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어느 누구나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위성사진은 북한의 변화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됐는데요, 'RFA 주간프로그램 - 하늘에서 본 북한', 북한을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오늘의 북한을 살펴봅니다.
위성사진 분석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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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위성사진, 하늘에서 본 북한'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의 다양한 변화를 추적해왔습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치․군사․경제․사회면에서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는지, 또 새로운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을 분석했는데요,
'위성사진, 하늘에서 본 북한'은 지난주부터 두 시간에 걸쳐, 위성사진으로 살펴본 북한 사회, 특히 김정은 시대의 특징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북한 곳곳에서 확인된 모습을 통해 김정은 정권이 무엇을 추구했고, 어떤 정책에 초점을 뒀는지, 그 가운데 북한 주민의 삶은 어떠했는지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위성사진으로 살펴본 김정은 시대의 특징, 오늘 두 번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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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사진으로 본 김정은 시대 특징 <2>>
3. 전국적 유흥․오락시설 건설로 애민사상 과시
- 각도의 행정중심지마다 영화관, 물놀이장, 스케이트장
- 전국에 50개 이상 새 스케이트 공원, 10개는 새 단장
- 스케이트장 허문 곳에 새 영화관 짓기도
- 평양과 전국 6개 지역에 현대식 애육원․보육원
- 오락시설․보육시설 건설로 북한 체제의 우월성 선전

2014년 10월에 촬영한 평안남도 평성시. 이곳에 입체율동영화관(3-D Rhythmic Cinema)과 물놀이장, 김일성화 전시장 등 오락 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입체율동영화관이 들어서기 전에는 스케이트 공원이 있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시 채하동 아파트 단지에는 스케이트 공원(2015년 9월 2일 촬영), 라선시에는 새 물놀이장이 들어섰는데요, (2015년 9월 26일 촬영)
올해 미국의 상업위성이 촬영한 북한을 살펴보면 전국에 걸쳐 물놀이장과 영화관, 스케이트 공원 등 각 도의 행정중심지와 지방도시 등에 유흥․오락시설의 건설 현장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스케이트 공원은 전국적으로 50개 이상이 새로 생겼고, 기존 10개 이상의 스케이트 공원은 새 단장을 마쳤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평양 내 놀이공원도 확장․보수공사를 진행했고, 평양 중앙동물원도 2차 개․보수공사를 단행할 만큼 ( 관련 기사 )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유흥․오락시설의 건설을 통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썼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Curtis Melvin] 김정은 제1위원장은 젊고, 아버지인 김정일보다 경제발전을 통한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더 신경을 쓰면서 이를 권력 강화에 이용하려 했죠. 위성사진을 보면, 김정은 정권이 오락․유흥시설 건설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를 알 수 있는데요, 각도의 행정중심지와 지방도시 등 전국에 걸쳐 많은 물놀이장과 수영장, 놀이공원 등이 건설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강원도 원산을 비롯한 행정중심지에 놀이공원이 건설되거나 지방도시에 스포츠 공원이 만들어지는 등 오락시설의 건설과 확장․보수 공사는 올해도 계속됐는데요,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스포츠․오락 시설 등을 통해 북한 주민의 삶의 질과 북한 정권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풀이합니다. 또 북한은 평양을 비롯해 전국에 걸쳐 6개 이상의 초호화 현대식 시설의 애육원과 보육원을 건설하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애민사상을 선전하고 있는데요, ( 관련 기사 )
하지만 실제로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돼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은 오락시설을 지은 지 1~2년 안에 이를 허물고 같은 자리에 새로운 건축물을 세움으로써 자원과 노동력을 낭비하는 현장도 위성사진에서 확인됐습니다.
멜빈 연구원은 오락․유흥시설과 보육원․애육원 등의 건설 정책은 근본적인 경제적․제도적 개혁 없이도 가능하고, 북한 주민과 외부 세계에 김정은 제1위원장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손쉬운 선전 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비싼 비용 탓에 대다수의 북한 주민이 이용할 수 없는 오락․유흥 시설이 오히려 북한의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오락시설과 애육원 등을 건설하는 데 그치지 말고 북한 주민의 실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4. 식량 증대․전력 생산 목적 댐․운하 건설
- 곡창지대 황해도에 북한 최대 운하 건설
- 댐 건설해 저수지 만들고, 농업용수 확보에 주력
- 청천강에는 한 번에 10개 이상의 댐 건설
- 농업용수․전력 확보 통해 식량 생산 증대 목적
- 김정은 정권, 민간 부문 시설 투자도 적극 나서
올해 북한의 위성사진에는 댐과 운하, 저수지 등의 공사 현장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농업용수를 확보하거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인데요,
특히 매년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 생산량에 큰 차질을 빚어왔기에 이를 해결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북한 황해남도에 건설 중인 50km 길이의 대운하. 현재 신원군에서 시작한 운하는 해주시를 관통해 벽성군까지 이어지고, 운하는 옹진군과 강령군 등 남쪽 지방에 물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이 운하는 북한에서 건설 중인 가장 길고 큰 운하로 물이 부족한 북한에서 농업용수를 확보하려는 노력 중 하나로 분석됩니다.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신원군. 이곳에도 커다란 댐이 건설됐습니다. 물을 담아두는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서인데요, 이곳에 저장한 물을 황해남도의 관개용수로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은 황해남도 외에도 북한 곳곳에 새 저수지와 운하 등을 건설하는 모습을 위성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운하와 댐 건설은 식량 생산의 증대가 북한 당국의 우선순위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urtis Melvin] 북한은 식량 생산의 증대를 목적으로 많은 자원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정책 중 하나는 댐이나 수로, 운하 등을 건설해 물을 끌어들이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도 저수지를 많이 만들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죠.
이 밖에도 북한은 청천강에 최소 10개 이상의 댐을 건설 중입니다. 청천강의 대규모 댐 공사는 농업용수의 확보와 전력 생산이 주된 목적으로 특히 10개 이상의 댐을 한 번에 짓고 있는 건데요,
멜빈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민간 부문의 시설 투자를 늘리는 것은 식량난․전력난을 극복해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권력의 강화를 꾀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권이 많이 안정돼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Curtis Melvin] 위성사진에서 북한 당국이 재래식 군사비용과 함께 민간 경제 부문에서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이양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음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살펴본 김정은 정권은 식량과 전력 생산의 증대를 목적으로 자원과 민간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설만 짓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제도의 변화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멜빈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5. 늘어나는 공식 시장, 역할․기능 확대
- 위성사진에 확인된 합법적 공식 시장 400개 이상
- 전국에 걸쳐 새 시장 생기거나 오래된 시장 개․보수
- 북한 주민과 지역경제의 근간, 북한 당국에는 주 수입원
- 북한 당국의 장마당 통제 의지 안 보여
- 앞으로도 공식 시장․장마당 늘어날 듯
올해 위성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북한 공식 시장의 확장입니다.

멜빈 연구원은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합법적 공식 시장의 수가 400개가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 관련 기사 )
올해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라선시 경제무역지대를 비롯해 황해북도 사리원, 강원도 원산 등 전국에 걸쳐 새로 생기거나 더 크게 확장한 시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는 모두 북한 당국이 운영을 허락한 공식 시장으로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의 시장 활동을 장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멜빈 연구원은 '시장'과 '장마당'의 단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은 북한 당국이 지은 건물 아래 상행위를 허가한 공식 장소이고, '장마당'은 골목이나 길거리 등에 형성된 비합법적인 곳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는데요, 김정은 정권에서 공식 시장은 꾸준히 확장하고, 개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멜빈 연구원은 공식 시장이 늘어나고, 매대 수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북한 당국의 수입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장사를 하는 북한 주민에게 자릿세를 걷어 국가 수입을 늘리는 건데요,
이처럼 공식 시장의 기능이 확대하면서 시장이 북한 주민은 물론 지역 경제의 근간이 된 것도 김정은 정권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Curtis Melvin] 북한 시장은 지역 경제에서 생존 수단입니다. 또 시장은 사람들이 모이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 또는 유일한 공간이 되고 있죠. 위성사진을 보면 김정은 정권에서 각도의 행정중심지마다 오래된 시장은 보수․확장 공사를 하고, 새 시장을 건설하고 있는데요, 각 지방정부가 장마당 확장 정책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장사를 허용하면서 주민의 생활이 개선돼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이 다소 해소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주민 스스로 먹고살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북한 당국에 의지하는 경향이 줄어들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이제 북한 당국으로서 시장과 장마당의 확장은 거스를 수 없는 북한 사회의 중요한 흐름이 됐습니다. 앞으로 북한 시장과 장마당의 역할과 기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와 함께 장사를 하는 북한 주민도 상행위를 당당한 권리로 인식하면서 이들의 의식과 사상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위성사진 - 하늘에서 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