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직 볼펜 하나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
이 말은 중국의 리커창, 즉 리극강 총리가 한 말입니다. 볼펜, 즉 북한에서 원주필이라고 하는 필기 도구의 핵심 부품인 다말(볼펜심)을 자체로 생산하지 못하는 중국 경제 수준을 질책한 것입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할만큼 제조업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한해 생산하는 원주필은 380억개인데도, 볼펜 심을 만들지 못해 일본과 독일 스위스에서 수입해 조립하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볼펜 한자루가 외국에서 2달러에 팔릴 경우, 중국이 얻는 수익은 고작 10센트였다고 하니 리커창 총리가 화날만도 했지요.
그래서 중국은 약 1천만 달러를 투자해 5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얼마 전에는 볼펜 심을 자체로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간추린 토막뉴스 마치며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국산화를 강조하는 김정은의 외제 사랑”를 보내드립니다.
한국 연합뉴스 보도: 한해 380억개이 볼펜을 생산해 전세계에 수출하는 중국. 세계 수요의 80%를 충당하는 그야말로 볼펜 강국입니다. 하지만, 볼펜 한 개를 2천원에 팔 경우, 중국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100원에 불과합니다. 볼펜 심을 만드는 철강과 생산 설비, 잉크 등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이 녹음은 앞서 언급한 중국의 볼펜 심 생산을 국산화한 언론 보도 내용입니다. 몇해 전 리커창 총리는 공개 석상에서 볼펜 하나 만드는 기술이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우주에 우주선을 보내고 자국기술로 항공모함을 만드는 중국이 정작 볼펜 한자루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비판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볼펜 국산화를 목표로 6천만 위안, 즉 천만 달러 가량의 연구비를 지출했고, 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볼펜심용 강철 개발에 성공했다고 중국의 인민일보가 최근 보도했습니다.
원형 금속으로 된 볼펜 심은 필기를 할 때 종이와 마찰하기 때문에 크롬강이나, 스댕이라고 하는 불수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 경제 2위에 오른 중국도 지금은 국산화에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 랴오닝호라는 6만7천 톤급 항공모함이 1척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2002년 사들여 개조한 것입니다. 이것도 국산품이 아닌데요. 하지만, 중국은 2020년쯤에는 항공모함 2척을 자체로 건조해 띄우겠다고 군사굴기의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요.
이처럼 중국의 경우 국산화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런 국산화의 목소리는 북한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과학기술 부문에서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김정은 신년사: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이며…
김정은은 “과학기술부문에서는 원료와 연료,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공장,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문제들을 푸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산화를 줄기차게 강조하는 이유는 중국의 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고, 미국의 제재에도 끄떡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국산화를 강조한 것은 2014년 경부터입니다. 김정은은 간부들에게 “국산 담배를 있는데, 질 좋게 만들라”고 지시한 이후 북한에서는 국산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그때로부터 매년 하는 신년사에서 수입병을 없애고, 국산화를 실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 매체들도 화장품과 식료품 공장 등에서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라며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다른 나라의 것이 아니라 '은하수' 상표를 단 우리의 화장품을 먼저 찾게 하고 나아가서는 '은하수' 화장품이 세계시장에서도 소문이 나게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
그리고 북한 매체는 북한 전역에서 국산화가 실현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2016년 2월 1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숙평양방직공장에서 국산화 된 멋진 가방들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고, 심지어 치과병원에서는 인공치아를 잇몸에 고정시키는 기술도 국산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방문하는 북한 주민들은 국산품을 장려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국산화 목표를 걸었지만, 이는 북한 실정과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에서 생산되는 아리랑 텔레비전이나 개인용 판형 컴퓨터도 전부 중국에서 부품을 가져다 조립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자체 생산한다는 룡흥, 삼지연 태블릿 PC 등도 대부분 중국에서 주문 제작해 오거나 부속품을 가져다 조립한 무늬만 ‘국산품’에 불과한 것들입니다. 북한 주민은 “북한에 제 것이라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국산화를 실현하겠는가?”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그토록 희망했던 슈퍼마켓도 결국 국산품이 없어 실패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사망하기 전까지 광복지구 상업중심에 공을 들였지만, 그 상업중심에서 팔리는 물건은 100%가 중국산이어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형편없이 적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때부터 김정은은 국산품을 만들어 북한 내수 시장을 잡아야 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는 공산품들도 대부분 중국 산인데다, 유통되는 화폐도 중국 위안화로 거래 되는 등 북한 시장을 중국산이 점거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외국제를 더 애용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언론의 보도입니다.
KBS 녹취: 비행사들을 일일이 격려하던 김정은은 검은색 차량에 올라 손을 흔듭니다. 1억여 원을 호가하는 독일 벤츠사의 최신 SUV 차량으로 추정됩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부터 S클래스 600형 최고급 벤츠를 방탄용으로 개조해 타고 다니는 모습이 북한 텔레비전 카메라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영국 랜드로버사에서 제작한 레인지로버 승합차로 보이는 고급 스포츠 차량을 타고 다니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나타났습니다. 이 차량은 최대 20만달러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와 함께 스위스 명품 시계인 모바도 커플 시계도 차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까만색으로 된 이 시계는 한 개당 최고 수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미국을 철저히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 애플사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텔레비전에서 포착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유학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브랜드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래서인지 김정은은 미국 애플 컴퓨터를 자기 집무실에서 쓰고, 달리는 열차에서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도 프랑스제 코트를 입고, 한국산 화장품을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간부들은 외국산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국산화를 강조하는 북한 김정은이 외제를 사랑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은 외제차와 외국제 컴퓨터를 쓰면서도 주민들에게는 국산품을 쓰라고 하는 김정은, 실제로 국산화를 화려면 돈이 투자되어야 한다는 점을 중국의 볼펜 심 개발 과정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RFA 주간기획 ‘북한은 어디로’ 오늘은 “국산화를 강조하는 김정은의 외제 사랑”을 보내드렸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