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벌써 한주가 지나고 다시 인사드립니다. 음악으로 여는 세상 김철웅입니다.
방송을 하면서 일주일이 그렇게 빠를 수 없습니다.
금요일 방송 녹음을 끝내고 한숨 돌리면 벌써 월요일. 이번 주는 무슨 주제로 얘기해볼까 생각하다보면 수요일입니다. 방송이 코앞으로 다간 온 목요일이 되면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은 바빠지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같은 줄을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기를 몇 십번.
전문 방송인이 아닌 저에게는 약간 벅차다는 생각도 들지만, 마지막 음악을 틀면서 여러분께 작별 인사를 하고 나면 힘들다는 생각은 싹 사라지고 다음 주를 이어갈 힘이 생깁니다. 저 뿐만 아니라 청취자 여러분께도 그랬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11월도 거의 끝나갑니다.
어머니가 담그던 김장 김치 생각, 또 겨울밤 마시던 술 생각. 그 술을 함께 먹던 친구들 생각도 나는 그런 계절입니다.
술 한 잔 걸칠 때마다 몰래 얻은 노래 카세트 테이프를 자주 들었는데, 오늘 시간에는 그 시절, 그 노래들을 한번 모아봅니다.
제목도 가수도 모르면서 연변 노래라고 우기면서 들었던 그 노래들, 함께 들어봅니다.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첫 곡으로 듣습니다.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가수 김현식은 1990년 11월, 간경화로 세상을 떴습니다. 생전에 술을 그렇게 즐기고 또 많이 마셨답니다. 인기 많고 텔레비전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그런 대중적인 가수는 아니었지만, 아직도 11월이면 많은 팬들과 후배 가수들이 이 사람을 기억하고 공연도 합니다.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이 가수는 전혀 모르는 일이겠지만, 북쪽에서도 김현식의 노래는 젊은 남자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2천년 초, 남쪽에 들어온 함북 출신의 한 친구가 몰래 듣던 남한 가요를 하나 알려달라니 바로 이 노래를 얘기합니다.
남한 국가 정보원은 2천년, 재밌는 조사 결과를 하나 발표합니다. 북쪽 주민들이 즐겨 듣는 남한 가요 순위 조사한 것인데, 1위가 뭐였을까요? 이건 예상이 가능하실 것 같은데요,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가 1위였습니다.
2위-5위는 한명숙의 ‘노란 셔츠 입은 사나이’,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 정광태의 ‘독도는 우리 땅’,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 입니다. 제가 생각하기는 얼추 맞는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요즘 나오는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북쪽도 많이 변해서 남한 가요를 저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럼 이 순위에는 확실히 변화가 있겠는데, 2천년 이후, 국정원은 이런 조사는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래 한 곡 듣고 얘기 계속하겠습니다. 최진희의 노래, 사랑의 미로입니다.
최진희 – 사랑의 미로
최진희 씨가 한 신문과 회견에서 평양 공연 갔을 때, 호텔 청소부가 자기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고 했습니다. 가사는 원곡과 다른 칠보산 악단이 부른 그 노래였겠지만, 이 노래는 북쪽에서도 누구나 다 알고 좋아하는 그런 노래였습니다.
저는 고향에서 나훈아의 ‘사랑’을 즐겨 들었습니다. 뭐, 당시에는 남쪽 노래라는 것도 잘 몰랐고 가수 이름이나 노래 제목도 몰랐지만 이 노래 가사나 음색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한번 들어보죠. 나훈아 ‘사랑’ 입니다.
나훈아 ‘사랑’
오늘 방송 때문에 주변에 있는 고향 사람들에게 어떤 노래를 많이 들었냐, 좋아했냐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은 50대 이상은 황성옛터, 홍도야 울지마라 같은 옛날 전통 가요를 많이 기억하고 30- 40대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같은 조용필 노래, 윤수일의 ‘아파트’,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를 꼽았습니다.
20대는 저도 잘 모르는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얘기했고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젊은 친구들은 남쪽의 젊은 세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때보다 더 많이 남쪽 노래를 접하고 있다는 얘기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는 우리가 북쪽에서 즐겨 듣고 좋아했던 이런 노래들이 모두 남쪽에서도 크게 사랑을 받은 노래였다는 겁니다. 물론, 유행에서 몇 년의 시간 차이는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사실만으로 남북의 정서가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떨어져 산 세월이 반백년이 넘었는데도 취향은 피 속에 흐르는지 좋아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조용필 노래가 빠지면 서운할 것 같은데요, 한 곡 듣겠습니다. ‘허공’
조용필 – 허공
저와 같이 평양이 고향인 한 어른신의 꿈은 통일 되면 고향 가서 술집을 하나 차리는 겁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그런 가요를 모아 틀어주면서 술도 팔고 안주도 파는 그런 상점을 내겠다는 건데, 아마 이 얘기를 먼저 방송에 한 걸 알면 좋은 사업을 누가 채간다고 혼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현철을 좋아하는 양반은 노래 속에 인생을 담는 그런 트로트 노래를 함께 들으면서 술을 마시면 술술 잘 넘어갈꺼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답니다.
취기가 약간 오르면 누군가 흥에 겨워 노래를 따라하고 그런 또 누구랄 것 없이 함께 부르는 그런 곳.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그 어르신이 꼭 고향에 그 술집을 낼 수 있기를, 저도 여러분도 한 잔 술에 오늘 우리가 들었던 이런 노래들을 목청껏 부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 곡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입니다.
이용 – 잊혀진 계절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