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추진하는 ‘발사의 왼편’은 무엇?

지난 6일 진행된 북한의 스커드-ER(사거리 1천㎞) 미사일 발사훈련 모습.
지난 6일 진행된 북한의 스커드-ER(사거리 1천㎞) 미사일 발사훈련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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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륙간탄도 미사일 개발이 마지막 단계? 그럴 일 없을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고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이 미국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왔다고 말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근거로 김정은의 주장을 이처럼 일언지하에 반박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최근 한편의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습니다. 3월 4일자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물려받은 유산,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비밀 사이버전”이라는 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발사의 왼편’이라는 사이버 전자전을 비밀리에 추진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부터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미국이 비밀리 추진하는 ‘발사의 왼편’’에 대해 보내드립니다.

<사운드 바이트>: 북한이 원산 비행장 일대에서 미사일 한발을 발사했지만, 실패한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발사직후 폭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관련해 미 태평양 사령부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 한발을 발사했지만, 몇초만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보도는 지난 22일 북한이 강원도 원산 비행장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공중에서 폭발됐다는 언론 보도내용입니다.

북한은 이날 이동식 발사대에서 미사일 1발을 기습적으로 쐈지만, 몇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미사일이 3천km 이상 날아가는 ‘무수단 개량형’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매체는 이 실패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6일자 노동신문이 “4발의 탄도로케트 발사가 성공했다”고 수십장의 사진을 싣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당시 보도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 중앙TV보도 녹취: 조국의 푸른 하늘을 가득 메운 탄도로케트의 비행운을 바라보시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이제는 화력타격조직과 지휘를 능숙하게 정말 잘한다고…

성공한 발사는 크게 보도하고, 실패한 발사는 보도하지 않는 북한의 보도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이 실패한 미사일은 사거리가3천㎞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하와이와 괌도에 있는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야심차게 개발한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8발을 시험발사했지만, 그 중 1발만 겨우 성공시켰습니다.

당시 언론보도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북한 리춘희 아나운서: 지상 중장거리 전략 탄도로케트 화성 10호 발사에서 성공!

한국 언론 YTN: 북한은 올해에만 무수단 미사일을 8번이나 쏘아 올렸지만, 나머지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험 발사는 단 한 차례뿐, 지난 2007년, 시험 발사 없이 실전 배치됐던 '무수단'의 성능이 베일을 벗으면서 체면만 구겼다는 평가가 잇따랐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중거리 미사일 실패에 격노했고, 로켓 개발관계자들을 호되게 처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미사일 총사령관으로 알려진 김략겸 전략군 사령관은 6개월동안 공식 매체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발사가 실패할까,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 타임스는 3월 4일 “트럼프가 물려받은 유산,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는 비밀 사이버전”이라는 기사에서 오바마 정부가 추진했던 북한 미사일 대응전술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4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이라는 프로그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한 사이버 전자전입니다.

미국방부가 비밀리에 추진해온 이 프로그램은 적의 미사일이 발사대에 대기 중이거나 발사 직후에 바로 폭발시켜 무력화하는 방법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단행한 다음 마틴 뎀프시 당시 미합동참모본부의장은 “미사일 방어를 위한 사이버전 및 전자전”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과 국방부 관리들이 ‘크래쉬 프로그램’, 즉 미사일 파괴 프로그램이라는 ‘사이버 공격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늦추려고 노력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09년 말부터 이란의 핵연료 시설을 교란시킨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사이버 미사일과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턱스넷은 거대한 산업시설에 있는 바이러스웜(비루스균)을 말합니다. 이 바이러스는 원자력, 철강, 반도체 등 주요 산업기반시설의 제어시스템에 침투되어 설비를 오작동 시키거나, 시스템을 파괴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북한이 노동당 7차대회를 전후해 발사한 8발의 중거리 미사일 가운데 7발이 공중에서 폭파된 것도 이 프로그램의 영향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일부 미사일은 우연하게, 또는 의도적으로 파괴됐다”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놀라운 속도로 실패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율이 무려 88%에 이르게 되자, 일부 전문가들 속에서는 “미국이 북한 미사일의 실패를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왜 미국이 북한 중거리 미사일 저지에 큰 공을 들일까,

현재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 미사일 제작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괌이나 하와이 등 미군기지에 대한 타격 능력을 갖춰 미국과의 거래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체계를 마비시키기 위한 전자전 프로그램에 착수했다는 겁니다.

그러면 인터넷이 들어가지 않는 북한의 내부망을 어떻게 뚫고 들어가겠는가 하는 것도 관심사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북한이 바깥 세상과 분리시키고 인트라넷, 즉 내부망으로 연결되어 있어도 미국의 새로운 사이버 전자전 프로그램은 북한 군수공장 미사일 설계실까지 뚫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수 있다고 미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탈북민:어차피 미사일 체계가 모두 자동화체계가 컴퓨터 체계이기 때문에 그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수도 없고…그러니까 뚫고 들어간다는 거죠.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도 국방비를 올해 대비 10% 나 증액시킨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미국 국방비는 5천960억 달러로 세계 최고이며, 중국보다 4배 가량 높습니다.

미국은 이 돈으로 10만톤 급 핵항공모함 2척을 더 건조하고, 전투기 100대를 더 생산해 “미군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한걸음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김정은 정권은 핵과 미사일로 대응하겠다는 형국입니다. 집권 6년차인 김정은 정권은 지금까지 모두 탄도미사일 46발을 발사했습니다. 이는 집권 18년 동안 16발을 발사한 아버지인 김정일을 훨씬 능가하는 숫자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 정권이 천금 같은 미사일을 허공에 대고 쏜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착한 탈북민의 말입니다.

탈북민: 북한이 미사일을 계속 생산하고 있으니까, 강계에서 보면 미사일 알을 수없이 생산되요. 김정은이는 대화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슨 배짱 앞뒤도 없고 무서움도 없는 애들이나 똑 같다고 생각해요.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탈북민은 “만일 북한이 지금처럼 핵실험을 계속하면 미국 사이버전자기술이 북한의 핵프로그램에도 침투할 수 있다”면서 “북한처럼 좁은 땅에서 핵사고라도 발생하면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은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며 “그들은 여러 해 동안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playing)”고 비판했습니다.

얼마전 한국과 일본 중국을 방문했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비핵화 결단 때까지 북한과의 대화는 없다면서 제재 수위를 더 높일 것이며 북한이 선을 넘을 경우 대북 군사행동도 불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군사적 옵션에서 ‘발사의 왼편’ 라는 미사일 파괴 프로그램까지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RFA 주간기획 ‘북한은 어디로’ 오늘은 “미국이 비밀리 추진하는 ‘발사의 왼편’은 무엇’”인지에 대해 보내드렸습니다. 진행에 한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