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한영진입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이슈가운데 ‘참수작전’이라는 용어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신문과 방송을 통해 참수작전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텐데요.
최근에도 북한의 3개 공안기관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해칠 흉계를 꾸민 국가테러범죄자들을 극형에 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이처럼 북한이 공개적으로 최고수뇌부에 대한 테러라는 말을 가감없이 사용하는 것도 한국과 미국의 ‘참수작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하지만, 이 참수작전은 현재의 한반도 정치상황으로 볼 때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참수작전의 의미와 실체에 대해 알아봅니다.
<사운드 바이트> 참수작전은 적의 최고 지도자를 사살하는 작전입니다. 지난 2011년 미군이 알카이드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파키스탄에서 사살한 작전이 대표적입니다. 우리 군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지휘부를 제거하는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한미군사훈련때는 미군특수부대가 참가해 이 작전 일부를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참수작전과 관련된 한국 언론 보도내용입니다. ‘참수작전’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그 최고 결정권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로,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말입니다.
원래 참수작전이란 말은 한미 군당국이 공식적으로 쓰이는 용어가 아닙니다. 이 말이 생겨난 것은 2015년인데요. 한국군의 한 장성이 학술토론회에서 대북 비대칭전력을 설명하다가 참수작전이라는 말을 썼고, 그때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참수작전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이 북한 노동신문이었습니다.
북한은 참수작전을 자신들이 최고존엄으로 여기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전면적인 도발로 간주했고, 이를 계기로 충성경쟁에 나선 북한의 일부 간부들의 과잉충성 때문에 크게 불거졌습니다.
지금도 북한은 참수작전의 한 실례가 될 수 있는 ‘테러소동’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8일 북한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검찰소 등 3개 공안기관은 합동으로 성명이라는 것을 발표하고,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이 “우리 최고수뇌부를 해칠 천인공노할 흉계를 꾸몄다”며 대남비난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 소동에 불을 지핀 것은 일본 언론 보도로 추정됩니다.
6월 26일 일본의 아사히 신문사는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실각시키기 위한 공작을 벌였으며, 사고를 가장한 김정은 암살도 들어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남북당국자 회담이 결렬된 후 대결국면으로 치닫자, 북한의 지도부 교체라는 목표를 걸고 대북정책관련 문서에 서명했다는 겁니다.
아사히는 당시 이 정책은 한국 국정원이 주도했으며 김정은 은퇴나 망명, 암살 등의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이 신문 보도를 토대로 강하게 반발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렇게 강하게 주장하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5월에 국가보위성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한국의 국가정보원(NIS)이 김정은 제거작전을 벌이려했다”고 주장했던 내용과 맥락이 같기 때문입니다.
북한 보위성은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생화학 물질로 테러를 감행하려던 극악한 테러범죄 일당이 적발됐다”고 주장한 바 있었습니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정보당국이2014년 경 러시아 벌목공으로 파견됐던 북한 공민 김모씨를 매수해 금수산태양궁전행사(김일성·김정일 시신 보관 시설)나 열병식 등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을 독극물로 테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미 당국이 김정은 테러를 감행할 대상자로 북한의 벌목공을 선택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황당한 이야기라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김정은 위원장을 경호하는 철통 같은 경비진을 일개 벌목공 출신이 과연 뚫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입니다.
그러면 참수작전이란 무엇일까,
현재 세계 군사가들 속에서는 전쟁 방지나, 테러방지 등을 위해서 ‘참수작전’이라는 전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참수작전을 실행한 사례는 없지만, 미국은 여러 차례 단행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이슬람극단주의 테러분자들과의 전쟁에서 참수작전을 사용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실행한 대표적인 참수작전 사례는 9.11테러 배후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사건입니다. 2011년 5월 미국 해군 특수부대원들은 파키스탄 영내에 있는 빈 라덴의 은신처를 찾아 급습해 그를 사살한 뒤 항공모함 칼빈슨호에 싣고 이동해 아라비아해에 수장했습니다.
지금도 미군은 무인기를 동원해 이슬람극단주의 테러조직의 우두머리들을 암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참수작전은 군 수뇌부를 제거함으로써 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효과가 검증됐습니다. 특히 북한과 같은 일인 지배체제에서는 최고 결정권자의 명령에 따라 전쟁이 수행되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의 전쟁의지를 꺾기 위해서는 참수작전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한국과 미국 등에서 전개될지 모르는 참수작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실례로 한국 국정원은 지난 6월 16일 “최근 김정은의 공개활동이 32% 정도 감소했다”면서 “참수작전 관련 정보를 캐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국회에 밝혔습니다.
또 “지방을 방문할 때 김정은은 자신의 전용차를 타지 않고 다른 간부의 차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차를 타고 다니지 못하고, 공개활동을 줄인 것은 그만큼 신변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 미북간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참수작전을 한미 군당국이 가볍게 전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는 참수작전은 현재 남한의 정치상황으로 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김성욱 대표: 참수작전이라는 것은 군사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정치적으로는 현실성이 없다. 왜냐면 한미동맹을 강화한다고 한국과 미국이 합의했고, 그리고 한국이 밝힌 4노(No) 원칙에 따르면, 북한을 절대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기본 원칙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한미동맹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서는 참수작전은 실현될수 없지요.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정권의 교체나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국정부가 김정은 정권 붕괴를 원치않는다는 것을 미국 정부에 확인시킨 계기로, 사실상 참수작전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전문가들 속에서 참수작전이 거론되는 것은 “반미감정 조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김 대표는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한미가 참수작전 계획을 논의한다면 굳이 언론에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게 김대표의 말입니다.
김성욱 대표: 참수작전을 할거면 조용히 하지, 그것을 공개할 이유도 없고,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이지요. 한국에 참수작전 부대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정치적인 액션에 불과한 것이지 현실성은 없지요.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진지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미국인 여러명을 억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적인 선택은 어렵다고 김연호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밝혔습니다.
김연호: 군사적인 조치는 사실 현실성이 없고요. 그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그랬을 경우 북한이 가만있을것이냐, 이게 또 확전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런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식으로는 접근을 하지 않을 것 같고, 최대한 인도주의 차원에서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도 해서 가능한 빨리 나머지 미국인 억류자들을 데려오려고 하겠지요.
다만 미국의 정치권과 행정부 차원에서 대북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습니다.
김연호: 미국의회에서는 당연히 지금 발의된 법안이 탄력을 받겠지요. 북한여행금지법안은 지금 하원에서 계류중인데, 상하원에서 탄력을 받을 것이고, 새 대북제재 법안은 이미 5월에 하원을 통과해서 상원에서 진척이 되지 않고 있었는데, 웜비어 사망사건을 계기로 탄력을 받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행정부 차원에서는 대북압박을 더 강하게 하는 쪽으로 접어들 것 같은데요. 미중전략대화를 통해서 더 강하게 대북제재에 동참하라고 중국에 요청할거고,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겠지요.
그렇다고 미국이 단독으로 참수작전을 전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김성욱 대표는 “현재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안전을 위협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중국에 북핵문제를 해결하도록 시간을 준 상태”라며 “중국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미국단독으로 참수작전을 실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오늘은 최근 이슈되고 있는 ‘참수작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진행에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