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이현주의 음악산책]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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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음악산책> 김철웅입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줍니다.

김철웅 : 영어 표현을 보면 우리말로 풀어서 말하기가 참 간지러운 말들이 있어요. 그 중에 제가 참 낯설었던 표현이 행복을 바랍니다...하는 인사말이었습니다. 우리는 사실 행복이라는 것, 특별히 입 밖으로 내서 말하지 않잖아요?

이현주 : 생활이 힘들다 아니면 요즘 좀 괜찮다 이렇게 표현하는 편이지 행복하다 또는 행복하지 않다... 이런 얘기는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김철웅 : 전쟁 이후 북쪽은 물론이고 남쪽도 참 생활에 쫓겨 살았습니다. 경제를 발전시켜서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한다는 일념에서 온 국가가 참 열심히 달렸는데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었겠죠? 그런데 요즘, 남쪽에서는 이 '행복'이 화두입니다. 현주 씨, 행복하세요?

이현주 :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웃음) 선뜻 행복하다는 대답은 안 나오네요. 철웅 씨는 어떠세요?

김철웅 : 저도 행복하다는 말은 하지만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요. 영국, 미국 등 서방국가의 연구소에서 '행복지수'라는 것을 조사하는데요, 남쪽은 사회 민주 지수도 높고 경제력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데, 이 행복 지수는 거의 꼴찌입니다. 최근 한 남쪽 신문이 신년을 맞아 '한국인, 행복해지자.' 이런 구호를 내세웠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요?

이현주 : 행복 지수가 높은 국가 중 경제력은 거의 꼴찌인 이런 가난한 국가도 많은 걸 보면 행복해 지기 위해 꼭 돈이 많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김철웅 : 개인적으로 불안과 공포가 행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쪽 사회에는 남보다 뒤떨어지지 않나 하는 불안과 공포가 가장 큰 것 같고 북쪽에서는 뭐 정말 생활 자체가 불안합니다. 또 항상 공포심을 떨칠 수 없고요. 어떻게 하면 이런 불안과 공포가 사라질 수 있을까, '행복해지자!'라고 쓴 신문 기사 앞에서 한참을 생각해봤습니다.

이현주 : <음악산책> 시작합니다. 오늘 첫 곡,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로 출발합니다.

선곡 1 이글스 - 호텔 캘리포니아

이현주 : 철웅 씨, 혹시 이 노래 들어보셨어요?

김철웅 : 남쪽에 와서는 들어 봤죠. 북쪽에서는 못 들어봤고요. 이 노래를 부른 이글스는 독수리라는 뜻의 4인조 그룹입니다. 북쪽에서는 잘 모르지만 남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아주 유명한 전설적인 노래입니다.

이현주 : 이 노래를 부른, 이글스가 오는 3월 한국에서 공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룹 결성 40년 만에 첫 내한 공연인데요, 오늘 <음악산책>에서 그룹 '이글스'를 소개합니다.

김철웅 : 지금 들으신 이 곡, 호텔 캘리포니아는 그룹, 이글스가 1976년 발표한 곡입니다.

이현주 : 발표된 지 30년이 넘었네요.

김철웅 : 그러게요... 현주 씨는 아시는지 모르겠는데요, 미국의 린다 론스태드라는 유명한 가수가 있습니다. 이 가수가 공연할 때 뒤에서 연주할 전문 연주자를 구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1971년의 일인데요, 드럼(북), 기타, 베이스 기타 등 4명의 연주자를 구했는데 이 사람들이 서로 너무 궁합이 잘 맞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린다의 공연 이후에 자기들끼리 그룹을 결성했는데, 그것이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그룹, 이글스입니다.

이현주 : 아, 그렇군요. 다들 연주 실력이 정말 출중한데요, 특히 이 호텔 캘리포니아 중간에 나오는 기타 연주 들으셨어요? 기타를 배우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쳐보는 교과서 같은 곡입니다.

김철웅 : 호텔 캘리포니아는 가사 때문에 해석이 분분한 곡이기도 합니다. 사막을 달리다 사막 가운데 있는 호텔을 발견하고 들어가는 내용인데요, 가사에 보면 문가에 그녀가 서 있었지,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혼자 생각했어, 여긴 천국인가 아니면 지옥일거야... 종잡을 수 없는 내용이죠?

이현주 : 그래서 이 노래 가사를 두고 이글스가 무슨 신흥 종교를 추앙한다는 등 구설수에 여러 번 올랐습니다. 이글스는 이 노래에서 캘리포니아는 미국을 상징하고 그런 의미에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꿈꿀 기회, 꿈을 실현한 기회를 보장한다는 아메리칸 드림, 그러나 모두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요, 그 현실을 이 노래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철웅 : 남쪽 사람들이 유난히 편애하는 곡입니다. 새드 카페. 함께 듣고 얘기 이어가죠.

선곡 2 새드 카페

김철웅 : 이 곡이 사실 이글스 노래 중에 유명한 곡은 아니거든요, 유난히 남쪽에서 인기가 많다고 하네요.

이현주 : 그룹들이 무대에서 공연할 때는 항상 부르는 곡이 거의 지정이 돼있더라고요. 이글스 같이 오랫동안 활동하고 공연을 많이하는 그룹은 더 그런데요, 이 곡은 한번도 공연 무대에서 부른 적이 없답니다. 이번에는 한국 팬을 생각해서 무대에 올려 질지, 이것도 관심사입니다.

김철웅 : 제가 이글스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아마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럴 겁니다. 데스페라도. 방랑자라는 곡입니다.

선곡 3 데스페라도

이현주 : 방랑자라는 제목, 그리고 노래 분위기로 저희가 가사를 일부러 해석해드리지 않아도 어떤 노래인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김철웅 : 이글스의 두 번째 음반에 수록된 곡입니다. 이글스는 서부극을 소재로 해서 두 번째 음반을 만들었는데요, 음반 전체적으로 1890년대 말, 미국 서부를 휩쓸었던 전설의 갱, 둘린 달튼의 얘기를 담아냅니다.

이현주 : 둘린 달튼 갱단은 1890년대 켄사스 등 미국 서부를 공포에 떨게 한 무법자들입니다. 은행과 상점을 털고 열차 강도를 하고 보안관을 죽였는데요, 항상 긴 코트를 입고 다녔다고 합니다. 정말 영화에서 나오는 것 같은 얘긴데요, 바로 이 갱단을 소재로 곡을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둡니다.

김철웅 : 이글스... 저는 사실 그냥 한물 간 옛날 가수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대단한 그룹입니다. 이글스가 1972-1975년까지 발표한 곡 중 크게 사랑받은 곡을 모은 음반이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네요.

이현주 : 그리고 이번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새삼 대단하고 느꼈던 부분도 있는데요, 보통 저희가 음악 산책에서 틀어 드릴 노래를 구할 때는 인터넷을 많이 이용합니다. 웹 사이트에서 돈을 내고 사용할 곡을 내려 받아서 파일로 컴퓨터에서 틀어드리는데요, 이 그룹은 한국 인터넷에서 자신들의 곡을 거의 팔지 않습니다.

김철웅 : 음악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더 이익을 많이 취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서라고 하는데요, 자신들의 음악에 자신감을 갖고 있고 확실한 신념이 있는 가수들인 것 같습니다.

선곡 4 I can't tell you why

이현주 : 이글스의 드럼을 치는 론 헨리가 호텔 캘리포니아를 불렀을 때 29살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론이 64세, 다른 구성원들도 모두 60이 넘었습니다.

김철웅 : 팬들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이들의 무대를 직접 취재한 기자는 이들의 무대가 오래된 것으로 촘촘히 짜여있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36년 된 로드 매니저, 35년 공연 매니저, 36년된 홍보 담당자... 온통 30년 이상 함께한 직원들과 40년간 이글스를 사랑한 팬들. 데스페라도를 부르는 돈 핸리의 목소리보다 그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노부부의 얼굴에서 이글스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현주 : 그 공연, 그 역사를 꼭 함께 느껴보고 싶네요. 또 이런 전설의 그룹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꼭 한번 청취자 여러분 앞에서 공연할 날이 있으면 합니다.

<음악산책> 마칠 시간입니다. 끝 곡으로 I can't tell you why 들으면서 저희는 이만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