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 네, 오늘 처음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좋은 음악과 따뜻한 사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음악 산책! 오늘은 봄 냄새가 나는 음악으로 문을 열어봤습니다. 남쪽은 4월에 들어서야 봄 기운이 조금씩 돕니다. 올 봄, 북쪽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참 올해는 겨울이 더디가네요.
김철웅
: 저도 외투를 몇번이나 넣어다가 다시 입었는지 모르겠습니다. 3월 말에도 눈이 오고 말이죠… 그렇게 더디게 겨울이 가고 오는 봄이라서 그런지, 올해는 더 반갑습니다. 오늘 음악 산책 시간에는 성큼 성큼 오고 있는 봄을 담아 봅니다. 박인희가 부릅니다. ‘봄이 오는 길’
선곡 1 박인희 – 봄이 오는 길
이현주
: 저는 이 노래 참 좋아합니다. 철웅씨 이 노래 아세요? 1975년에 발표된 노래니까 요즘은 옛날 노래 취급받지만 지금도 봄하면 이 노래가 맨 먼저 떠오르고 흥얼 거리게 되는데요, 북쪽에서는 봄 노래 하면 어떤 노래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김철웅
: 봄맞이 처녀 민요풍의 노래가 많아요. 또 6.25 이후 나온 곡인데요 항일 빨치산들의 활동과 봄을 연계해 조국을 그리는 그런 노래들이 있고요.
이현주
: 봄 처녀 이런 봄 노래는 남북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봄 노래에도 약간의 정치색은 있네요.
김철웅
: 계절을 새로 맞는 느낌이야 남북뿐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할 텐데, 남쪽은 보통 3월에 학기가 시작되지만 북쪽은 4월에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남쪽은 모든 시작이 3월 1일, 삼일절이 끝난 다음으로 맞춰져 있다면 북쪽은 4월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올 4월에는 친선 예술 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분주한 고향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현주
: 그렇군요. 남쪽은 이맘때가 학교에서 봄소풍을 가는 때입니다. 산이나 공원, 놀이 동산 이런 곳으로 야외로 나가게 되는데요. 학생들은 그렇다고 치고 어른들은 사실 계절 바뀐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때도 많죠.
김철웅
: 남쪽이 북쪽에 비해 풍족한 사회지만 사회가 풍족하다고 시간이 여유롭다는 건 또 아닙니다. 더 바쁘죠. 주로 차를 타고 움직이고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보면 사실 밖에 꽃이 피는지 지는지 모르고 지나갈 때가 더 많습니다.
이현주
: 생활이 더 중요하니까요. 아마 방송을 들으면서 웬 한가하게 봄타령에 꽃타령이다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바쁘게 생활하다가 계절 바뀌는 것도 모르고 지나가면 뭘 하고 사나 하는 허전한 마음도 들더군요. 저는 집에 들어가는 길목에 큰 목련 나무가 하나 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내리막길 아래 있어서 아주 잘 보이는데요, 며칠전 밤에 퇴근할 하는데 가로수 빛에 목련이 활짝 핀걸 보면서 아 봄이구나 했습니다.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매년 봄을 그렇게 맞이하는 것 같아요. 웬지 하얗게 핀 목련 나무를 보면 잠깐 쉬어가게 됩니다.
김철웅
: 그러고 보니 올해 저도 그럴 시간이 없었네요. 대학 때 등하교길에 평양 산원 앞길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 개나라가 많습니다. 개나리 나무에 노란빛이 돌면 봄이구나 했던 기억이 나네요. 노래 한곡 듣고 얘기 이어갑니다. 양희은입니다. 하얀 목련.
선곡 2 양희은 – 하얀 목련
이현주
: 남쪽은 봄하면 꽃 축제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벚꽃이 만개하는 즈음에 벚꽃 축제가 열리는데요, 여의도나 진해 등지가 유명하죠. 진해는 멀지만 여의도는 서울 도심에 있다보니 축제 기간에는 발디딜틈이 없이 사람이 많습니다. 철웅 씨는 한번 가보셨어요?
김철웅
: 여자 친구? 데이트? 정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꽃구경을 한 건지 사람 구경을 했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여의도 섬 둑방길이라고 하죠, 국회의사당 뒤쪽으로 쭈욱 둘러서 벚꽃 나무가 몇백 그루가 핀 것은 장관이었습니다. 북쪽은 사실 일본 꽃이라 해서 벚 나무를 거의 베었습니다.
이현주
: 철웅씨 그거 아세요? 남쪽에서도 벚꽃하면 일본 국화다, 일본 꽃이다 해서 반일 감정과 연관 지어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사실 벚꽃 나무의 원산지는 한반도, 정확히 제주도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해서 일제 강점기 때 도시 미화용으로 벚나무를 많이 심었지만 원산지는 엄연히 한반도라고 하네요. 남쪽에서도 벚꽃 축제로 유명한 경남 진해에서 한동안 일본인들이 심은 벚나무를 베어버렸는데요, 1960년데 초에 이런 사실이 확인되서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합니다.
김철웅
: 그렇군요. 평양에서 벚나무 대신에 살구 나무가 많은데요. 북쪽에는 회령이 이 살구 나무가 참 많습니다. 살구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하는데 이 즈음 참 이쁠 텐데요 아..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고향 생각이정말 나는데요.
이현주
: 고향 노래 , 한곡 들을까요. 고향의 봄. 김용이 부릅니다.
선곡 3 김용 – 고향의 봄
이현주
: 탈북자 김용 씨의 목소리로 고향의 봄 들어봤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 지 몰라도 고향을 두고 오신 분의 마음이 잘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이 노래, 북쪽에서도 부르시죠?
김철웅
: 당연하죠. 많이들 부르는 노랩니다. 현주씨는 서울이 고향이시죠? 남쪽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는 이제 ‘고향’이라는 말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런 의미는 별로 없죠. 그렇지만 저희에게는 정말 의미가 남다르죠. 특히 이 노래 정말 고향 생각을 하는 사람 마음을 잘 표현합니다. 어느 계절 보다 꽃이 핀 봄이 제일 예쁘잖아요. 그 때 봄의 고향이 제일 머리 속에 많이 남아있고 그립기도 합니다.
이현주
: 이 노래 들으시는 청취자 분들 중에도 고향 생각 하시는 분들 계신데요…
김철웅
: 작년에 음악으로 여는 세상에서 이 노래를 틀면서 우리 고향에도 진정한 봄이 와서 고향에서 봄을 맞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올해도 역시 노래만 듣고 고향을 갈 수 없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지만, 제 기억 속에 있는 고향의 봄은 그렇게 예쁘고 따뜻할 수가 없는데, 고향의 봄을 보는 일은 내년을 기약해 봅니다.
이현주
: 꼭 그랬으면 좋겠네요. 철웅씨! 봄이죠?
김철웅
: 네, 그렇습니다.
이현주
: 요즘 남쪽은 46명 젊은이들이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천안함 침몰 사고로 사회 분위기가 침통합니다. 구조 작업에 나섰던 군인과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고 실종자 시신이 하나둘 씩 발견되면서 이번 봄은 화창하다기보다 황사가 낀 듯, 뿌옇습니다. 그래도 어느 틈에 봄은 성큼 와 있네요. 이 봄 기운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줬으면 합니다.
김철웅
: 아무리 겨울이 길고 길어도 봄이 오는 것처럼 확실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남겨둔 겨울을 탁탁 털어버리고 가벼운 마음, 새로운 마음으로 오는 봄을 맞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봄은 더 없이 화창한 일만 있기를 바래봅니다.
이현주
: 마지막으로 김동률의 Jump 들으면서 이만 인사드립니다.
선곡 4 김동률 - Jump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