포위원장 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도 중앙당과 도당, 군당 등 각급 기관의 당조직 책임자들, 보위부, 보안성, 사법 검찰 기관의 간부들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에게 비사회주의현상과의 전쟁을 주문한 것은 또 다른 비사회주의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을 지어준다는 것입니다.

과거 북한에서는 이른바 비사회주의 현상을 뿌리뺀다는 미명하에 더 큰 비사회주를 저지르는 관료들의 관행이 있었습니다.

북한 노동당 세포는 5~10명씩 당원들이 망라된 말단 기관이고, 세포위원장들은 소속된 사람들의 충성도를 저울질하고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뇌물을 받고, 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세포비서들은 산하의 당원들에게 시간을 내주거나, 각종 사회노동에 빠지는 대가로 뇌물을 요구하고 성상납을 요구하는 행위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때문에 세포위원장들과 법관들에게 사회범죄를 막으라고 권한을 주면 이들이 그 권한을 이용해 제2, 제3의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해석입니다.

당 세포위원장들이 대회에서는 김정은의 연설을 열심히 수첩에 받아적고 있지만, 사실상 이들은 또 다른 비사회주의 현상의 주범이 된다는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 세포위원장 대회에서도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며 통 큰 작전 더 과감히 전개하겠다"고 주장한 만큼 유엔 대북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잠시 녹음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 TV: 우리가 지금까지 해놓은 일은 시작에 불과하며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들을 더욱 과감히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시였습니다.

남한의 통일부는 '2017년 북한 정세 평가 및 2018년 전망' 자료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속 추구하되 대외 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도발을 이어갈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이번에 채택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97호로 북한은 더 큰 경제적 곤란에 직면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주 유엔 미국 대사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니키 헤일리 주 유엔 미 대사: Today's resolution achieves in 89% total reduction of the Kim regime's ability to import gasoline, diesel, and other refine products. (오늘 결의안은 김정은 정권이 수입하는 휘발유와 디젤유, 그리고 다른 정유제품의 89%를 감소시키게 됩니다)

유엔 결의안 2397호는 북한이 수입하던 원유정제품을 45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대폭 줄였고, 중국과 러시아 등 전세계에 나가 있는 북한의 해외파견 근로자들을 2년안에 모두 귀국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번 제재로 북한의 전체 외화수입 가운데 2억 5천만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니키 헤일리 대사는 평가했습니다.

비록 이번 제재가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은 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중국을 압박해 '원유전면 차단'이라는 문턱까지 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습니다.

올해는 대북유엔제재 결의가 네차례 채택된 최악의 해였습니다. 김정은이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에서 향후 더 강력한 도발을 선포한 이상 국제제재는 각일각 더 조여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북한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핵무력완성"이라는 군수산업 육성에 총력을 집중했습니다.

앞서 언급된 북한 전문가는 "사회 범죄가 줄어들자면 인민생활 안정과 해당 경제적 안정 등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김정은이 이를 무시하고 법기관에 단속을 지시한 것을 보면 내년 한해도 총소리가 그치지 않을 것 같다"면서 대대적인 공개처형을 예상했습니다.

최근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황병서 김원홍 등 북한군 총정치국 간부들을 숙청에 불을 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되면 그 표적은 박봉주 내각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내년에는 엘리트에 대한 숙청과 처벌을 계속할 것이라고 남한의 국가안보전략 연구원 이기동 북한체제 연구실장은 분석했습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 책임을 전가하는 차원에서 내각 총리를 맡아왔던 박봉주 내각총리나 안정수 경제담당 부위원장 정도가 목표되지 않을까 라는 것이 저희들의 조심스러운 관측입니다.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경제를 건설하겠다는 북한,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국제사회는 한발작도 물러설 기세가 아닙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유엔의 대북 제재와 '범죄와의 전쟁' 선포한 북한의 속내를 알아보았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