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이현주의 음악산책] 에릭 클랩턴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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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음악산책> 김철웅입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줍니다.

김철웅 : 음악의 선택은 중요합니다. 남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를 때 이별의 아픔에 대한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환갑잔치에 가서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로 시작하는 '한 오백년'을 부르는 꼴입니다. 2008년에는 한 남한 고위급 인사가 북쪽에서 부른 노래가 큰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북쪽인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곡을 불렀습니다. 남한의 고급 간부가 북한 전쟁 영웅을 추모하는 영화의 주제곡을 불렀으니 당연히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가 영화의 내용을 알았던 몰랐던 사퇴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이현주 :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남쪽 기업가들이 북쪽 인사들과 식사를 하면서 술도 한배 돌고 노래가 오고 가고 했습니다. 얼큰하고 분위기에 취한 남쪽 인사가 일어나서 화답으로 노래를 한 곡조 했는데 노래가 끝나기 전에 북쪽 인사들이 모두 퇴장해버렸습니다. '철조망에 가로막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소식을 물어본다 한 많은 대동강아' 하는 노래였습니다. 이 남쪽 인사는 '대동강'이 들어가니 분위기에 맞을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이 노래는 전쟁 이후 수복의 의지를 담고 있는 곡이었습니다.

김철웅 : 김정일 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외국 가수의 공연을 관람해 논란이 됐습니다. 그 가수의 오래된 팬이라던데 정말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진짜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이번에 김정철이 잘못된 노래를 택했느냐 하면 개인적으로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민은 피죽도 못 먹어 굶주려도 외국에 가서 몇 백 달러짜리 공연을 보면서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바로 북쪽의 지도층이라는 것을 잘 보여줬으니까 말입니다.

이현주 : 김정철이 봤던 그 공연은 에릭 클랩턴이라는 영국 가수의 공연이었는데요, 오랫동안 전 세계 대중에게 사랑받아 온 가수이자 기타 연주가입니다.

김철웅 : 오늘 <음악 산책> 이 시간이 이 가수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외국에서 하는 실황 공연에 누구처럼 귀빈석에서 보고 듣는 음악은 아니더라도 우리도 즐겨봅시다. 첫 곡입니다. Key to the highway, 키 투 더 하이웨이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 입니다.

선곡 1 key to the highway

김철웅 : 일부러 이 곡을 첫 곡을 골라봤습니다. 클랩턴의 음악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냥 우리가 미국의 대중가요, 일반 '팝'이라고 할 수 있는 곡과 블루스곡들이 있습니다.

이현주 : 블루스는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19세기 노예 해방 이후 만들어진 흑인 민요의 일종입니다. 주로 느리고 쓸쓸한 감정을 담은 노래가 많습니다. 보통 흑인 노래는 합창으로 부르는 것이 많은데 그에 비해 블루스는 19세기 말 기타가 보급되면서 기타에 맞춰 부르는 형태로 발달했습니다. 사실 전자 기타 등 모든 기타 연주는 이 블루스 기타 연주에 기반을 뒀다고 할 수 있는데요, 세계 3대 기타 연주가로 꼽히는 에릭 클랩턴도 블루스 기타 연주자입니다. 클랩턴은 이렇게 공연에서는 항상 블루스 곡을 빠뜨리지 않고 연주하는데 첫 곡으로 블루스 음악 골라봤습니다.

김철웅 : 김정철이 본 그 문제가 됐던 싱가포르 공연을 끝내고 20일, 남한에서도 공연했죠?

이현주 : 네, 바로 이 곡이 첫 곡으로 연주됐습니다.

김철웅 : 실제로 김정철이 클랩턴의 평양 공연까지 추진한 적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북측이 먼저 신변안전보장서를 보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는데 클랩턴 측에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현주: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겠죠?

김철웅 : 사실 이런 공연이 열리면 뭐라고 선전할 지 뻔한 일이고 또 간부들에게만 공연이 차려지기는 합니다. 그래도 전혀 의미가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 미국의 블루스 음악이 평양 한가운데서 연주되는 일, 상당히 역설적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공연이 추진됐을까 하는 의문도 생깁니다.

선곡 2 Change the world

이현주 : Change the world, 세상을 바꿔요. 들으셨습니다. 저도 이 노래를 귀에 익긴 한데 에릭 클랩턴 노래인지는 처음 알았네요. 서론이 길어졌는데요, 가수 에릭 클랩턴이 누군지 소개해드려야겠죠?

김철웅 : 네, 에릭 클랩턴은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기타 연주가이자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자기가 직접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가수를 싱어송라이터라고 합니다.
1945년 영국에서 태어난 에릭 클랩턴은 그림을 공부했지만 당시 유행했던 블루스 음악에 심취해 그림을 포기하고 음악을 택했습니다. 첫 시작은 영국의 블루스 악단, 서양식으로 얘기하면 밴드에서 기타 연주를 시작하면서 대중 가요계에 발을 들어놓습니다. 영국에서는 정말 많은 유명 기타 연주가를 배출한 유명 밴드인 야드버즈나 크림 등을 거치면서 연주 경력을 쌓았고 탁월한 연주자로 먼저 주목받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낸 것은 1970년입니다.

이현주 : 방송 때문에 에릭 클랩턴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는데요, 인생의 굴곡이 많은 사람이네요.

'비틀즈'라는 남성 4인조 영국 밴드가 있습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전설의 밴드이고 또 여러 번 이 시간을 통해 소개해드렸죠? 클랩턴은 이 비틀즈에서 기타를 담당하는 조지 해리슨과 절친했지만 불행하게 그의 부인, 패티 보이드를 사랑합니다.

김철웅 : 록 역사의 최대 스캔들, 북쪽 식으로 하면 부화 사건이라고 하던데요?

이현주 : 당시에 비틀즈나 에릭 클랩턴 둘 다 유명인들이었으니까요.

김철웅 : 패티를 보고 진짜 사랑에 빠진 클랩턴과는 달리 처음에 패티는 자꾸 밖으로만 도는 남편 해리슨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면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패티에게 반한 클랩턴은 노래까지 만들며 열렬히 구애했고 조지와 이혼한 패티는 클랩턴과 1979년 결혼했습니다.

이현주 : 클랩턴이 패티를 위해 만든 노랩니다. 이 곡 들어볼까요?

레일라입니다.

선곡 3 Laylar

이현주 : 클랩턴과 패티가 결혼할 때 비틀즈와 와서 연주했고 또 이후에 공연도 같이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상한 인연이죠? 그렇지만 패티와 클랩턴은 10년 만에 이혼합니다.

김철웅 : 그리고 이 고단한 삶 가운데서 클랩턴은 자신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어준 아들을 얻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4살 되는 해, 아파트 53층 창문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아들을 잃습니다. 참 듣기만 해도 괴로운 사건입니다...

이현주 : 클랩턴은 인생의 고비마다 술, 마약에 의지했었다고 하는데요, 이때만큼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죽음 앞에서 자기의 슬픔을 쏟아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천국에서 만나면 너는 내 이름을 기억할 수 있겠니...' 하고 시작하는 이 노래. Tears in Heaven. 천국의 눈물입니다.

선곡 4 Tears in Heaven

김철웅 : 김정철이 이 에릭 클랩턴 공연을 봤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 일부에서는 김정철도 사생활을 존중받아야 하는데 언론이 너무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권리가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정철은 어떻게 최대 빈국으로 꼽히는 국가에 살면서 자기가 최고 좌석에서 외국 가수의 공연을 즐기고 외국 고급학교에서 공부 하고 미국 농구를 보고 비싼 다이아몬드를 살 수 있었는지, 누구의 희생으로 그것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그 희생을 감수한 사람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현주 : 그리고 빼앗긴 그들의 권리도 생각을 해봐야겠죠?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에립 클랩턴이 하는 블루스 음악은 흑인 노예들의 노랩니다. 힘든 삶의 고통을 치유하던 음악이 바로 블루스라는 얘긴데요, 김정철보다 블루스가 필요한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오늘 시간이 다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곡 들으면서 인사드립니다. 원더풀 투나잇. 노래 제목처럼 좋은 밤 되세요.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이현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