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북한의 ‘광복지구 상업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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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싸게 팝니다", "고객의 만족을 보증합니다"

이는 미국의 최대 할인매장인 월마트(Walmart)가 내세운 판매 전략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월마트는1960년대 샘 월튼(Sam Walton)이라는 사람이 세웠습니다. 월마트는 식료품과 일용잡화, 의료품, 가정용품 등을 종합적으로 파는 대형 할인매장입니다.

미국 남부 아칸소의 한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월마트는 처음 영세한 상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장을 거듭해 2016년에는 종업원 190만 명, 연매출 4,821억 달러를 자랑하는 대형 슈퍼마켓으로 거듭났습니다.

월마트는 현재 세계 수십개 나라에 지점을 두었고, 매주 1억명 이상이 찾고 있습니다. 이 월마트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까지는 시장원리와 "싸고 질좋게 판다"는 경영전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에 여러 할인매장이 있지만, 그 중 월마트는 덩치도 제일 크고 물건을 다른 매장보다 싸게 팝니다.

북한으로 치면 평양 만경대 구역에 있는 '광복지구 상업중심'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이런 월마트와 같은 대형슈퍼마켓을 꿈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장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탓에 실패했습니다.

간추린 매장 소개 마치며 '북한은 어디로' 오늘의 주제는 "실패한 북한의 광복지구 상업중심"을 보내드립니다.

<사운드 바이트/한국언론> 오늘 들려온 소식, 유통업종을 뜨겁게 달구었던 뉴스는 월마트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을 5일간 확대한대요. 월마트에서 24시간 오픈 확대한다고 밝혔는데,그것도 인건비도 비싸요. 미국에서 24시간 밤늦게까지 돌린다.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요.

이 녹음은 얼마전 미국 월마트에서 추수감사절 대규모 행사를 했다는 언론 보도입니다. 여기서 할인이란 말은 "일정한 값에서 얼마를 뺀다"는 말로 물건을 아주 싸게 판다는 소립니다. 그리고 '블랙프라이데이'란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다음날이 금요일인데, 그날 대형 할인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부릅니다.

이날 연중 최대 할인행사가 진행되는데, 어떤 물건은 20~50% 싸게 팔기도 합니다. 그래서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사람들이 매장 앞에서 기다리다 문이 열리면 저마다 뛰어들어가 싼 물건을 차지하느라 다투는데,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이런 슈퍼마켓을 구상했는데 그 대표적인 대상이 '광복지구 상업중심'이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사망하기 전인 2011년 12월 15일 '광복지구 상업중심'을 방문했습니다. 그날 시찰에는 후계자인 김정은과 김경희, 장성택 등 핵심 측근들이 동행했는데요,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점을 앞둔 광복지구상업중심을 현지지도 했다"며 '슈퍼마켓'이라고 밝혀 북한 식 대형 할인매장임을 시사했습니다.

<북한 중앙TV>: 봉사에서의 정확성 신속성을 보장하고 구매자들의 편의를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할 수 있게 꾸려진 상업봉사기지, 일명 슈퍼마케트입니다.

원래 이 상업중심의 전신은 광복백화점이었습니다. 광복백화점은 1991년 첫 개장을 한 이래 20년 동안 유명무실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활기를 띤 것은 2011년부터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장쑤성 (江蘇)성 양저우(揚州)의 한 슈퍼마켓을 보고 돌아와 "우리도 대형 슈퍼마케트를 만들라"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북한 tv 녹취>: 시장을 돌아보시면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과일과 남새, 기름을 비롯한 상품의 가지수와 경영활동방식에 대해 요해하시였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잘 아는 한 북한 관계자는 "김정일이 2009년에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개발도 어느 정도 되었다고 보고, 경제를 챙기겠다고 노력했다"면서 그 일환으로 중국식 슈퍼마켓을 북한에 들여오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2011년 두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은 중국 대형마트를 돌아보고 "평양에 이 같은 매장을 만들라"고 지시했습니다. 김정일의 방침을 받은 노동당 39호실은 북한은 중국의 한 유통업체를 끌어들여 매장을 꾸린 다음 40대 60으로 이윤을 나눠 갖기로 계약했습니다.

즉 북한이 판매장과 판매원들을 제공하는 대신, 이득금의 40%를 가져가고, 중국은 돈과 상품을 대고 이윤의 60%를 먹는 식이었습니다.

중국 측은 '광복지구상업중심'을 개업할 때 "마트를 공동 운영하는데 책임감을 높이자"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중국 투자자 축사> 우리는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스스로에 대해 엄격해야 하며 책임감과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지고 성실히 일해야 할 것입니다.

북중 양측의 경영 전략은 "시장 보다는 눅게(싸게), 다른 국영상점보다는 가격을 높게 정한다"였습니다.

이렇게 되어 2012년 1월 5일 북중 합작의 광복지구 상업중심이 탄생했습니다. 당시 북한 매체들도 광복지구 상업중심을 소개한 기사를 내보냈는데요, 어떤 주민은 북한돈 36만원어치를 구매하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북한돈 36만원은 당시 암거래 환율로 인민폐 360위안으로, 웬만한 주민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광복지구 상업중심은 1년도 안되어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 광복지구상업중심이 장마당과 경쟁에서 실패한 데 있었습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나날이 확대되는 장마당에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돈을 번 상인들이 부를 축적하게 되자, 김정일은 장마당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 주도의 슈퍼마켓을 구상했던 것입니다.

그 결과 내각과 군대 등 국가기관이 평양 1백화점과 2백화점 등을 떼맡아 운영하게 하고 물건도 장마당보다 싸게 팔아 주민들의 발걸음을 국가 매장으로 돌리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광복지구 상업중심은 이윤 배당에서 중국에 항상 밑졌다고 합니다. 북한이 이윤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국산품이 있어야 하는데, 상업중심에서 팔리는 상품은 100%가 중국산이었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가져가는 이득금은 형편없이 적었다는 것입니다. 중국측은 전체 지분 60% 외에도 상품 원가와 운송비를 가져가면 이윤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식이었습니다. 북한이 자본주의를 비난할 때 쓰던 '예속자본'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측에 계약변경을 수시로 요구하고, 이윤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음 북한이 우려한 것은 중국에로의 외화유출이었습니다. 중국에 이윤 배당금을 줄 경우, 외화로 줘야 하는데, 그러면 달러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북한정부도 일반 주민들 속에 풀려있는 달러를 보고, 슈퍼마켓을 시도했는데 달러가 중국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중국 좋은 노릇만 하게 됐다"는 불만도 나왔습니다.

국가간 교역은 조화로운 수출과 수입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원자재 수출 구조이다 보니 달러를 회수할 수 있는 수출상품이 없었습니다. 싼 중국 상품이 물밀듯이 들어와 북한의 달러를 싹슬이 하는 구조로 변한 것이었습니다.

또 북한이 실패하게 된 근본 원인은 개인운영과 공동운영의 괴리를 이해하지 못한데 있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성 중앙기관에 슈퍼마케트 운영을 지시하자, 이를 담당한 사람들은 차례지는 이윤이 없어 대충대충 일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40대의 한 미국 탈북자는 "개인들은 장마당에서 어떻게 하나 자기 물건을 팔기 위해 아글타글 노력하지만, 국가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왜 노력하겠는가?"고 물음을 제시했습니다.

차례지는 게 없으면 열성을 내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결국 평양의 광복지구상업중심은 개장 이후 사람들이 줄어들다가 지금은 거의 찾지 않는 '한적한 상점'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RFA 주간기획 '북한은 어디로' 오늘은 "실패한 평양 광복지구 상업중심"을 보내드렸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