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어느 누구나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위성사진은 북한의 변화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됐는데요, , 북한을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오늘의 북한을 살펴봅니다.
위성사진 분석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입니다.
- 위성사진에서 오늘날 북한 전역에 형성된 장마당이 약 400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0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인데요, 그동안 북한 장마당은 확장을 거듭해왔습니다. 또 기존의 장마당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새로 생긴 장마당도 적지 않은데요, 이는 어떤 상황이나 정책에도 장마당이 역할과 기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원산의 경우 김정은 정권에서도 장마당은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지도층에서도 장마당에 계속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신호입니다."
북한 경제의 중심축이 된 북한 장마당. 위성사진을 통해 나타난 장마당의 변화를 통해 북한 지도층도 무시할 수 없는 오늘날 장마당의 현주소를 살펴봅니다.
- 2010년 당시보다 2배 가까이 늘어
- 이 중 20%에 달하는 77개는 옥외․길거리 장마당
- 김정은 정권에서도 장마당 생기거나 확장
- 이전 장마당 대체하는 새 장마당, 기능 유지
- 북한 지도층도 장마당의 역할 인정한 듯
2015년 2월 강원도 원산시 갈마시장의 모습을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입니다.
장마당의 면적은 약 3천810평 규모로 매대가 모여 있는 약 100여 동 건물의 갈마시장에 파란색 지붕 공사가 한창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02년, 그리고 일 년 전인 2014년 1월에 촬영한 위성사진과 비교하면 큰 변화입니다.
2002년 당시에는 지붕이 전혀 없는, 하늘이 뚫린 공간의 장마당이었고, 2014년까지는 오래된 금속 지붕이었지만, 최근 파란색 플라스틱 지붕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또 갈마시장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주택단지와 크고 작은 도로가 있어 많은 상인의 경제활동을 돕고 있는데요, 이는 지난 일 년 사이에 갈마시장에서 일어난 큰 변화임과 동시에 장마당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Curtis Melvin] 위성사진을 보면 원산시에서 지난 1년 간 시장이 확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장마당 규제에 관한 소문이 있었지만, 장마당의 역할을 되돌리는 정책은 펴지 않았습니다. 원산의 경우 김정은 정권에서도 장마당은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지도층에서도 장마당에 계속 투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신호입니다.

2014년 11월, 평안남도 개천시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새로 생긴 하얀색 지붕의 장마당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2013년에는 없던 곳에 새로 장마당이 들어선 건데요, 원래 개천시에는 이보다 더 큰 장마당이 있었습니다.
2013년 2월과 2014년 11월의 위성사진을 비교해보니 원래 장마당이 있던 자리에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먼 곳에 작은 규모로 새 장마당이 들어선 건데요,
이와 관련해 멜빈 연구원은 "북한 주민의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은 장마당이 규모나 거리, 정책에 상관없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활발한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 당국에서도 장마당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장마당과 관련해 북한 전역을 살펴본 멜빈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위성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북한 내 장마당은 약 396개에 달합니다. 이중 옥외 또는 길거리에 형성된 장마당은 77개로 전체 장마당의 약 20%에 해당합니다.
2010년 위성사진을 살펴볼 당시 북한 전역에 형성된 장마당은 200여 개에 달했습니다. 당시 장마당을 단속하는 북한 당국의 조치는 계속됐지만, 오히려 많은 도시에 새로운 장마당이 형성되면서 북한 내 장마당의 기능이 향상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5년 만에 장마당의 개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겁니다.

한 예로 2012년에 확인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채하시장도 3천320평 규모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2002년부터 살펴본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면 신의주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채하시장은 2011년까지 규모 면에서 성장을 거듭하며 신의주시 상업 활동의 중심 역할을 했는데요, 2012년에는 이전보다 두 배 이상 큰 규모로 확장한 겁니다.
북한 내 400여 개의 장마당은 북한 경제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북한 장마당은 북한 주민의 삶의 터전이자,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 됨과 동시에 정보가 교류되고 시장경제에 대한 안목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또 요즘 북한의 장마당에는 없는 것이 없고, 장마당을 통해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이야기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북한 장마당의 모습을 보도한 일본의 언론 매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이제 장마당이 북한 경제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하는데요,
[Ishimaru Jiro] 몇 번 말씀드렸지만, 지금 북한 경제는 장마당 없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대부분 서민은 장마당에서 사고팔고, 장마당을 통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국에서도 당연히 이를 알기 때문에 장마당을 죄고 풀고를 반복하고, 북한 내부가 정치적으로 긴장한 상태이지만, 장마당을 완전한 통제 아래 관리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도 여러 가지 통제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십 년 동안 반복했던 표면적인 통제이고요, 이보다 정말 심각한 것은 장사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더 큰 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체제 경직성을 해결하고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한의 장마당과 같은 풀뿌리 시장경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할 가능성을 던져주는 장마당의 잠재력은 오늘날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으로 3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는 참사가 생긴 뒤 생존 수단으로써 자연스럽게 생긴 장마당은 어느새 2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제 장마당은 북한 경제의 중심축이 됐습니다. 물론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통한 시장경제를 지지하기보다 사회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체제가 공존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데요, 하지만, 장마당의 확산을 통해 시장경제․개인 재산의 개념과 영역이 늘어나는 것은 북한 지도층도 더는 막을 수 없는 사회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위성사진 - 하늘에서 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