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곳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생활 소식 그리고 한인사회 소식 등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남수현 기자가 전합니다.
2009년 겨울 한인 1.5세 젊은이들에 의해 시작된 컬처 스퀘어, 문화 광장은 영어개인교습과 캐나다 문화 소개를 통해 탈북자들의 정착과 문화적응을 돕는 단체입니다. 지난 주에 이어 오늘은, 캐나다 정착 과정에서 탈북자들에게 배움의 터이자 쉼터의 역할을 하는 컬처 스퀘어, 문화 광장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탈북자들을 대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영어 가르치기, 정착 교육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던 컬처 스퀘어 운영자들은,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온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낯선 땅에 도착한 탈북 청년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박가영 대표는 전합니다.
박가영: 저는 11살 때 부모님 따라 캐나다로 이민 왔구요. 북한인권, 난민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고, 잘 몰랐는데, 3년 반 전에 토론토에 와서 더 관심이 많아지게 됐죠. [탈북자들에게] 친구처럼 영어를 가르쳐 주거나, 그들만의 공동체가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여러 문화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문화를 나누고 친구가 되는, 그래서 같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컬처 스퀘어, 문화광장 이라고 이름을 지었구요.
컬처 스퀘어는 이제 운영자들이 초기에 꿈꾸던 배움의 쉼터, 탈북 청소년들 사이의 소중한 공동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년 전 캐나다에 도착한 뒤 겪은 어려움과, 컬처 스퀘어 와의 만남에 대해 탈북 청년 김씨 (가명)가 전합니다.
김 씨: 저는 2008년 11월달에 왔는데 사실 처음에 와서 많이 혼란스럽고 고생 많이 했거든요. 반년, 1년 정도 가까이 있으면서 캐나다가 생각보다 친구 사귀기가 너무 힘들고 캐나다 문화를 알기가 너무 힘든 거예요. 코리아타운 이런 것 때문에 영어를 꼭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더라구요. 그런데 1년 여기 사는 동안 캐네디언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캐나다까지 와서 우리끼리들만 만나고 그래서 되겠냐.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친구가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번 참가해 볼래? 이러더라고요.
탈북 후 캐나다에 도착하기까지 자진해서 도움을 주는 단체들과 개인들이 많았지만, 다른 목적 없이 순수한 관심으로 다가온 컬처 스퀘어 와의 만남은 신선했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김 씨: 사실은 이런 단체들이 많이 접근해 오거든요. 저희를 위해서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손을 내밀어 오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래서 경계를 좀 했어요. 그런데 가봤더니 아 이거 괜찮네, 다음에 한번만 두세번만 더 나와보자..
자원 봉사자들 쪽에서도 우려가 없지 않았습니다. 탈북자들과 편안하게 캐나다의 말과 문화를 나누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친구로서의 친분을 다짐과 동시에 서로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지한 운영자들의 열성에 차츰 탈북 청년들의 마음의 벽은 허물어져 갔습니다. 문화 광장 박가영 대표입니다.
박가영: 저희가 만날 장소가 없어서 항상 도서관에서 만나곤 했는데 참가하시는 탈북자들 중에 한 분이 교회에 토요일마다 만날 수 있게끔 목사님한테 부탁을 드려서 장소를 마련해 주셨어요. 이게 우리 꺼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모든 분들이 함께 키워가는 것에 대해서 감동을 받고, 정말 우리가 다 모여서 우정을 나누는 곳이잖아요. 컬처 스퀘어는 우리의 것, 이렇게 생각해 주시는 게 고맙고요.
탈북 청년들 역시 진지한 운영자들의 열성에,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김 씨: 솔직히 학원이라던지 이런데는 돈내고 다녀야 될 텐데 그렇게 다닌다고 해도 저희가 받고 있는 것처럼 1대1로 관심을 받을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요.
탈북자들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함께 만들어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랬던 운영자들의 마음처럼, 어느덧 탈북 청소년들 사이에서 컬처 스퀘어는 그들만의 소중한 공간으로 자라났습니다.
박 씨: 컬처 스퀘어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매력인 게, 같이 만들어 간다는 것이죠. 김 씨: 많은 사람들이 이런 단체를 하고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처음이고. 와이엠시에이도 저희가 무슨 서류내용에 대해서 도움이 필요하면 공식적으로 도와주죠. 하지만 정말 친구처럼 같이 캐나다 문화를 배우고, 서로를 알고, 아, 나도 캐나다에 캐네디언 친구가 있어, 이런 느낌을 받고 싶었거든요. 그런 걸 [저희에게] 이 단체가 주었다고 생각해요.
캐나다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면서, 언어와 문화가 낯선 이민자로서 한인사회 주변에만 안주하기 쉬운 탈북자 청년들의 의식 또한 천천히 바뀌었다고 데이나 차 대표의 말합니다.
데이나 차: Before ... some of the guys weren't interested in studying. Especially this one guy, he would say "Why do I need to study English?" (처음에, 사실 영어 공부 자체에는 그렇게 큰 관심이 없는 참여자들이 많았어요.특히 이 중의 한 분은 처음에는 "영어를 왜 꼭 배워야 하는데요?" 이렇게 묻곤 했는데, 이제는 정말 열심이예요. 저희와 같이 하는 시간 동안, 관념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한편 자원봉사자들에게 문화광장은, 탈북자들과 북한 주민들에 대한 스스로의 의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가영 대표가 전합니다.
박가영: [탈북자들에 대한 저희의] 많은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물질적으로 부족하시고 힘들게 사셨다고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항상 저희가 도움을 줘야 된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분들만의 정체성, 또 고향에 대한 자부심도 참 많으시고 그런 걸 보게 되는 것이 좋았어요. 사실 나이도 비슷하고 친구처럼 지나다 보니까, 남한에서 온 우리와 다를 게 별로 없구나. 말도 한국말로 통하고, 우리는 정말 한 민족이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구요.
문화 광장 자원봉사자들의 의식이 바뀌었듯이, 탈북 청년들은 캐나다인들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의식을 점차 바꾸어 가기를 희망합니다.
탈북청년 김 씨입니다.
김 씨: 모든 사람들이 저희를 봤을 때 저희보고 공산주의자라고 생각을 하고, 우리가 너무 다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우리를 바라볼 때, 저희에 대한 편견도 바뀔 수 있기를 바래요.
컬처 스퀘어는 앞으로도 참여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 가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찾아보고 만들어 갈것이라고 합니다. 또 막막하기 쉬울 수 있는 정착 생활 동안,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는 자기계발 과정을 준비 중이라고 데이나 차 대표는 밝혔습니다.
Dana Cha: We are organizing another project for personal development. (앞으로 한 2, 3개월 안에 시작될 새 프로그램을 계획 중인데요. 이제까지 배워 온 내용을 토대로 참여자 각자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희망을 찾고 알맞는 계획을 세워서 목적을 이루고 발전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그런 내용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함께 가꾸어 나가는 컬처 스퀘어, 문화 광장 은 희망과 우정으로 가득합니다. 낯선 곳에서 따뜻함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이 곳이 보다 많은 탈북자들, 특히 청소년들이 서로 꿈을 나누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전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RFA 자유 아시아 방송, 남수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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