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이현주의 음악 산책] 스티비 원더 - 닫힌 눈, 열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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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음악 산책, 김철웅 이현줍니다.

김철웅 : 몇 년 전에 '어둠 속의 대화'라는 특별한 전시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전시회 제목처럼 전시실을 들어서면 한 치 눈앞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어둡습니다. 관객들은 이렇게 깜깜한 방 몇 개를 안내자의 안내를 받아 관람하게 되는데요, 사실상 눈이 보이지 않으니 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느끼는 셈입니다.

이현주 : 깜깜한 곳에서 진행되는 전시회라니 신기한데요?

김철웅 : 특이하죠? 이 전시회는 보는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느끼는 것인데요, 관람객들은 이 깜깜한 전시실을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돌면서 전시된 사물들을 만지고 맛보고 냄새를 맡으며 관람하게 됩니다.

이현주 : 일종의 시각 장애 체험이네요.

김철웅 : 맞습니다.

일단 전시회의 의도는 우리가 가진 다섯 개의 감각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각을 차단해서 다른 감각들을 깨워보자는 것이지만 이 완벽한 어둠 속에서 관람객들은 일종의 시각 장애를 체험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 전시회에는 진짜 시각 장애인들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관객들을 전시실로 안내해주는 안내자들이 시작 장애인들인데요, 저는 그냥 여러 번 다녀서 어둠에 익숙하구나 하고 무심하게 생각했는데 관람이 다 끝난 뒤에 인사하면서 자기들은 시각 장애인들이라고 얘기하는 데 진짜 놀랐습니다.

이현주 : 사실 우리는 앞을 보지 못하는 답답함을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데요, 의미 있는 전시회네요.

김철웅 : 관객들이 처음 전시실에 들어가면 남자고 여자고 조금씩 다 움찔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도 그랬는데요,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깜깜한 어둠. 생각보다 두렵습니다.

이현주 : 어둠이라는 막막함 속에 갇혀서도 음악을 통해 세상의 빛과 희망이 되는 음악인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남한을 방문한 미국의 가수, 스티비 원더도 자신을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좋은 음악으로 세상의 큰 빛이 되는 사람입니다. 오늘 <음악산책>에서 스티비 원더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김철웅 : 첫 곡 듣습니다. For once in my life, 내 인생에 단 한번.

선곡 1 For once in my life

이현주 : 스티비 원더는 1960년 초반부터 1980년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린 가수입니다. 그렇지만 나이, 인종, 국경을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데요, 보통 공연을 하면 젊은 가수들 공연엔 젊은 관객만, 나이는 가수는 나이든 관객이 오기 마련이지만 스티비 원더의 이번 서울 공연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즐기는 보기 드문 공연이었다고 합니다.

김철웅 : 그 만큼, 스티비 원더의 노래가 세대를 초월하는 매력이 있다는 얘기겠죠. 국경을 초월해서 우리 청취자들도 좋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주 : 한국에서는 스티비 원더의 노래 중에서 이 노래가 가장 큰 사랑을 받습니다. Lately. 노래 듣고 스티비 원더에 대한 얘기 이어갈게요.

선곡 2 Lately

김철웅 : 스티비 원더는 출생 직후 인큐베이터 - 북쪽에서는 보육기라고 하죠?... 인큐베이터에서 산소 과다 공급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스티비 원더가 태어난 해가 1950년인데, 이 시기는 아직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아직 남아있던 때였습니다. 이런 때 태어난 앞을 못 보는 가난한 흑인 아이에게 별다른 희망이 없었겠죠.

이현주 : '네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주전자 손잡이 만드는 일정도'일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자랐다고 해요, 그렇지만 스티비 원더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주전자 손잡이 대신 하모니카를 잡았고 11살 때 한 음반 제작사에서 가수를 뽑는 시험에 합격하면서 노래를 만들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김철웅 : 그렇게 가수 생활을 시작한 스티비 원더는 풍부한 성량, 피아노, 오르간, 하모니카와 드럼을 능숙하게 연주하면서 미국 대중 가요사의 전설이 됩니다. 30 곡이 넘는 최고 인기곡을 발표했고 음반 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상을 25번이나 수상했습니다.

이현주 : 아마 스티비 원더가 부르는 이런 노래들, 청취자분들에는 좀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철웅 : R&B, 리듬 앤드 블루스, 또는 소울이라고 하는 음악들입니다. 북쪽에는 아직 좀 낯설죠? 블루스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흑인 노예들이 부르는 일종의 노동요였는데, 이것이 좀 더 대중화된 것이 리듬앤드블루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루스는 우리의 민요 '한오백년'처럼 느리고 슬픈 노래가 많은데 비해 리듬앤드블루스는 블루스에 리듬을 더해 약간 경쾌합니다. 좀 더 대중적으로 변한 것이죠.

이현주 : 그냥 흑인 음악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북쪽에는 아직 이런 풍의 노래가 거의 없지만 남쪽 가수들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많이들 듣고 부릅니다.

김철웅 : 음악이름이야 어쨌든 귀에 들어오는 좋은 음악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스티비 원더는 음악에 전자 악기를 많이 도입하기도 했는데요, 그 시기에 나온 노래입니다. 춤이라도 출 수 있을 것 같지 신나는 노랩니다. Superstition 슈퍼스티션. 함께 듣습니다.

선곡 3 Superstition

이현주 : 스티비 원더는 눈 때문에 항상 큰 색안경(선글라스)을 끼고 다니는데요, 노래할 때마다 항상 하얀 치아가 다 보일 정도로 활짝 웃으면서 노래를 합니다. 노래도 듣기 좋지만 저는 그 모습도 참 보기 좋더라고요.

김철웅 : 스티비 원더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노래하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신나고 행복한지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사람이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라는 것 상상도 못할 겁니다.

이현주 : 그렇지만 눈이 안 보인다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스티비 원더가 작곡한 노래를 들어보면요, 참 밝고 따뜻한 노래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이 노래 함께 들어보시죠. Isn't she lovely? 이즌 쉬 러블리, 그녀, 아름답지 않나요? 라는 노랩니다.

선곡 4 Isn't she lovely?

김철웅 : 스티비 원더는 시력을 회복하기 위해 평생에 딱 한번 수술을 했다는데요, 바로 딸을 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의사는 시신경이 많이 손상돼 수술해도 15분 정도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는데도 그 시간만이라도 딸의 얼굴을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안타깝게도 수술 결과는 좋지 않았고 스티비 원더는 딸의 얼굴을 끝내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만든 노래가 여러분이 지금 듣고 계신 바로 이 노랩니다.

이현주 : 자식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 정말 엄청난 슬픔이었겠지만 노래에서는 그런 흔적은 찾아볼 수 없네요. 사실 요즘 남쪽에서도 장애를 가졌지만 그 장애를 딛고 활동하는 가수, 연주자들이 많죠?

김철웅 : 네, 그렇습니다. 저도 몇 번 함께 연주한 친구인데요, 방송에도 몇 번 소개해드려서 아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네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는 이희아 양. 시작 장애인들로만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도 있고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전제덕 씨, 재즈 피아노를 치는 전영세 씨도 있습니다. 이분들의 연주를 직접 들으면 참 감동적입니다. 음악과 함께 이들이 이렇게 연주하기까지 그들이 쏟아온 노력과 눈물, 땀 이런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데요, 그래서 이들의 연주가 더 특별한 힘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현주 : 전제덕 씨라는 하모니카 연주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뭔가 잘 될 거라는 믿음. 그것이 참 중요한 것이다.".... 스티비 원더, 전제덕 또 지금 얘기하신 오케스트라 등... 우리는 이 사람들에게 단순한 노래 이상의 것, 바로 희망을 듣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김철웅 : 청취자 여러분도 오늘 소개해드린 스티비 원더의 음악에서 그런 희망의 빛, 느끼셨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곡으로 당신은 나의 햇살 들으면서 저희는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이현주 : 저희는 다음 주 이 시간, 좋은 음악과 함께 다시 찾아뵙죠.

김철웅 :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김철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