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도 테러는 합리화 될 수 없다”
이는 테러를 반대하는 전세계 지도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입니다. 테러는 특정목적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가 살인, 납치, 암살 등 폭력을 행사하여 사회적 공포를 조성하는 행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6년전 발생한 미국의 9.11 테러는 세계를 경악시켰습니다. 이슬람 테러분자들이 비행기를 납치해 뉴욕에 있는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들이받아 수천명의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테러분자나 테러 지원세력을 쓸어버리는 전쟁형태로 변했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있는 사람에게 총이나 폭탄, 칼, 독약으로 공격해 죽이는 테러는 비열하고 유치해 어떤 방법이로든 합리화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말레이시아의 수도에서 피살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에 북한 정권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북한 김정은 ‘테러지원국’ 감투 다시 쓰나?”를 보내드립니다.
테드 포 공화당 의원: 김정은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다시 올릴 때입니다. 그는 테러리스트이고, 전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테드 포(Ted Poe) 미국 공화당 하원 외교위원회 의원의 말입니다.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H.R 479)을 미 의회에 발의한 테드 포 의원은 최근 “김정남 암살의 배후가 북한으로 드러나면 즉각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22일(현지 시간) “김정남 암살 사건은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것으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브레드 셔먼 민주당 하원 의원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히는 등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는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테드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다르면 법안 통과 후 90일 이내에 미국 정부가 김정남 테러 관련 사건을 조사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 있습니다.
테러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이란 미국정부가 테러행위에 가담했거나, 이를 지원하고 방조한 혐의가 있는 나라들에 붙이는 불명예스러운 딱지입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테러지원국가는 이란과 수단, 시리아 3개 나라 뿐입니다.
북한은 1988년 테러지원국에 지정됐다가 2008년에 겨우 해제된 바 있습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이 ‘88서울 올림픽대회’를 파탄시키기 위해 대한항공 여객기를 폭파시켜115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아간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은 1988년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11월 미국과 핵검증에 합의하면서 테러지원국 감투를 벗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검증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오바마 정부 들어 4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2010년 남한의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2014년에는 미국의 소니 영화사 해킹 등 잇따라 북한에 의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오바마 정부는 유보해왔습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자면 “물리적 폭력이나 인명에 대한 위해”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김정남 독살 사건에 북한이 정권차원에서 개입했기 때문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김정남 암살사건에 북한 국가안전보위성과 외무성 등 권력기관이 개입됐다고 국회에 밝혔습니다.
이철우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철우 위원장: 북한 사람 8명 중에 4명이 보위성 출신이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 젊은 두 사람은 외무성 출신이다. 그래서 국가보위성과 외무성이 직접 주도한 테러사건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주도한 테러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가담한 용의자 8명 가운데 4명이 국가보위성 출신이고, 실제 독살에 나선 2명은 외무성 소속이고, 고려항공과 내각 직속 신광무역도 포함됐습니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 파견된 북한 국가보위성 요원인 현광성은 평양으로 도피한 북한 용의자들을 직접 공항에서 배웅한 사실도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습니다. 한국언론의 반향을 들어보시겠습니다.
<한국 언론 사운드 바이트1>
북한이 김정남 독살에 유엔에서 금지한 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엔안보리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 사운드 바이트2>
유엔은 결의 687호에서 신경 작용제인 VX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했습니다. 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VX를 살포해 수천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사례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경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쟁이나 분쟁에 개입될 수 있다는 사례를 낳았습니다.
북한은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김정남 독살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김정은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강력히 저지시켜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되면 아버지가 겨우 벗었던 테러지원국 오명을 김정은 대에 다시 쓴다는 소리가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지난 2월 4일 신형장거리 미사일 발사이후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자, “북한을 강하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은 국제적 고립에 빠져들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과의 단교를 시사하고 나섰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로 북한당국을 지목하자,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엉터리 수사”라고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하고, 심지어 “적대세력과 결탁되었다”는 터무니없는 억측까지 돌렸습니다.
강철 말레이시아 북한대사의 말입니다.
강철 대사: 일주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우리는 명백한 증거와 사망 원인을 말레이시아 경찰로부터 받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의심을 더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 대사는 김정남의 존재 여부를 숨기면서, “말레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으며, 말레이 정부가 한국과 결탁해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4일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 부총리는 양국 외교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아마드 부총리는 “말레이시아는 범죄가 숨어있는 곳이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세리 나스리 아지즈 말레이시아 문화관광부 장관은 23일 북한을 ‘깡패국가’(rogue nation)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고립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선 김정남 암살에 외국 여성을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 당사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나라들도 북한을 골칫거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중간 마찰도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올해 말까지 북산산 석탄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개인 필명의 기고문에서 중국을 겨냥해 “명색이 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가 주대(줏대)도 없이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중국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친선적인 이웃이라고 하는 주변나라, 덩치 큰 이웃”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중국을 겨냥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국정원은 중국의 북한 석탄 수입중단 조치로 북한의 외화벌이 수입의 23%에 해당하는 7억8천만달러가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 내부에서 반중감정이 증폭되고 있다고 이철우 한국 국회정보위원장은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철우 위원장: 중국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중국에 대해서는 그럴수가 있느냐, 우리 혈맹관계가 미국 때문에 바뀌어서야 되겠는가라고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미국에 정착한 한 북한 무역일꾼 출신 탈북민은 “중국이 석탄 수입을 중단하면 북한 경제는 45도 각도로 하락할 것”이라며 머지 않아 북한 경제가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에 이런 말이 있지요. “몰리는 뽈스까”. 김정남 독살 사건으로 북한은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RFA 주간 기획 ‘북한은 어디로’ 오늘 시간에는 “북한 김정은 ‘테러지원국’ 감투 다시 쓰나?”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진행에 한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